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共感)’ 다른 사람의 생각과 감정에 대해 자신도 그렇다고 느끼는 기분, 그 과정에서 동반되는 지적 해석을 뜻하는 단어다. 개인주의가 만연한 파편화된 사회에서 공감능력을 부쩍 강조하는 이유는 타인과의 소통, 관용, 공존, 상생이 바로 공감으로부터 시작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양한 사회 요소들과 관계 맺고 있는 현대사회에서 공감은 사회적 상호작용과 신뢰 형성에 긍정적 효과를 낸다고 알려진다. 주로 대인관계의 정서적 반응으로 다뤄지는 공감의 대상을 확장해야 하는 이유다.
“강의가 아닙니다. 여러분이 연구에 ‘공감’할 수 있게 소통하는 게 목표에요.”
‘2023년 연구공감 프로젝트’에 참여한 연구자들이 유독 강조하는 부분이다. 연구자가 앞에 서면 당연히 ‘강의’를 떠올렸을 사람들도 의아하긴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공감능력이 강조되는 사회라고는 하지만 ‘연구공감’이라는 낯섦은 연구자도, 대중도 한 번은 넘어야 할 장애물인 듯하다.
한국과학창의재단이 추진하는 ‘연구공감 프로젝트’는 연구자의 생각과 연구결과를 대중과 소통하는 국민 참여형 사업이다. 올해 처음 시작한 프로젝트에 참여한 연구자들, 사이언스타임즈가 만나봤다. 첫 번째로 만난 연구자는 방진호 한양대학교 교수다.
Q. 자기소개를 해주세요.
방진호(이하 ‘방’): 안녕하세요. 한양대학교 에리카캠퍼스 화학분자공학과 방진호 교수입니다.
Q. ‘국민 참여형 연구공감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방: 화학분자공학 전문가이다 보니 ‘리튬 2차 전지’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습니다. 요즘은 스마트폰이 생활필수품이 됐고, 전기자동차도 많이 보급되면서 에너지 장치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대중의 관심이 높아진 데 비해 정확한 정보, 지식을 얻기는 어려운 것 같아요. 시민들과 대화해보면 리튬 2차 전지의 실제 구동 원리, 효율적이고 안전한 사용법을 알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제가 아는 전문지식을 시민들과 소통하고 공유하고자 이 과제를 수행했습니다.
Q. 연구 책임자로 수행한 연구내용을 소개해주세요.
방: 저희는 사진 동아리에서 흔히 사용하는 디지털카메라를 통해 배터리 사용 패턴을 분석하고 리튬 2차전지를 어떻게 하면 더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지에 대해 연구했습니다.
Q. 해당 연구과제에서 시민의 참여가 중요한 이유가 있나요? 실제로 시민들은 어떤 역할을 맡았는지 궁금합니다.
방: 저희의 연구 주제는 말씀드렸듯이 실제 많은 사람이 사용하는 디지털카메라의 배터리 사용패턴을 분석하고, 배터리의 효율적 사용법을 알아내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그래서 사람마다 각기 다른 배터리 사용 패턴을 데이터로 수집해 분석하는 부분이 매우 중요했습니다.
약 200여 명의 시민들이 저희의 안내에 따라 배터리 사용 데이터를 제공해주신 덕분에 연구실에서는 사용자 패턴을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할 수 있었습니다.
Q. ‘연구공감 프로젝트’는 시민들과의 연구 소통이 중점적으로 다뤄지는 과제입니다. 과제 수행하면서 시민들과 어떤 소통 과정을 거쳤는지, 시민들의 반응도 궁금합니다.
방: 처음에는 의아해하는 분들이 많았어요. ‘연구발표’도 아니고 ‘연구공감’이라니, 뭘 하는 프로젝트냐는 반응이었죠. 그런데 연구 취지를 설명하면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알고 싶어하시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일례로 ‘안산사이언스벨리’ 축제에 부스 참여를 한 적이 있었는데요. 배터리의 원리를 배우고 직접 만드는 체험에 꼬마부터 장년층까지 많은 시민이 참여해서 기억에 남습니다. 배터리 원리를 설명했더니 무릎을 탁 치면서 신기하다고 하시는 분들도 계셨죠. 대중과의 소통이 얼마나 중요하고 보람 있는지를 느끼는 순간이었습니다.
Q. 본 과제를 수행하면서 가장 우선시한 가치는 무엇일까요? 또, 어떤 가치를 얻을 수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방: 본 과제의 취지인 ‘공감’을 이해하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습니다. 과학자, 연구자들이 소통하는 대상은 보통 전문가 집단이에요. 그러다 보니 비전문가인 시민들과 어떻게 공감하고 소통할 수 있을지를 많이 고민했습니다. 과제에 참여한 학생연구원들과도 ‘공감’에 대해 의견을 나누면서 인사이트를 얻기도 했고요.
과학자로서 연구의 결과를 성취하는 것은 중요합니다. 하지만 그 결과가 연구실에만 머물러 있어서는 안된다는 것, 과학지식과 기술을 대중에게 알리고 공감대를 이끌어내는 것이 과학자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하게 됐습니다.
Q. 연구 소통 활성화를 위해 필요한 과학기술인의 역할, 사회적 책임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방: 연구는 개인적 차원 이상의 책임을 느껴야 합니다. 생각해보니 사실 저도 가끔은 잊고 있을 때가 있네요.
연구자들의 연구비는 보통 국민의 세금으로부터 지원이 됩니다. 연구비를 지원한다는 것은 연구자에 대한 기대가 있고, 거기에는 책임이 따라야 합니다. 크게는 국가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이지만, 연구결과를 통해 국민 한 명 한 명과 소통하고 공감하게 하는 것 역시 연구자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작은 날갯짓이 태풍을 만들 듯, 저희의 작은 소통이 미래 인재에게 동기부여가 될 수도 있으니까요. 간혹 성과를 좇느라 사회적 책임을 잊는 사례들도 있는데 당연한 것은 없다는 생각으로 다시 마음을 다잡는 계기가 됐습니다.
- 김현정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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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23-12-15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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