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일부 산지를 제외한 전국 대부분에 폭염특보가 발효된 가운데 연일 강한 더위로 인해 온열진환 환자가 급증해 주의가 필요하다.
이런 날씨에는 가급적 외출이나 야외활동을 자제하는 것이 좋지만, 불가피하다면 잠시라도 ‘그늘’에 머무르는 것이 좋다. 전문가들은 도시생활에서 무더위를 버티려면 곳곳에 그늘을 만드는 게 가장 효과적이라고 말한다.
도시 속 ‘그늘’, 더위를 피하는 간단한 방법
횡단보도 앞, 보행신호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그늘막 아래에서 잠시 햇볕을 피하고 있다. 버스를 기다리는 시민들도 정류장에 설치된 그늘막이나 쉼터에서 잠시 더위를 견디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가만히 서 있어도 땀이 흐르는 한여름 더위에 서너 평의 그늘은 말 그대로 ‘오아시스’가 되어 준다. 폭염이 덮친 도시의 풍경이다.
국내에서 그늘막은 2015년 6월 서울 서초구에서 최초로 설치한 이후 전국으로 확산됐다. 그늘막은 주로 횡단보도나 버스정류장 등 대기시간이 길고 자외선 노출이 많은 장소에 설치돼 시민들에게 잠깐이라도 더위를 피할 그늘을 제공해 준다. 횡단보도 보다 체류시간이 좀 더 긴 버스정류장에는 쿨링포그(Cooling Fog) 같은 인공냉각구역이 확충됐다. 지난 5월에는 강북구 버스정류장에 냉난방기와 편의시설을 갖춘 스마트 쉼터가 등장했다. 더위뿐만 아니라 미세먼지, 소나기, 추위를 노출된 시민들을 위한 서비스 시설이다.
태양을 피하고 싶다면, 도시에 ‘그늘’을 설치해야
인공 그늘은 도시에 필수 인프라가 됐다. 지난 달 26일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는 “그늘은 무더운 도시를 위한 필수 솔루션이다.”라는 제목의 논평이 실렸다.
켈리 터너(Kelly Turner) 캘리포니아주립대 도시계획부 교수와 아리앤 미델(Ariane Middel) 애리조나주립대 미디어공학부 교수는 논평을 통해 “도시에 그늘 인프라를 설치하는 것은 시민에게 전력 및 대중교통을 공급하는 것만큼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늘은 실외에서 열 관련 질환을 줄일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늘은 간단하게 만들 수 있지만, 효과는 매우 높다. 알려진 바와 같이 그늘은 태양복사열 및 지표온도로부터 인체를 보호한다. 특히 사람이 야외 활동할 때 쾌적함을 느끼는 적정 온도를 결정하는 주요 요소이기도 하다. 때문에 미국국립암연구센터에 따르면 미국 성인의 40% 가량이 야외에서 그늘을 찾는다고 발표했다.
또, 미국, 헝가리,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 여러 기후학자가 발표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고온다습한 열대지방은 그늘을 설치하는 것만으로 최소 20℃에서 40℃까지 열 차감 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알려졌다.
하지만 그늘은 도시계획 및 기후변화 대응 전략에서 자주 간과된다. 때문에 아직도 많은 도시의 대중교통 정류장, 도로, 학교 놀이 공간 등에 인공그늘 시설이 미비하다.
미델 교수는 “수세기 동안 그늘은 도시 디자인의 필수적인 고려사항이었다.”고 강조했다. 미델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로마인들은 그늘을 제공하는 안뜰과 물이 증발하면서 냉방효과를 내는 분수가 있는 집을 설계했다. 그리고 더운 지역의 건물은 안뜰과 돌출부를 통합했고, 일부 도시의 거리는 태양을 차단하도록 방향을 지정해 지었다. 즉, 집, 거리, 도시 전체가 적절한 그늘을 통해 온도를 조절할 수 있는 ‘계획형 설계’가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대의 도시는 편리함을 제공하는 전기, 교통 인프라는 갖췄지만, 그늘에 대한 고려는 배제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터너 교수는 “미래의 도시계획에는 시민이 겪는 체감온도를 고려한 ‘그늘’이 필수로 고려되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늘’이라고 하면 통상 나무 심기, 녹지조성, 건물의 옥상 도색 등을 떠올리는데, 이제는 이를 넘어선 도시 맞춤형 그늘막 기술이 도입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미국 애리조나주 템프시에 설치된 ‘태양열 패널 캐노피’는 태양 에너지를 활용해 전기를 생성하면서 자동차와 사람들 보호하는 그늘막 기능이 추가돼 있다. 또, 아부다비는 보행도로의 80%에 그늘막 설치, 공공공원의 모든 휴식공간 및 놀이 구조물에 대해 100% 인공그늘을 적용할 것을 권고했다. 이스라엘의 텔아비브는 ‘그늘 계획 지침’에 따라 공공도로 및 인도의 80%에 그늘을 만들고, 학교 운동장에는 50%의 그늘을 둘 것을 권장했다.
도시의 ‘열’을 올리는 여러 가지 원인들
7일 오전 기상청은 오늘 서울의 낮기온이 36℃까지 오르고, 습도까지 높아서 더 뜨겁게 느껴질 것이라고 예보했다. 올여름 최고 기온을 경신한 이 기온을 사람들은 더 무덥게 체감하게 된다는 예보다.
여름철 체감온도는 습도와 일사량의 영향이 반영된다. 습도의 경우 50%를 기준으로 습도가 10%씩 증가 또는 감소함에 따라 체감하는 온도가 약 1℃씩 증감한다. 우리나라 여름에 해당하는 7~8월의 평균 습도는 78~79%, 상대습도는 76.3% 정도로 높기 때문에 유난히 덥다고 느끼는 이유다.
그리고 체감온도 공식에는 반영되지 않지만, 지표온도 역시 사람들이 느끼는 무더위의 원인 중 하나다. 지표온도는 인공위성 등을 이용해 지표면에서 재는 온도로 태양에서 들어오는 일사량과 지표면에서 방출되는 복사열이 반영된다.
지난해 국립환경과학원이 공개한 전국의 ‘여름철 지표온도 지도’에 따르면 지표온도가 높은 지역, 즉 빨간색으로 표시된 지역이 수도권에 집중된 것을 볼 수 있다. 지리산을 출발해 산맥을 이루고 있는 지역에 파란색이 많은 것과는 대조된다. 도시의 지표온도가 높은 이유는 열섬현상 때문이다. 도시에 빼곡하게 들어선 건물에서 나오는 에어콘 폐열, 교통기관에서 나오는 열기, 태양열을 흡수한 아스팔트가 도시 내부에 열을 가두고 지표면의 온도를 높인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도시의 열을 높이는 여러 가지 원인들 속에서 더위에 버티기 위한 조치가 강구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폭염연구센터는 올해 같은 무더운 여름이 앞으로 또 올 것을 전망하면서, 기후변화의 부정적 영향을 줄이려는 동시에 폭염에 대응하기 위한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김현정 리포터
- vegastar0707@gmail.com
- 저작권자 2023-08-08 ⓒ ScienceTimes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