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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완
2022-11-03

2022년 노벨물리학상과 양자정보기술 [기고] 아인슈타인의 고집이 양자정보기술을 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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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완 고등과학원(KIAS) 부원장

2022년 올해 노벨 물리학상은 양자얽힘 현상에 관한 실험으로 양자정보과학 분야 연구를 개척한 알랭 아스페, 존 프랜시스 클라우저, 안톤 차일링거에게 수여된다.

 

아인슈타인은 1905년 논문에서, 금속에 빛을 쬐면 전자가 튀어나오는 광전효과(光電效果)를 양자물리학적으로 설명하여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지만, 1920년대 후반에 새로이 등장한 양자이론에 대하여 불만이 많았다. 고전물리학에서 말하는 측정은, 이미 결정되어 있는 물리량을 물체에 영향을 주지 않은 채 읽어낼 수 있다고 여겼다. 양자물리학에서는, 물리량으로 가능한 여러 값들 중에서 어느 하나로 확률적으로 정해지는 것이 측정이다.

그리고, 측정 전에는 여러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가, 일단 한 번 측정되고 나면 같은 측정을 하면 한 가지 가능성만 가지고 있는 상태가 된다. 이를 양자 측정에 의한 양자상태의 붕괴(collapse of quantum state)라고 한다. 아인슈타인은 양자측정의 확률적인 면을 받아들일 수 없어서 “신은 주사위 놀음을 하지 않는다”고 하였고, 측정에 의해 양자상태가 결정된다는 해석에 “달을 쳐다보지 않으면 달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인가”하여 불만스러워 하였다.

1935년 아인슈타인은 포돌스키, 로젠과 함께 양자이론에 뭔가 모자란 점이 있다고 문제점을 제기하는 논문을 발표하였다. 세 사람 이름의 첫글자를 딴 EPR 쌍의 두 입자 각각은 스핀 각운동량을 가지고 있지만, 전체로는 스핀 각운동량이 0이다. 그래서 두 입자가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둘 중 하나가 +1 스핀 각운동량을 가진 것으로 측정되면 다른 하나는 -1이 되고, 처음 것이 -1로 측정되면 다른 하나는 +1이 된다.

이 두 가지 경우가 확률적으로 정해지기 때문에, 측정 전에는 두 입자 모두 정해진 값이 없고, 하나가 정해지면 다른 하나의 값은 그 즉시 정해진다. 측정 전에는 값이 정해져 있지 않다는 점은 실재성(實在性, reality)과, 한 곳에서 값이 정해지면 그 즉시 멀리 떨어진 곳의 값이 정해진다는 점은 어떠한 영향력도 빛보다 빨리 전파될 수 없다는 특수상대성 원리 또는 국소성(局所性, locality)과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1964년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에서 일하던 존 벨은, EPR 쌍이 양자이론을 따르지 않으면 만족해야 할 부등식(inequality)을 제안하였다. 클라우저는 1970년대 실험을 통하여 EPR 쌍이 이 부등식을 위배하는 것을 처음으로 확인하였다. 그러나 이 실험에는 EPR 쌍 양쪽에서의 측정방식이 고정되어 있어서 서로에게 미칠 수 있는 영향력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국소성 허점(locality loophole)이 있었다.

1980년대 아스페는 이 국소성 허점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실험에 성공하여, EPR 쌍이 벨의 부등식을 위배한다는 점을 확인하였다. 이렇게 하여 EPR 쌍이 가진 양자상관성(量子相關性, quantum correlation)이 확인되는 한편, 측정값 자체는 확률적으로 정해지기 때문에 의도하는 정보를 빛보다 빨리 보낼 수는 없어서 특수상대성원리와 배치되지 않는다. 즉, 상관성(相關性)은 즉시 성립되지만, 인과성(因果性)은 즉시 이루어지지 않는다.

1984년 양자암호를 발명한 베넷과 브라사드는 네 명의 동료와 함께 1993년 양자텔레포테이션 또는 양자원격전송을 발명하였다. EPR 쌍이 가진 상관성을 이용하여, 확인되지 않은 양자상태를 멀리 떨어진 곳으로 전송하는데, 이 과정을 완성하기 위해 양자상태에 대한 측정하여 얻은 비트 값을 보내야 하기 때문에 빛보다 빠른 전송은 아니다! 또 원본에 대하여 EPR 쌍의 하나와 측정을 하여 두 개의 비트를 얻는 벨 측정 과정을 거쳐야 하고 측정에 의해 원본은 붕괴되어 사라지므로 양자상태가 복사되는 것도 아니다! 양자텔레포테이션 과정이 빛보다 빠르다, 복사가 된다는 등 오해하는 경우가 많아서 여기 느낌표로 강조하였다.

1900년에 처음 발견된 양자물리학은 1920년대 후반 양자이론의 성립과 함께 자연의 궁극적 원리로 등장하였고, 20세기 정보통신기술에 반도체와 레이저와 같은 하드웨어의 원리를 제공하였다. 이제 양자중첩과 양자얽힘 등 양자이론은 21세기 정보통신기술의 하드웨어뿐 아니라 소프트웨어와 운영체제에까지 이용되게 되었다. 양자이론에 대한 아인슈타인의 고집스런 의문제기는 양자컴퓨터, 양자암호통신, 양자센서 등 새로운 기술의 장을 열게 된 셈이다.

 

김재완 고등과학원(KIAS) 부원장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재완
저작권자 2022-11-03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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