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共感)’ 다른 사람의 생각과 감정에 대해 자신도 그렇다고 느끼는 기분, 그 과정에서 동반되는 지적 해석을 뜻하는 단어다. 개인주의가 만연한 파편화된 사회에서 공감능력을 부쩍 강조하는 이유는 타인과의 소통, 관용, 공존, 상생이 바로 공감으로부터 시작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양한 사회 요소들과 관계 맺고 있는 현대사회에서 공감은 사회적 상호작용과 신뢰 형성에 긍정적 효과를 낸다고 알려진다. 주로 대인관계의 정서적 반응으로 다뤄지는 공감의 대상을 확장해야 하는 이유다.
한국과학창의재단이 추진하는 ‘연구공감 프로젝트’는 연구자의 생각과 연구결과를 대중과 소통하는 국민 참여형 사업이다. 사이언스타임즈는 올해 처음 시작한 프로젝트에 참여한 연구자, 이상임 대구경북과학기술원 교수를 만났다.
Q. 자기소개를 해주세요.
이상임(이하 ‘이’): 안녕하세요. 대구경북과학기술원 뉴바이올로지학과 교수 이상임입니다.
Q. ‘국민 참여형 연구공감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이: 저의 연구 대상은 도시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까치예요. 생물의 생태를 연구하려면 주요 서식지에서 다른 개체와의 상호작용 분석이 꼭 필요합니다. 까치도 마찬가지인데요, 도시에서 인간과 공존하는 까치는 인간과의 상호작용 없이는 생태 연구를 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평상시에도 도시에 사는 사람과 새들 사이의 상호작용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사실 꼭 까치가 아니더라도 우리 가까이에 사는 새들은 참 많은데, 사람들은 그 사실을 잘 모르더라고요. 인간이 도시에 사는 유일한 생명체가 아니라고 생각하긴 해도 새들에 대한 관심이 부족한 이유일 겁니다. 사람들의 관심을 일깨우기 위해 시민 대상의 강연을 하면서도 대중과의 소통이 꼭 필요하고 확대돼야 한다고 생각했었죠. 마침 한국과학창의재단에서 추진하는 ‘연구 공감 프로젝트’ 과제에 지원하게 됐습니다.
Q. 연구 책임자로 수행한 연구내용을 소개해주세요.
이: 연구는 크게 두 파트로 진행했습니다. 연구 초반에는 도시에 사는 새들의 번식 모니터링을 수행했고, 연구 후반에는 도시 인근을 돌아다니며 관찰할 수 있는 새들을 기록하고 알아가는 생태 모니터링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먼저 박새의 번식 모니터링은 대구 현풍에 위치한 대구경북과학기술원 내 인공둥지에서 진행했고, 여름철새인 제비는 인공둥지에 번식하지 않기 때문에 인근 구시가지 시장에서 모니터링을 했습니다. 이후에는 시민들이 정해진 구역을 돌아다니면서 관찰할 수 있도록 안내를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시민들은 도시 생태환경과 야생조류에 대해 직접 관찰하고 연구 데이터 수집 및 활용에 대해 직접 체험하게끔 했습니다.
Q. 해당 연구과제에서 시민의 참여가 중요한 이유가 있나요? 실제로 시민들은 어떤 역할을 맡았는지 궁금합니다.
이: 저희가 목표한 ‘시민 참여형 과학’은 시민들이 직접 연구에 참여해 자료를 모으고 연구자들은 시민들이 모은 자료를 바탕으로 분석하여 결과를 도출하는 것을 목표로 했습니다.
그래서 시민들이 제비 둥지, 박새 둥지에서 새끼를 관찰하고, 모니터링하는 데 참여하도록 했습니다. 직접 연구 자료를 모으는 데 투입된 거죠. 특히 생태 모니터링에는 자녀와 보호자를 한 팀으로 구성해 구역별로 1~2시간 새를 관찰하도록 했는데요. 초등학생 자녀는 관찰한 새를 그림으로 남기도록 해 참여의 의미를 느끼도록 했습니다.
연구자와 끊임없이 소통하면서 자료를 수집한 시민들은 새들이 도시에서 어떻게 생활하는지 직접 관찰해 알게 되었고, 연구자들이 수집된 자료를 활용하는 방법도 알게 됐습니다.
