그동안 통신산업은 규제산업이라는 이유로, 시작부터 지금까지 정부의 관리·감독을 받아왔다. 이러한 원인에는 통신비가 물가와 밀접하게 연동돼 있기도 하지만 정부의 물가인하 정책과 통신사들의 사업 문제가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기획재정부를 중심으로 한 정부의 통신요금 인하 압력은 어찌 보면 물가안정이라는 대의명분은 있으나 특정산업 때리기식 물가잡기라는 비판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통신시장에서 통신요금 인하 경쟁을 가속화시키는 방안은 무엇일까. 해답은 바로 시장 활성화에 달려 있다.
가정마다 휴대폰 비용부담 심해
정부가 통신사에 통신요금 인하 압력을 가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여력’이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통계청이 발표한 전국 2인 이상 가구의 월평균 소비 지출 규모가 200만원을 넘어선 가운데 통신서비스에 지출하는 비용은 약 14만 1,300원으로, 전체 소비지출에서 7% 정도를 차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식료품비(12.9%)나 교육비(13%) 보다는 낮지만, 의류비(5.8%)나 보건비(6.9%) 보다는 높고 주거비(9.9%)에 버금가는 수준이니까 한마디로 모든 가정이 먹고 자는 일 다음으로 휴대폰 비용부담을 안고 사는 셈이다.
또한, 통신3사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KT 2조 533억원, SK텔레콤 2조 598억원, LG유플러스 6,553억원으로 총 4조 7,684억원에 이른다. 여기에 정부는 통신사들이 지나친 마케팅비를 줄여 이를 요금인하에 활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통신3사의 마케팅비는 7조 8,000억원에 이르기 때문이다. 이처럼 이익규모와 영업이익을 뛰어넘는 마케팅비를 줄이면 요금을 인하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것이 정부와 국회, 시민단체의 주장이다.
이에 반해 통신시장은 국내 ICT가 글로벌 경쟁우위를 확보하는 데 근간이 되는 전략산업으로 정부가 단순히 물가와의 전쟁의 희생양으로 삼는 것은 미래 국가경쟁력 강화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는 주장도 있다. 특히 과도한 마케팅비용을 낮춰 상당한 요금인하를 달성할 수 있는 것처럼 주장하는 것은 국내 통신시장의 유통구조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에 기인한다는 것이다.
통신업체와 단말기 제조업체 함께 고민해야
통신사업자가 당장 단말기 보조금을 폐지하면, 소비자는 90만원에 육박하는 스마트폰을 직접 구매해야 하는데, 이는 통신요금을 단말기 구매비용으로 전환하는 효과만 있을 뿐 실질적 소비자 부담을 경감하는 것이 아닌 전형적인 풍선효과일 뿐이며 오히려 적정한 단말기 보조금은 소비자의 진입장벽을 낮춰 수요를 진작시키고 사업자에게는 규모의 경제를 시현하여 산업활성화에 기여하는 측면도 존재한다는 것이다. 다만, 통신3사는 올 연말 스마트폰 가입자가 약 2천만명에 달할 전망임에 따라 저가형 스마트폰 보급 및 요금제 출시는 고려해야 한다는 점에 동의를 하고 있다.
특히 현재 통신업계는 차세대 네트워크인 ‘롱텀에볼루션(LTE)'에 대한 투자와 스마트폰 시대에 대비한 네트워크 확대 투자를 계획중에 있다. KT 3조 2,000억원, SK텔레콤 2조원, LG유플러스 1조 7,000억원 등 약 7조원에 이르는 규모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스마트폰 확대로 인한 폭발적인 데이터 증가를 감당하기 위해서는 이보다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통신시장의 마케팅비는 광고 등 이미지 제고를 위한 것이 아닌 단말기 구매비용 감소와 소비자 선택권 확대 등 실질적인 혜택을 제공한다는 것이 통신사의 입장이다.
다른 한편으로 가계 통신비 문제는 통신업체뿐만 아니라 단말기 제조업체도 같이 고민해야 할 사안이라는 주장도 있다. 국내 이동통신 유통구조가 서비스와 단말기로 명확히 구분되지 않는 상황에서 고가 단말기의 짧은 수명주기로 인한 제조사 수익을 통신사업자의 요금인하 여력으로 오해하는 착시현상에서 비롯된다는 것이다.
얼마 전 국회 상임위에서도 이러한 부분이 지적된 바 있다. 한나라당 이경재 의원에 따르면, 제조업체가 지급하는 제조사 장려금이 통신사별로 차등적으로 지급되고 있어 유통망에 혼란을 유발시키고 결국 휴대폰 출고가를 상승시키는 주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에 따라 방송통신위원회는 여러 차례 제조사에 행정 권고를 명령했지만 실효성이 없는 상황이다. 특히 같은 단말기에 대한 가격을 조사한 결과, 삼성전자 갤럭시 S의 경우 중국, 브라질, 스페인에 이어 우리나라가 세계 4번째로 비싸게 출고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통신요금 인하를 위한 실질적인 대안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본 원고는 국회의 공식입장이 아니며, 국회의 입장과 배치될 수도 있는 순수한 사견임을 밝힘. |
- 양용석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정책비서관
- 저작권자 2011-04-25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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