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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 천재 데니스 홍, “공학자라는 이름의 슈퍼 히어로” [2025 대한민국 과학기술축제] 제10회 세계과학문화 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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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인용 자동차를 최초 개발한 뒤, 한 시각장애 아동이 우리 연구실에 찾아왔습니다. 자동차를 직접 ‘보고’ 싶어 왔다고 했습니다. 이 아이는 자동차를 한참이나 만지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 순간을 담은 사진은 액자에 담아 제 방에 걸어두었습니다. 매일 아침 그 사진을 보며 제가 왜 과학을 연구하는지를 되새기죠.”

▲ 데니스홍 미국 UCLA 교수는 18일 열린 ‘제10회 세계과학문화포럼’에서 대중 강연을 펼쳤다. Ⓒ사이언스타임즈 권예슬

▲ 데니스홍 미국 UCLA 교수는 18일 열린 ‘제10회 세계과학문화포럼’에서 대중 강연을 펼쳤다. Ⓒ사이언스타임즈 권예슬

지난 18일 대전 유성구 도룡동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열린 ‘제10회 세계과학문화포럼’에 연사로 선 데니스 홍 미국 로스앤젤레스캘리포니아대(UCLA) 기계항공공학과 교수는 개발해 온 여러 로봇들과 시각장애인용 자동차 개발 경험 등을 대중과 공유하며 공학자라는 직업을 기술을 통해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는 ‘슈퍼 히어로’라고 소개했다.

대전시와 대덕연구개발특구기관장협의회, 대전관광공사는 ‘2025 대한민국 과학기술축제’ 개막에 맞춰 18일부터 19일까지 세계과학문화포럼을 열었다. ‘AI와 인간 중심성 Hi, AI’를 주제로 열린 이번 포럼에는 홍 교수를 포함한 대중성과 전문성을 겸비한 연사들의 흥미로운 강연이 이어졌다. 양일간 약 2,400명이 참여하고, 5개국 주한 대사관이 함께해 과학축제의 국제적 위상을 보여줬다.

▲ 4월 18~19일 대전 유성구 도룡동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열린 ‘제10회 세계과학문화포럼’에는 흥미로운 강연이 연이어 진행됐다. Ⓒ세계과학문화포럼

▲ 4월 18~19일 대전 유성구 도룡동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열린 ‘제10회 세계과학문화포럼’에는 흥미로운 강연이 연이어 진행됐다. Ⓒ세계과학문화포럼

 

무인자동차 대회 3위 후 찾아온 도전

데니스 홍 교수는 UCLA 기계항공공학부 내 로멜라(LOMELA)라는 연구소를 설립하고, 여러 형태의 로봇을 개발해왔다. 현재의 그가 ‘로봇의 신’, ‘로봇 권위자’ 등으로 불리기까지 여러 굵직한 이정표가 있었다. 그중 하나가 2007년 미 국방부 산하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이 주최한 무인자동차 대회 ‘어반 챌린지’다. 로멜라 연구진은 연구소 설립 4년 만에 이 대회에서 3위를 차지하며 파란을 일으켰다. 공상으로만 여겨졌던 무인자동차가 실제로 작동할 수 있음을 대중이 깨달은 순간이었다. 이후 2009년 글로벌 과학 전문매체 ‘파퓰러사이언스’에서 과학을 뒤흔드는 젊은 천재 10인 중 하나로 선정되기도 했다.

▲ 시각장애인용 자동차의 첫 시연 운전은 2011년 미국 플로리다주 데이토나 국제자동차경주장에서 열렸다. ⒸNational Federation of Blind

▲ 시각장애인용 자동차의 첫 시연 운전은 2011년 미국 플로리다주 데이토나 국제자동차경주장에서 열렸다. ⒸNational Federation of Blind

이후 미국 시각장애인협회(NFB)에서 새로운 과제를 냈다. 시각 장애인이 직접 판단하고 운전하는 자동차를 만드는 도전 과제였다. 이미 사람 없이 운전하는 자동차를 만든 만큼 자신감이 넘쳤다. 하지만 전혀 다른 도전이었다. 기계가 판단하는 무인자동차와 달리, 비(非)시각적 정보를 토대로 사람이 직접 판단하는 기술을 개발해야 했기 때문이다.

