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코로나와 유사한 수준의 보건 문제를 인류가 마지막으로 경험했던 것이 1918년쯤이다. 즉 100년 이상을 전 세계는 오늘날의 코로나와 같은 위기를 경험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이런 위기를 겪을 때 인류가 해결책을 찾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과학기술혁신에 있다. 과학기술은 그 자체만으로는 세계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그러나 기술을 사용하지 않고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거의 없다.”
지난 4일, 과학기술정책연구원이 '과학기술혁신정책을 혁신하라'는 주제로 개최한 2020 STEPI 국제심포지엄에서 코카오글루(Prof. Dundar F. Kocaoglu) 미국 포틀랜드 국제공학기술경영센터(PICMET) 학회장이 위드 코로나 시대에 과학기술혁신과 혁신정책의 중요성을 강조한 말이다.
위드 코로나 시대 과학기술혁신정책은?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국내외 과학기술혁신 전문가들이 온라인으로 모여 ‘위드 코로나’와 디지털 대전환 시대에 부응하는 과학기술혁신정책에 대해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는 코로나19 대유행으로부터 비롯된 환경 변화에 적응하고 경제사회 전반에 걸쳐 유연하고 탄력적인 시스템을 구축하려면 무엇보다 과학기술혁신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알레산드라 콜레키아(Dr. Alessandra Colecchia) OECD 과학기술혁신국 과학기술정책팀장은 “코로나19로 과학기술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었으며 과학기술혁신만이 현재의 위기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열쇠를 쥐고 있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 대응의 중심에 과학기술혁신이 있다는 얘기다. 현재는 코로나19에 최대한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 민간에서 다양하고 혁신적인 설루션들을 내놓고 있으며 디지털 기술은 이동 제한 등과 같은 문제들을 극복할 수 있는 여러 방법들을 제공하고 있다.
콜레키아 팀장은 “OECD 국가들의 코로나19 대응 정책을 보면 R&D에 대한 지출을 늘리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며 “이는 과학기술과 혁신이 앞으로 우리에게 필요한 전환을 이루기 위해서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각국의 R&D 지원정책 믹스를 보면 다양한 조세정책이나 세제 인센티브를 통한 간접적인 지원정책의 의존도가 높아졌을 뿐 직접적인 지원은 크게 늘지 않았다”고 우려하면서 “과학기술혁신에 대한 직접적인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기초연구에 대한 장기적인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 그래야만 언제 또 닥칠지 모르는 미래의 위기에 대응할 수 있으며, 장기적으로 리스크가 큰 R&D에 지원할 수 있고 보건과 같은 공익을 위한 혁신도 이뤄낼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콜레키아 팀장은 국제 협력의 제도화 필요성도 제기했다.
콜레키아 팀장은 “이번 코로나 위기로 유례없이 빠른 국제적 협력이 이뤄지고 있다. 많은 대학과 제약회사들, 과학계에서는 R&D 연구를 통해서 코로나19의 치료제와 백신 개발을 위해 협력하고 있다”며 “앞으로 미래 위기에 대비하려면 R&D 기술 플랫폼을 통해 국제 협력을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협력의 제도화…과학기술혁신정책을 혁신하라
또 이번 코로나19로 인해 기존 혁신 시스템의 일반적인 체계가 변화됐다는 것이 콜레키아 팀장의 지적이다. 기존에는 R&D 연구와 혁신을 위한 투자가 비즈니스 사이클에 따라 달라졌는데, 이번에는 좀 달랐다는 것. 경기가 나빠져도 R&D 집약적인 회사의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는 계속됐기 때문이다.
이로써 결국 R&D에 선두적인 기업들과 후발주자들 간의 격차나 기업별, 나라별, 지역별 격차를 더욱 벌어지게 된다는 것. 이것이 바로의 기존 연구혁신시스템의 한계점이라며 콜레키아 팀장은 “이런 한계를 극복해 나가지 못한다면 우리는 지속가능한 미래에 도달하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처럼 기존 과학기술혁신정책을 혁신할 필요성이 있다는데 뜻을 같이한 이명화 과학기술정책연구원 국가연구개발분석단장은 “지금까지의 경로 의존적인 접근 방식에서 벗어나 좀 더 혁신적이고, 지속가능하며 포용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혁신정책이 필요하다”며 “분야 간, 부처 간, 섹터 간 협력이 중요하고, 그런 협력체계를 만들어가는 것이 핵심”이라고 덧붙였다.
이뿐만 아니라 코로나19을 극복하면서 과학기술혁신이 더 발전할 것이라는 낙관론도 나왔다. 멜 호위치(Dr. Mel Horwitch) 헝가리 CEU 비즈니스 스쿨 전 학장은 “우리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지식을 집약하고 누적하는 방법을 배우고 있다. 그래서 불확실성과 다양성을 함께 가져가는 것에 대한 확신을 갖게 됐고, 그것이 미래에 대한 확신으로 이어지게 됐다”며 “코로나에 대응하면서 배운 것들을 접목했을 때 새로운 보건과 환경문제를 대처하는 자신감을 얻게 되었다”고 강조했다.
- 김순강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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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20-12-07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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