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년여에 걸친 코로나19 암흑기에 강제되던 여러 가지 제약이 완전히 사라진 후 처음으로 올해 4월 19일부터 21일까지 대전에서 한국물리학회 봄 학술논문발표회가 개최되었다. 팬데믹이 힘을 잃어가던 작년 가을 부산에서 2년 반 만에 개최되었던 대면 학술논문발표회가 역대 최대의 참석자 수와 발표논문 수를 기록했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당시 많은 학회 관계자들은 오랜 기간 만남에 목말라하던 회원들의 욕구가 일시에 분출한 결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였다. 따라서 이번 행사가 학술대회에 대한 팬데믹의 중장기 영향을 판단할 수 있는 중요한 가늠자 역할을 할 것으로 짐작되었다.
결과적으로 이번 봄 학술논문발표회는 접수된 초록이 1,400편에 근접하고, 등록자 수는 2,400여 명에 달해 봄 학술대회 규모로는 사상 최대였고, 작년 가을 학술대회를 약간 밑도는 수준이었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는 조직위원회가 애초에 예측했던 수준을 크게 뛰어넘는 성과로써 발표논문과 참석자 수의 증가가 단순히 팬데믹에 의한 일시적 영향이 아닐 가능성을 말해 주는 것으로 보인다.
필자는 이와 같은 학술대회 규모의 성장을 팬데믹 기간에 비록 직접적인 대면은 금지되었더라도, 온라인으로 다양한 학술 활동이 활발하게 지속되었던 결과로 보고 있다. 온라인 미팅은 여러 가지 효용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이제 지리적, 시간적, 경제적 제약을 극복할 수 있는 매우 훌륭한 연구 도구로 자리를 잡았다. 결국 지난 3년간 팬데믹 때문에 연구가 정체되었던 것이 아니라, 연구자들은 온라인이라는 새로운 도구를 적절히 활용하며 자신의 연구를 오히려 더욱 다양한 분야로 발전시키고 심화시켜 온 것은 아닐까 짐작된다. 그리고 이제 대면학회가 가능해지자 마치 물 만난 물고기처럼 그간의 연구성과를 다른 회원들과 공유하기 위해 학술대회에 적극적으로 참석하며 논문을 발표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또 다른 이유로 팬데믹과 관계없이 최근 빠른 속도로 이루어지는 학문 간의 융합과 연구 분야의 다양화를 들 수 있을 것 같다. 다양한 융합 연구의 생성과 확대는 필연적으로 새로운 학문 분야를 만들고, 각종 학술대회에서 새로운 형태 및 내용의 세션들이 자연스럽게 조직됨으로써 학술대회 규모의 성장을 낳는다. 만약 필자의 추측이 틀리지 않다면 과거의 규모를 훌쩍 뛰어넘는 학술대회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며, 학회는 최선을 다해 회원들의 이러한 학술 활동을 지원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런데 3년의 공백기를 거쳐 다시 대면학회를 개최하는 과정이 쉽지는 않았으며, 작년 가을의 대규모 학술대회를 개최했던 직전 집행부도 비슷한 고민이 있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더구나 새로운 집행부가 들어선 지 3개월 정도의 짧은 시간 안에 팬데믹 이전보다 규모가 훨씬 커진 학술대회를 주어진 여건 내에서 조직하기 위하여 여러 시행착오가 있었다.(이와 같은 이유로 학술대회 개최 기간에 일어난 크고 작은 문제점들에 대한 책임을 면하겠다는 것은 아니고, 다만 우리 학회의 공통적인 사안이고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인 만큼 함께 생각해 보자는 의미이다.)
이번 학술대회의 가장 특이한 점은 부족한 발표장을 확보하기 위해 기초과학연구원(IBS)의 적극적인 협조로 대전컨벤션센터(DCC) 근처에 있는 과학문화센터를 활용한 것이다. 특히 학문적으로 밀접한 장 및 입자물리분과와 핵물리분과, 천체물리분과의 전체 세션을 과학문화센터에서 개최함으로써 심각한 공간 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세 분과 사이의 교류가 더욱 긴밀하게 이루어지도록 하였다. 소속 분과의 학술 세션에만 참여했던 여러 회원들은 이와 같은 시도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기도 했지만, DCC에서만 개최된 특별 세션과 포스터 세션 등에 참석하려는 세 분과 회원들이 상대적으로 먼 거리를 이동해야 하는 불편함이 가장 큰 문제로 드러났다. 또한 과학문화센터의 일부 발표장이 협소하고 냉방장치가 가동되지 않아 답답함을 호소하는 회원도 다수 있었다.
이번 봄 학술논문발표회를 조직할 때, IBS 과학문화센터는 추가 예산에 대한 걱정 없이 주 개최지였던 DCC에서 도보로 10분 이내에 도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좋은 방안으로 받아들여졌다. 물론 드러난 문제점 가운데 상당수는 이미 조직 회의에서 논의된 바 있고 이에 대한 준비도 나름 철저히 했다고 생각했지만 결국 충분치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과학문화센터를 활용한 이원화된 학술대회 진행 경험은 매우 소중하고, 실제로 시도해 보지 않으면 얻기 어려웠던 지식이라는 점에서 불편을 느꼈을 세 분과 회원들의 양해를 구하는 바이다. 앞으로 학회는 이번 학술대회를 거치며 수렴한 회원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하여 차기 학술대회에 대한 개최형식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회원 여러분들의 건설적인 의견 제시를 기대해 본다. (bhong@korea.ac.kr)
*이 글은 한국물리학회에서 발간하는 웹진 ‘물리학과 첨단기술’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 한국물리학회 물리학과 첨단기술
- 저작권자 2023-05-02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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