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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희
2022-12-15

바다는 답을 알고 있다 [기고] 기후위기, 우리의 바다를 돌아봐야 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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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희 프랑스 해양생물다양성 활용·보전 연구조직(MARBEC-IRD) / 대만국립해양대학 박사과정생

환경위기로 인간의 생존이 위협받는 지금, 인류는 화성으로 이주하는 꿈을 꾸고 민간우주여행은 현실로 다가왔다. 지구 밖 세상에 흥미를 가질 때 우리 곁의 바다는 여전히 미지의 세계로 남아있다. 해저에 도달한 사람보다 대기권 밖을 경험한 우주인이 많다는 사실처럼, 인류가 바다를 탐사했다는 5%에 불과한 면적은 수세기 동안 크게 변하지 않았다. 우리는 푸른 물의 행성에 살고 있다.

 

바다의 메신저들

바다에 존재하는 무한한 생명을 지탱하는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수많은 유기체와 박테리아, 플랑크톤, 그리고 생지화학순환(Biogeochemistrial circulation)로 일컬어지는 생물과 비생물의 상호작용이다. 바다는 대기로부터 열과 탄소를 흡수하고, 지구의 균형을 이루는 주도적인 역할을 맡고 있다.

해양산업화 이후로 정의된 인류세(人類世)는 전례 없는 지구온난화를 보이고 있으며, 19세기 말부터 상승한 1.1도의 여파는 이상기후를 비롯한 지구 전반에 심각한 위협을 가하고 있다. 가속화된 해양온난화 현상은 해수온도를 가열시켜, 최근 10만년의 기록을 갱신 중이기도 하다. 바다의 생물들은 기후변화의 지표로서 민감하게 반응한다.

미국해양대기청과 Rutgers 대학이 미국해안의140종의 해양생물을 36년간 추적한 결과, 어류를 비롯한 무척추동물들은 생존에 적합한 수온을 따라 평균20mi. (약 32.18km)가량 북쪽으로 이동하거나 덥혀진 해수면을 피해 수직으로 평균21ft. (약 6.4 m)의 점점 깊은 바다로 서식지가 변화했음을 관측하였다.

대서양에서도Plymouth대학의 Edwards교수와 연구팀은 과거 50년간 온대성 플랑크톤의 주요 활동범위가 위도 10˚ 만큼 이동했으며(이는10년에 200km이상의 움직임을 의미), 동시에 한대성 플랑크톤종이 감소했다고 보고하였다. 급격한 환경변화를 직면한 고착생물은 생존이 어렵고, 적응범위가 낮은 생물은 살아가기 힘든 환경이 된 것이다.

이처럼 지구온난화의 결과는 생태계 배열을 변화시키고, 생물다양성을 파괴하고 있다. 최근 우리 한반도 해안에서 이전에 보지 못한 생물이 발견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아열대환경으로 변화한 한반도 근해의 산호가 하얗게 죽어가고, 맹독성의 파란고리문어와 상자해파리가 나타나 우리의 생명을 위협한다. 해양과학은 이처럼 급변한 환경을 주시하고 바다의 소리를 세상에 전달하고 있다.

 

우리는 공존할 수 있을까?

영국의 과학자 제임스 러브록이 주창한 가이아가설은 지구가 생물과 무생물이 상호작용하면서 스스로 진화해 나가는 하나의 생명체임을 강조한다. 육지와 대기, 바다로 이어지는 지구의 순환계 속에서 우리가 만들어낸 기후위기를 대처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숲을 넓히고, 소비하는 자원을 절약하며, 해양을 보호하는데 앞장서는 일이다.

이에 맞춰 과학·기술 발전을 위한 지원과 인식 고취를 위한 사회의 총체적인 노력이 수반되어야 할 것이다. 최근 전문가를 포함하여 일반대중의 능동적인 참여로 시작된 시민과학(citizen science)은 우리 사회의 희망적인 시선을 보여준다. 과학분석을 위한 빅데이터를 집적하는 데 기여하는 것뿐만 아니라, 개인의 변화된 행동과 환경에 대한 관심을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전세계의 여러 프로그램 중에서도 우리나라는 선진기술과 융합한 시민참여의 과학활동이 적극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생물다양성의 관측과 보전을 위한 ‘대한민국 생물다양성 모니터링(K-BON, Korea Biodiversity Observation Network)’은 기후변화생물지표종을 중점으로 변화를 기록하고 있고, 연근해 독성해파리 출현을 조사하는 ‘해파리 모니터링’이 시민의 자발적 해파리 발견신고와 함께 십년이 넘게 지속되고 있다.

탐구의 열정으로 비롯된 개인의 노력은 첨단 기술과 함께 더욱 정교해지고, 우리의 순탄한 미래를 향한 밑거름이 되고 있다.

 

바다를 배경으로 한 아바타2가 곧 개봉한다고 한다. 모든 생명과 에너지가 대자연 속에서 순환한다는 나비족의 신념이 맞을지도 모른다. 공존 가능한 미래를 위해, 자연에서 우리의 위치는 생명을 구성하는 일부분임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이선희 프랑스 해양생물다양성 활용·보전 연구조직(MARBEC-IRD) / 대만국립해양대학 박사과정생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선희
저작권자 2022-12-15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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