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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치암 환자를 구하던 작은 거인, 이진아 교수를 추모하며 사이언스타임즈는 과학과 함께했던 당신을 기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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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故) 이진아 미국 어바인캘리포니아대(UC어바인) 교수는 난치암 병리기전을 규명해 온 장래가 촉망되는 젊은 과학자였습니다. 동료 생명과학자이자 선배로서 지난 6월 짧지만, 인류 건강에 의미 있는 연구를 남기고 간 이진아 교수를 추모하며 이 글을 적습니다. 이 글의 일부는 이진아 교수의 남편이자 동료 과학자인 장철순 UC어바인 교수의 도움을 받아 작성했습니다.

고(故) 이진아 미국 UC어바인대 교수

 

그 무덥고 긴 여름의 끝자락에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이진아 교수가 세상을 떠난 지 100여일 다가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교수는 우리들의 마음 속에 그대로 있습니다. 이진아 교수는 청아하고 밝고 명석한 연구자였습니다. 그런데, 이 교수가 6월 말 미국 거주하는 곳의 인근 병원에서 암과 투병하다 갑자기 하늘나라로 떠났습니다. 이 비통한 소식을 그녀의 남편인 장철순 교수로 전해 듣게 되었습니다. 이 애석하고 안타까운 소식에 저는 유럽 학회출장을 위해 공항으로 가는 길목에서 발길을 제대로 뜰 수가 없었습니다. 국내로 급히 시신을 옮겨 치뤄진 장례식에 참석 하지도 못했습니다.

이진아 교수는 남편인 장철순 교수와 미국 어바인캘리포니아대(UC어바인)에서 실험실과 연구실을 이웃하면서 성실하게 연구진행을 진척시키고 있는 장래가 매우 촉망되는 젊은 교수였습니다. 이미 많은 발견들을 이루어 낸 탁월한 생명 과학자였습니다. 지난해 11월에 제가 속한 기초과학연구원(IBS) 혈관 연구단에 방문하여 훌륭하고 멋진 세미나를 하였습니다. 세미나 후 질의응답에도 친절하고 적극적으로 답변하면서 후배들을 격려하고 즐거운 담소시간도 가졌습니다. 그 당시 학부학생때부터 인상깊게 보았던 특유의 활기찬 목소리를 들을 수 있어 유쾌하고 즐거웠습니다. 그날 이진아 교수가 저녁식사를 반 밖에 하지 못해 그 이유를 시차 때문이라고 생각하였는 데, 그때부터 아팠는지 모릅니다. 이후 1년도 채 안된 지금, 우리는 이진아 교수의 모습을 볼 수가 없고 목소리도 숨소리도 들을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슬픕니다.

이진아 교수는 어릴 때부터 생명현상에 관심을 많이 갖고 있었다고 합니다. 고등학교 시절에는 생물동아리에서 활동을 하였고, 2002년 카이스트에 입학하여 생명과학을 전공하여 생명과학자로서 연구자의 첫 걸음을 시작하였습니다. 같은 대학원에 진학하여 정종경 교수 연구실에서 초파리 유전학을 이용해 발암 유전자들의 작용 기작을 연구하였습니다. 당시의 이 교수는 주변 동료와 선후배, 지도교수님 뿐만 아니라 저를 비롯한 다른 교수들에게 최고의 인기를 끌던 학생이었습니다. 명석하고 청아하기도 하였지만, 항상 밝고 다정다감하게 만나는 사람들을 대했기 때문입니다. 졸업하던 해 카이스트 최연소 박사였으며 지도교수를 따라 서울대로 옮겨 박사후 연구원으로 독창적인 연구 성과들를 창출했습니다.

2012년, 이 교수는 미국 하버드대 John Blenis교수 연구실에서 박사후연구원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이때 학부 동기생이자 함께 하버드대 생명과학 박사과정에 입학한 장철순 박사와 결혼을 약속했습니다. 장 박사는 유학 전 병역특례기간 3년 동안 밤 시간과 주말을 이용해 우리 연구실에서 일했던 인연이 닿아 이제까지 제자 이상으로 친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두 사람의 신혼여행지는 하와이처럼 아름다운 휴양지가 아니었습니다. 두 사람은 저와 함께 미국 유타에서 열리는 Keystone Symposium 참가했습니다. 이들의 생명과학에 대한 열정을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그 곳에 참석하였던 외국 동료 교수들에게 제가 “이 커플이 얼마나 학문에 대한 열정이 있으면 신혼여행 대신으로 이 척박한 고산지대로 학회를 왔겠는가? 앞으로 크게 될 사람들이니 잘 지켜봐라” 라고 덕담을 했습니다. 잊지못할 인연과 경험이었습니다.

