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끝이 아니었다
2020년 브렉시트가 시작되며 영국은 유럽연합을 탈퇴하게 되었다. 이는 내부적으로나 외부적으로 큰 충격을 가져다주었는데, 과학계도 마찬가지였다. 이는 영국이 유럽연합의 탈퇴와 함께 1984년부터 처음 시작했던 유럽연합의 대표적인 과학 프로그램 및 연구 계획 Horizon (호라이즌) 프로그램에서 탈퇴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당초 영국이 브렉시트를 실행하면서 준회원국으로 호라이즌에 참여하기로 했지만, 북아일랜드 관련 협약(Northern Ireland Protocol)으로 분쟁이 이어지며 결국 무산되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역시 영국이 북아일랜드 협약을 이행하기 전까지는 회원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엄포를 놓은 바 있다. 호라이즌은 여러 비유럽연합 국가와 파트너십을 맺고 있지만, 거의 3년 동안 영국을 프로그램에서 철저히 배제했으며, 이에 영국 과학계는 큰 우려를 표하며 브렉시트로 인한 피해를 서둘러서 복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새롭게 시작하는 호라이즌 유럽(Horizon Europe)은 2021년부터 2027년까지 자그마치 총 130조 원이 배정된 초대형 규모 과학 프로그램으로 영국의 이탈을 통해서 다른 유럽국가가 더 좋은 기회를 얻게 되었다.
영국, 세계 최대 규모의 연구 협력 프로그램에 다시 참여하다
그리고 현지 시각으로 9월 7일 영국의 리시 수낵 총리는 반가운 소식을 전했다. 영국에 있는 과학자들이 세계 최대 규모의 연구 협력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도록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히며 유럽연합과 영국 양측 모두 윈-윈인 상황을 만들길 원한다고 밝혔다.
영국은 지난해까지 큰 갈등을 겪었던 진통을 겪었던 북아일랜드 협약에 대해서 먼저 해결하길 원했다. 참고로 북아일랜드 협약은 국경을 마주하고 위치한 아일랜드(EU 회원국)와 영국 북아일랜드 간의 특수 상황을 고려하여 마련된 협약으로 과거 1948년 무력 충돌로 인하여 약 3천 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하며 발생한 무력 충돌을 반세기나 지난 1998년 평화협정을 맺으며 두 나라 간의 자유로운 이동 및 무역을 보장하는 협약이다.
지난 3월 24일, 유럽연합과 영국 정부는 영국 윈저성에서 브렉시트 협정 내 북아일랜드 협약을 수정하는 윈저 프레임워크(Windsor Framework)에 대해 공식 서명했다. 그리고 영국은 곧바로 호라이즌에 관한 논의를 다시 시작할 것임을 밝힌 바 있다. 마침내 9월 리시 수낵 영국 총리와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위원장이 통화를 하며 실마리를 찾기 시작했다.
영국은 유럽연합 회원국의 비준이 필요한 이 협정의 조건에 따라 연간 약 3조 3천억 원을 내며 호라이즌 유럽에 다시 합류할 것임을 공표했다. 유럽연합의 지구 관측 프로그램 코페르니쿠스에도 참여하며 기타 다수 프로그램에도 참여하기로 했다. 다만 영국은 자체 핵융합 프로그램을 진행할 예정이기에 유럽의 핵융합 분야에서는 협력만 진행하고 유럽의 핵 연구 공동체(Euratom R&D)에는 가입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영국 정부, 이를 통해서 계속해서 글로벌 과학 및 연구의 최전선에 설 것임을 공표
영국 정부는 성명을 통해 지난 6개월 동안 계속되었던 협상을 통해서 영국은 호라이즌 유럽에 참가하기 위한 재정 조건을 확보했으며 영국 내 기업과 연구 기관이 인공 지능에서 생명공학에 이르는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기술과 연구 프로젝트를 개발하기 위한 글로벌 작업을 주도할 수 있는 독보적인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수낵 총리 역시 영국은 유럽연합 파트너들과 협력하여 이 협정이 영국에 최고의 협정이며, 풍부한 연구 기회를 열어주고, 영국 내 납세자들에게도 적절한 협정인지 확인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평가하며 영국 과학자들이 영국이 프로그램에 투입한 것보다 훨씬 적은 돈을 받을 경우 영국이 직접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을 공개했다. 이어서 그는 유럽연합과 영국은 핵심적인 전략적 파트너이자 동맹국이며, 이번 합의는 이를 증명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영국은 계속해서 글로벌 과학 및 연구의 최전선에 설 것임을 공표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위원장 역시 성명을 통해 오늘 합의는 유럽연합-영국 무역 및 협력 협정(TCA)과 맥락을 같이 한다고 밝히며 영국은 유럽연합 예산에 재정적으로 기여해야 하며 TCA의 모든 안전장치를 적용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영국 과학계 역시 호라이즌 협정에 크게 환호하다
전 세계의 과학계는 위 결정을 크게 반기는 분위기이다. 영국에 기반을 둔 과학자나 기관 등은 브렉시트로 인한 공백과 영국의 홀로서기를 매우 두려워했지만, 다시 약 135조 원에 달하는 기금을 신청할 수 있게 되었기에 지리적 국경을 넘어서 연구를 진행할 수 있다는 소식에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다. 이에 영국의 과학계는 리시 수낵 총리가 영국을 위한 '올바른 거래'를 진행했다고 평가하며 이번 협상을 매우 환영했다.
유럽위원회의 데이터에 따르면 2019년 1,364개 펀딩에 100조가 넘는 금액이 배정된 이후 영국 과학 프로그램에 수여된 연구 보조금은 실제로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3년 현재까지 192건, 즉 약 300억에 불과한 연구비만 수여되었다. 이 때문에 영국 과학계에서는 새로운 협정에 대해서 매우 긍정적인 분위기이다.
Cancer Research UK의 최고 경영자인 미셸 미첼(Michelle Mitchell)은 지난 2년 반 동안의 불확실성이 종식되었다는 사실에 영국의 과학계 전체가 안도할 것이라고 밝히며, 암 연구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의 거의 4분의 3이 유럽연합의 자금 지원이 연구에 중요하다고 답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는 호라이즌 유럽이 암 연구의 미래에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고 있는 조사이다.
런던의 프랜시스 크릭 생의학 연구소의 폴 너스 소장 역시 위 협정은 영국의 글로벌 과학적 위상을 재건하고 강화하는 데 있어 필수적인 단계라고 설명하며 수년 동안 과학을 위한 국제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을 포기하지 않은 영국과 유럽 전역의 수많은 연구자에게 감사를 표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영국의 야당인 노동당은 최근 유럽연합과의 관계 해빙으로 여겨지고 있는 이번 협상을 환영했지만, 영국은 이미 "2년 동안의 혁신"을 놓쳤다고 주장했다. 지난 2년 동안 글로벌 기업들이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연구 센터를 설립할 곳을 찾았지만, 영국이 아닌 다른 국가를 선택했다며 이는 영국이 호라이즌에 가입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 김민재 리포터
- minjae.gaspar.kim@gmail.com
- 저작권자 2023-09-18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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