Q. ‘연구공감 프로젝트’는 시민들과의 연구 소통이 중점적으로 다뤄지는 과제입니다. 과제 수행하면서 시민들과 어떤 소통 과정을 거쳤는지, 시민들의 반응도 궁금합니다.
이: 저희의 연구과제를 마치면서 성과교류회를 개최했습니다. 시민들이 참여했던 활동과 소감을 공유하고, 추후 연구과제에서 연구팀이 개선해야 할 점 등을 나누는 자리였죠. 우선 이런 소통의 장이 마련되었다는 점 자체가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다행히 시민들의 반응도 무척 뜨거웠습니다.
어떤 참여자는 “일상에서 그냥 지나쳤던 현상들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도시의 새로운 면을 보게 되었다고.”고 하고, 또 다른 참여자는 “도시환경을 어떻게 바꿔야 인간과 야생동물이 공존하며 살아갈 수 있을지 생각하게 되었다.”고 하셨어요. 시민들이 이렇게 인식의 전환을 했다는 데서 연구팀은 보람을 느꼈습니다.
Q. ‘연구공감 프로젝트’는 새로운 형태의 과제이다 보니 여러 어려움이 있었을 거라 생각합니다. 시민들과 함께 하면서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이를 어떻게 해결했는지 궁금합니다.
이: 연구팀이 시민을 모집하고, 직접 소통하면서 상호작용하는 것을 목표로 했기 때문에 사실 저희 학생들이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시민 문의에 1대 1로 안내를 하고, 자료 수집이 잘 안됐을 때는 다시 부탁하면서 수집 방법 및 과정을 재설명하는 등 많은 이슈들을 직접 해결해야 했거든요.
고충이 없진 않았지만, 이 과정도 연구의 하나라고 생각하면서 연구과제의 취지와 방향성을 상기하면서 극복했던 것 같습니다. 연구책임자인 저와 학생 모두 시민들이 도시 환경과 도시 생태에 관심을 갖게 하는 계기를 만든다는 점에 가치를 두고 과제를 수행하다보니 해결되는 부분들도 있었고요.
연구자로서는 관찰 집단을 소규모로 진행하다보니 연구 데이터가 많이 수집되지 않은 점에서는 아쉬움이 남기도 합니다.
Q. 본 과제를 수행하면서 가장 우선시한 가치는 무엇일까요? 또, 어떤 가치를 얻을 수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이: 바로 ‘연구 공감’입니다. 시민들이 연구의 전 과정에 대해 이해하고 자신들의 활동이 연구에 어떤 기여가 있는지 공감하는 것이 가장 우선시 되어야 하는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연구자인 저희도 그렇지만 시민도 연구에 대한 이해가 전제돼야 연구의 필요를 느낄 수 있거든요. 저희도 이 부분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이번 연구는 소규모 모집으로 참여한 인원이 많지 않았지만, 연구에 참여한 시민이 자신의 경험을 주변에 확산시키다 보면 도시환경과 야생동물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도가 점진적으로 높아지는 효과가 있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Q. 연구 소통 활성화를 위해 필요한 과학기술인의 역할, 사회적 책임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이: 연구자로서 ‘사회적 책임’을 느끼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그렇지만 연구자들이 연구성과를 도출하고 논문으로 발표하는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연구의 의미’를 놓칠 때가 간혹 있어요. 그래서 나의 연구가 사회에 어떻게 기여하는지 고민하고, 대중이 연구에 참여했을 때 어떤 것을 배울 수 있는지 상호소통하는 것은 연구자와 대중 모두에게 도움이 됩니다.
연구자와 시민 간 소통은 미래 세대 연구자 양성이라는 관점에서도 중요합니다. 아이들이 체험한 연구 경험이 미래에 자신의 진로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연구자를 꿈꾸는 학생이라면, 미래에 어떤 연구를 할지 시야를 넓혀줄 수도 있고요. 그래서 ‘과학자가 스스로 사회적 책임을 인지하는 것’ 자체가 중요합니다.
- 김현정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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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23-12-15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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