홍 교수는 “아무리 생각해도 뾰족한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아 시각장애인협회 본부로 찾아가 그들과 함께 생활했다”며 “그 과정에서 우리는 모두 똑같은 사람이라는 당연하고도 단순한 진실을 깨닫고, 더 연구에 몰두 할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이후 연구진은 2011년 1월 미국 플로리다주 데이토나 국제자동차경주장에서 시각장애인용 자동차 주행시험에 사상 처음으로 성공했다. 자동차는 GPS로 자신의 위치를 파악하며, 레이저로 차선이나 접근하는 다른 자동차, 도로 위 장애물을 파악한다. 차량에 탑재된 컴퓨터는 이 정보를 시각장애인이 낀 장갑과 좌석 등받이에 진동으로 전달한다. 점자로 글을 읽듯, 촉각으로 주행 정보를 파악하고 그것에 맞게 운전자가 직접 운전대와 브레이크, 액셀러레이터 등을 작동한다.

홍 교수는 “첫 시연이 끝나고 새로운 기술 개발이 정말로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고, 사회를 바꿀 수 있다는 것을 몸소 느껴 눈물이 났다”며 “돈과 재미가 아닌,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고, 독립과 자유를 주기 위한 로봇을 개발해야겠다는 지향점을 세우게 됐다”고 말했다.


로봇 월드컵 ‘로보컵’ 6회 우승 

▲ 2011~2015 로보컵에서 우승을 차지한 로멜라의 로봇 ‘찰리’ ⒸROMELA

▲ 2011~2015 로보컵에서 우승을 차지한 로멜라의 로봇 ‘찰리’ ⒸROMELA

로멜라 연구진의 마일스톤을 또 하나 꼽는다면 로봇 세계의 월드컵인 ‘로보컵’이다. 로봇이 2 대 2 축구 경기를 펼치는 형식의 대회다. 연구진은 휴머노이드 로봇 ‘찰리(CHARLI)’와 함께 로보컵 대회에 참가해 2011년부터 2015년까지 5년 연속 우승을 차지했다. 5번째 우승 후 개최된 시상식에서 ‘찰리는 이미 세계 최고의 로봇 축구 선수임을 입증했으니, 다른 로봇이 개발될 때까지 대회에 참가하지 않겠다’고 선포했다.

이후 2023년 아르테미스(ARTEMIS)로 다시 한번 로보컵 대회에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전년도 우승팀에 밀려 아쉽게 준우승에 그쳤다. 1년 뒤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에서 열린 ‘로보컵 2024’ 대회에서 키 142cm, 몸무게 38kg의 아르테미스는 6번의 경기를 전부 우승하며 트로피를 차지했다. 

▲ 2024 로보컵에서 우승을 차지한 로멜라의 로봇 아르테미스 ⒸROMELA

▲ 2024 로보컵에서 우승을 차지한 로멜라의 로봇 아르테미스 ⒸROMELA

화려한 우승 뒤엔 6년에 걸친 노력이 있었다. 홍 교수는 “로봇이 움직임을 제어하는 과정에서 힘을 조절하지 못해 자폭하며 산산조각 나기도 했지만, 이런 실패는 성공으로 가는 과정의 하나일 뿐이다”라며 “실패로부터 문제점을 파악하고, 개선하는 식으로 배워 마침내 아르테미스는 탄생시킬 수 있었다”고 말했다.

로보컵 대회의 최종 목표는 2050년 로봇 축구팀 대 인간 월드컵 우승팀이 펼치는 인간-로봇 축구 시합이다. 홍 교수는 “2026년 로보컵은 한국 인천에서 열리는 데, 고국에서 열리는 대회인 만큼 국민이 자랑스러워할 새로운 기술을 선보여 또다시 우승을 거머쥐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권예슬 리포터
yskwon0417@gmail.com
저작권자 2025-04-23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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