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학생들에게 야구를 가르친다고 하자. 학생들을 모아놓고 교사가 야구 규칙과 지난 역사, 야구 관련 통계 등을 가르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가? 후에 야구 팬(fan)이 되거나 선수가 되는 학생은 거의 없을 것이다.
지난 2월 미 백악관이 공개한 STEM교육 관련 보고서는 학생들로 하여금 야구의 묘미를 알게 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야구 체험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과학교육 역시 선수를 육성하기 위해서는 체험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특히 연구 경험은 학생들로 하여금 연구자가 되기 위한 필수 과정으로 모든 학생들에게 적용돼야 하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여학생들을 위해 필요하다며 남·여 평등한 체험교육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STEM 여성인력 다른 여성보다 33% 더 벌어
그러나 현실은 여성에게 비우호적이다. 미 상무부는 지난 해 ‘STEM 분야의 여성(Women in STEM)'이란 주제로 보고서를 내놓았다. 이 보고서는 여성 인력이 STEM 분야 참여가 저조하고, 이런 현상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STEM 교육을 받은 여성들이 진출하고 있는 분야는 주로 물리학, 생명과학인데 남성과 비교해 매우 적은 숫자인데다 일을 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남성과 비교해 수입액이 너무 적어 그 직업을 계속 이어갈지 미지수라고 밝혔다.
미국 인구조사국(Census Bureau)이 발표한 ‘2009년 미국 지역사회 설문조사 보고서(ACS)'에 따르면 여성은 미국 노동력의 48%를 차지하지만 STEM 분야에서는 24%에 불과하다는 수치가 나왔다. 이런 현상은 이전 10년간 거의 변화가 없었는데, 대학 교육을 받은 여성의 경우에도 상황은 마찬가지라는 분석이다.
조지타운 대에서 작성한 STEM 보고서는 이렇게 된 근본 원인이 전통적인 여성관에 있다고 보고 있다. 어린 아기 때부터 여성들에게는 블록보다는 인형이 주어지고 있는 전통적인 관습은 중학교에 다니는 여학생들에게까지 지독한 편견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
보고서는 그러나 이 같은 편견이 여성 근로자들의 능력을 잘못 판단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체적으로 STEM 노동자들은 민간 부문에서 활동하는 비(非) STEM 노동자들과 비교해 훨씬 많은 소득을 올리고 있는데, 여성들 역시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것.
모든 노동 요소들을 동일하게 한 후 그 생산성을 다른 분야 여성 인력들과 비교했을 때 STEM 분야 여성들이 33% 이상을 더 벌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그러나 이 같은 능력에도 불구하고 STEM 분야 여성 근로자의 소득은 남성에 비해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STEM 직업군 가운데 남성 근로자 수가 가장 많은 분야는 공학(engineering)으로 남성의 시간당 급여가 여성과 비교해 7%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과 여성 근로자의 수가 비교적 균형을 이루는 물리학과 생명과학 분야에서는 8%의 급여 격차를 보였으며, 컴퓨터와 수학 분야에서는 급여 격차가 20%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여성 인력의 STEM 진입을 차단시키는 요인이다.
상무부는 보고서를 통해 남·여 평등을 실현하면서 여성의 STEM 분야 진출을 적극 지원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장래 미국의 경쟁력과 혁신, 일자리 창출 등에 있어 남·여 인재들을 모두 활용할 경우 향후 든든한 지원세력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상무부 분석이다.
한국의 STEAM… 커리큘럼, 전문교사 양성이 관건
STEM 교육이 세계적으로 이슈화된 것은 지난 2007년 8월 미국이 ‘미국 경쟁력 강화 법안(American COMPETES Act)’을 제정하면서부터다. 지금 미국은 STEM 교육을 위해 포털사이트(www.scienceeducation.gov)를 운영하면서 교사, 학생, 학부모들에게 맞는 서비스를 계속 시행하고 있다.
또 오는 2018년까지 STEM 분야에서만 100만여 명의 STEM 학위 취득자가 필요하다고 보고, 우수 교수를 확보하기 위해 이민법까지 고쳐가면서 고급인력 모시기에 애를 쓰고 있다. STEM을 통해 국가 인력체질을 바꾸고, 이렇게 배출된 인력을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데 투입하겠다는 의도다.
이를 바라보는 다른 국가들 역시 융합교육의 중요성을 공감하는 분위기다. 대다수 국가들이 STEM 방식의 융합교육 도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미 EU, 일본 등이 STEM 방식의 융합교육을 시작했으며, 한국 역시 STEM에 Art(예술)를 추가한 STEAM 교육에 나서고 있다.
세계 각국이 이처럼 융합교육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은 재미있는 과학교육인 STEM을 통해 과학에 대한 흥미를 높이고, 전문 인력을 더 많이 양성해 과학기술 강국의 자리를 차지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우리나라도 융합교육에 많은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한국과학창의재단(이사장 강혜련)은 특히 올해 STEAM을 더욱 활성화하기 위해 STEAM 교사를 1만 명까지 양성할 계획이다. 또 교과 간의 융합형 수업이 가능한 ‘미래형 과학교실(스마트클래스)' 모델을 개발, 올 상반기 전국 32개교에 개설하고, 구체적인 교육 매뉴얼을 공급하겠다는 계획이다.
지금 우리나라의 상황에서 가장 필요한 일은 커리큘럼이다. 유치원에서 대학원까지 이어지는 거대한 융합교육(STEAM) 커리큘럼을 만들기 위해 관련 학계와 교육계, 정부, 기업 관계자들이 참여해 그 가능성을 타진하는 일 또한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STEAM 교사 수요가 더 늘어난다고 가정한다면, 대학 등에서 정식으로 STEAM 교과과정을 수료한 양질의 교사 양성책에 대해서도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 이강봉 객원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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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2-03-0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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