고(故) 이진아 교수(오른쪽)와 남편인 장철순 교수

미국에서 연구생활을 같이 시작한 이진아 박사와 장철순 박사는 지난 10년간 각종 이름있는 fellowship을 수혜 했으며, 젊은 연구자들로서 꾸준히 실력을 쌓고 큰 발견들을 하였습니다. 이진아 박사는 특히 난치암의 병리기전 파악을 위해 세포신호전달, 후생유전, 대사과정들을 분석하며 독창적이고 괄목할 만한 성과들을 이뤄냈습니다. 귀국하여 한국의 대학교수로서 리더로서 독립적인 연구실을 여는 기회도 있었지만, 미국 대학에 교수로 남아 보다 더 경쟁적인 리더로서 성장을 하는 것이 좋다고 판단을 하고 도전을 하였습니다. 물론 제가 부추기고 격려한 점도 있습니다. 2020년, 마침내 살기 좋고 안전한 곳으로 정평이 있는 UC어바인에 조교수로 둘이 정착하여 연구실을 열었습니다. 둘이 나란히 실험실과 연구실을 꾸리고 인재들을 모으고 연구비들을 수혜 받으면서, 젊은 교수들로서 각각 해당 분야에서 발견과 도전을 하기 시작하였고 이미 상당한 목표에 도달하였습니다.

이러한 훌륭한 이진아 교수가 갑자기 세상을 떠났으니 참으로 슬프고 안타까운 일입니다. 본인도 잠시 아프고 회복될 것이라는 믿음 속에 있다가 갑자기 세상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지난 20년 동안 하루도 쉬지 않고 난치암 환자들의 생명을 구하고자 추구해왔던 연구자로서, 과학자로서, 교수로서, 젊은 리더로서 우리에게 동료였고 우상이던 이진아 교수가 암과 투병하다가 유명을 달리하다니 매우 슬프고 애석한 일입니다. 미국에서 진행된 장례식에 미국 선후배, 동료 교수들이 각지에서 참석하여 장례식장을 가득 메우며 슬픔과 애석함을 같이 하였다고 합니다. 이 교수의 갑작스러운 비보는 미국 해당 학계에도 슬픔이어서 추모의 글들이 이어졌습니다. 한국에서도 부모, 가족, 스승 그리고 동료들의 깊은 슬픔과 애석함 속에서 장례는 치러졌습니다. 미국에서 훌륭한 과학자가 되어 금의환향 하여 대한민국의 으뜸가는 리더가 될 것을 믿고 기다리면서 한없는 사랑과 정성을 베푸셨던 모친과 부친 그리고 가족들에게 가슴에 큰 아픔을 안겨드렸습니다. 남편이 장철순 교수는 장례식 이후 한국에 머무는 50여일 동안 눈물과 한탄속에서 지냈습니다.

 

생전의 이진아 교수의 밝은 눈망울과 눈빛을 떠 올려 봅니다. 작은 거인으로서 비록 짧은 생을 살았지만, 저와 우리에게 남겨주고 간 것이 많습니다.

“동료 과학자들의 연구성과와 내용에 대해 항상 겸허한 자세로 질문을 하면서 배우고자 하였습니다. 배우는 것이 알게 되는 것이고 아는 것이 힘입니다."

“본인이 하는 분야 연구에 대하여 깊은 사명감이 있으며 인류 건강에 공헌하고자 하는 바람으로 확고한 계획과 열정을 가지고 성실하게 일을 하였습니다.”

“가족들과 주변 사람들을 알뜰히 챙기는 따뜻한 마음을 가졌습니다.”

“기쁨을 같이하고 슬픔을 나누는 데 넉넉한 마음을 가졌습니다.”

“학생 그리고 연구원들과 스스럼없이 즐거운 대화를 하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항상 과학적 큰 질문이 무엇인가를 추구하고 그에 답하고자 하였습니다.

이처럼 훌륭한 이진아 교수를 애석하게도 하늘나라로 보냈지만 결코 잊지 않을 것입니다. 이진아 교수를 더욱 기억하고 같이 연구를 해 나갈 것입니다. 장철순 교수는 이 교수 몫까지 더해서 보다 더 연구에 정진할 것입니다. 이러한 우리의 마음과 다짐이 이진아 교수가 원하는 바람이라고 생각합니다. 깊은 슬픔과 아픔속에 계신 이 교수의 부모님과 가족들에 조그마한 위로가 될 것입니다.

 

이틀 동안 내렸던 비가 그쳤습니다.

 

2024년 9월 20일

대전에서, 고규영(IBS 혈관 연구단장, KAIST 의과학대학원 특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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