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걀은 소비자의 식탁과 요리사의 주방에서 귀중한 재료다. 조리법에 따라 다양한 식감을 내는 팔색조 같은 매력은 물론, 인간에게 필요한 대부분의 필수 영양소를 함유하고 있다. 삶아 먹는 방법은 가장 간단한 조리지만, 최고의 맛을 내긴 생각보다 까다롭다. 과학자들이 삶은 달걀의 노른자와 흰자를 모두 ‘이븐’하게 익힐 수 있는 최적의 조리법을 소개했다. 연구 결과는 2월 7일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의 자매지인 ‘커뮤니케이션스 엔지니어링(Communications Engineering)’에 게재됐다.
완숙, 반숙, 수비드…조리에 따라 식감도 영양도 각양각색
달걀은 그 자체로도, 요리의 첨가 재료로도 두루 사용된다. 삶은 달걀 조리를 어렵게 만드는 요인은 흰자와 노른자의 이중 층 구조에 있다. 흰자와 노른자가 서로 다른 온도에서 익기 때문이다. 흰자는 85℃, 노른자는 65℃에서 알맞게 익는다. 100℃의 끓는 물에서 달걀을 조리하면 노른자까지 완전히 퍽퍽하게 굳은 완숙 달걀이 만들어진다. 완숙 보다 적은 시간 동안 끓는 물에서 조리하면 반숙이 된다.
최근엔 60~70℃의 적당히 뜨거운 물에서 1시간 동안 조리하는 수비드 방식도 인기를 끈다. 수비드 조리의 경우 흰자가 반쯤 익는다. 흰자 속 여러 단백질 중 오보트랜스페린만 이 온도에서 굳기 때문이다.
이탈리아 나폴리페데리코2세대학교 연구진은 유체역학 소프트웨어를 이용하면 삶은 달걀을 완벽하게 만드는 조리법을 발굴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우선 연구진은 지역 슈퍼마켓에서 달걀을 구매한 뒤, 조리법 및 시간에 따른 달걀 내부의 온도 변화를 살폈다.
완숙 달걀의 경우 100℃의 끓는 물에서 약 12분 정도 조리하면 완성된다. 이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온도가 균일하게 상승했다. 반숙란의 경우 그 절반인 6분 정도 조리를 진행했는데, 껍질에 인접한 부분을 제외하고 다른 부분은 온도가 더 낮고 불균일했다. 수비드 달걀의 경우 달걀의 모든 부분이 65℃에 도달할 때까지 시간에 따른 온도가 단조롭게 증가했다.
끓는 물 목욕 후 미온수 샤워
이후 연구진은 흰자와 노른자가 모두 고루 익되, 퍽퍽하지 않는 조건을 찾는 수학적 모델을 수행했다. 시뮬레이션 결과, 100℃의 끓는 물이 담긴 냄비와 30℃의 미온수가 담긴 그릇에 달걀을 2분마다 번갈아 넣어가며 총 32분 동안 조리하는 방법이 가장 완벽했다. 연구진은 이 조리법에 ‘주기적 조리(periodic cooking)’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후 주기적 조리를 통해 달걀을 삶은 뒤, 완숙 달걀, 반숙란, 수비드 달걀과 식감을 비교했다. 노른자의 경우 수비드 달걀과 유사한 부드러운 식감을 냈다. 흰자의 경우 수비드와 반숙의 중간 정도의 식감을 냈다. 즉, 흰자는 반숙과 노른자는 수비드 달걀과 유사하다. 조리 동안 흰자의 온도는 35~100℃ 사이를 오갔고, 노른자의 온도는 67℃로 일정하게 유지됐다.
나아가 연구진은 화학적 분석을 통해 영양 성분도 분석했다. 주기적 조리 달걀은 다른 조리법에 비해 영양소인 폴리페놀 함량이 더 높았다. 폴리페놀은 심혈관계 질환, 암, 탈모 등 여러 질병 발병을 예방하는 건강상의 이점이 있는 것으로 밝혀진 영양소다.
연구를 이끈 에르네스토 디마이오 이탈리아 나폴리페데리코2세대 교수는 “유체역학을 이용해 달걀 조리법에 따른 온도, 질감, 화학적 변화를 분석한 것으로 이를 기반으로 또 다른 새로운 요리법을 고안할 수도 있다”며 “과학적 지식이 달걀을 요리하는 것과 같은 일상생활 속 사소한 부분도 개선할 수 있음을 보여준 흥미로운 연구”라고 말했다.
- 권예슬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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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25-03-10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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