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UN총회에서 2030년까지 달성하기로 결의한 의제인 “지속가능발전목표(SDGs)”는 인류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17개 목표와 169개 세부목표로 제시하고 있다. 사이언스타임즈에서는 SDGs 실현을 위한 과학기술의 역할과 동향을 살펴보는 시리즈를 연재한다.
“본 의제는 사람, 지구 및 번영을 위한 행동계획이다. 이 계획은 더 큰 자유 속에서 보편적 평화를 증진하고자 한다. 우리는 극빈을 포함한 모든 형태와 차원의 빈곤을 근절하는 것이 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최대의 글로벌 과제이자 하나의 필수 요건임을 인식한다.”
지속가능발전목표(이하 SDGs) 서문에는 이렇게 기재돼 있다. 유독 눈에 들어오는 단어가 있다. ‘극빈’과 ‘빈곤’이다. 우리는 각자가 속한 다양한 사회를 기준으로 보는 경향이 짙어 누군가는 경험해보지 못한 개념일 수도 있고, 누군가는 삶의 모습 그 자체일 수도 있다. 이런 인식의 차이는 결국 차별의 일반화로 귀결되기 쉽다.
UN은 이를 범지구적 차원에서 그리고 다양한 영역에서 지속적으로 개발하기 위한 행동목표로 설정했다. 때문에 과학기술 역시 SDGs를 실현하기 위한 책임과 의무가 있다. 모두의 역할이기도 하다.
2022년 눈부신 발전에 가려진 빈곤과 기아, 결핍
SDGs 1번과 2번 목표는 빈곤과 기아를 종식시키는 것을 목표로 포함한다.
2022년 눈부신 발전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지금, 지구 어느 곳에서는 빈곤과 기아, 결핍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런 현황을 보면 인간이 항상 진보하는 것을 아니라는 인식에 경종을 울린다.
빈곤은 지속적인 생계를 보장하기 위한 수입과 자원의 결핍으로 인해 발생한다. 2000년대 이후 세계 빈곤율은 절반 수준으로 낮아졌다고 알려졌지만, 여전히 개발도상국의 10명 중 1명은 국제 빈곤선 이하의 생활비로 살고, 극심한 빈곤으로 고통받고 있다.
특히 SDGs 제2목표 “Zero Hunger”를 눈여겨보자. 2번 목표는 “기아를 종식시키고 식량안보를 달성하며, 영양 상태를 개선하고 지속가능한 농업을 촉진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 세계가 기아 종식을 목표로 결의했음에도 불구하고 안타깝게도 상황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실제로 <세계 식량 위기 보고서>는 2020년에 식량 위기의 규모와 심각성이 증가했고, 전 세계 4,100만 명이 기근의 구렁텅이에 빠지기 직전이라고 경고했다. 최근의 위기는 코로나19와 무력 분쟁이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되지만, 사실 식량 시스템의 모든 측면에는 기후위기가 맞닿아 있다.
기후변화는 이미 기온 상승과 강수 패턴을 변화시켰고, 잦은 기상 이변을 통해 식량 불안정을 가중시키고 있다. 그렇다 보니 농업 의존도가 높은 나라에서는 경제 상황 악화, 만성적 기아 상황으로 직결 될 수밖에 없다.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는 이런 상황에 큰 영향을 받고 있는 대표적인 나라다. 원조국과 수원국은 기아 증가를 막기 위해 농업 연구 개발과 물 관리, 농촌 인프라 구축 등에 투자하고 있지만 부족하다.
그렇다면 이런 상황의 흐름을 바꾸기 위한 과학기술의 역할은 무엇일까. 기후협약을 준수하는 것과 병행하여 안정적 농업을 통해 식량안보를 유지할 수 있는 과학기술은 어디까지 발전해왔을까.
소프트웨어 기업들의 농업기술 투자 높아져
농업기술은 생산성과 효율성 향상을 목표로 발전해왔다. 제조업이 이런 목표 달성을 위해 첨단기술을 도입하듯이 최근 농업기술도 역시 디지털 기술로 전환하는 분위기다. 실제로 최근 농업이 사람의 단순 노동에서 디지털기술을 기반으로 한 서비스업으로 확장됨에 따라 농업 분야의 전통 기업들이 소프트웨어 업체들과의 인수합병을 통해 시장을 확장하고 있다.
시장조사 전문기관 ‘Emergen Research’에 따르면, 전 세계 농업기술 서비스 시장 규모는 연평균 20.7% 성장세를 보여 2028년 49억 3000만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2020년 기준 소프트웨어 서비스가 전체 농업기술 서비스 시장의 73%를 차지했으며, 이 폭이 빠르게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주로 농업 관련 소프트웨어는 드론 농업, 스마트 모니터링 솔루션, 자율농업 기계, 스마트장비, 원격 모니터링 등을 중심으로 개발되고 있다. 또한, 비료의 정확한 위치와 양을 결정하는 데이터 분석 프로그램이 해당 부문의 성장을 주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표적으로 세계 1위 농기계 제조사인 존디어(John Deere)는 농업용 빅데이터 및 인공지능 기술을 농기계에 접목하기 위해 관련 소프트웨어 업체들을 인수하고 있다. 이를 통해 데이터 기반 파종처방 서비스를 상용화했으며, 완전 자율주행 트랙터 ‘8R’을 선보였다.
미국 농기계 제조사인 에그코(AGCO)는 디지털 농업 솔루션 개발업체인 솔린프텍(Solinftec)과의 기술 파트너십 체결을 통해 농장 솔루션 패키지를 발표한 바 있다. 농기계 사용자는 디지털 솔루션에 접속하여 기상관측, 토양센서, 원격측정 네트워크, 독점 알고리즘 등을 확인할 수 있다.
2022년 개최된 CES 전시회에서 존디어 최고기술책임자인 자미 힌드먼(Jahmy Hindman)은 “첨단기술 도입이 시급한 분야는 농업”이라고 말했다. 기후변화에 따른 사용 가능한 토지의 감소, 또한 인구절벽을 맞은 일부 국가의 노동력 감소 등의 변수로 작용해 농업 생산력이 낮아지고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농업과 신기술, 첨단 과학기술이 적용되어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것은 SDGs 측면에서 고무적인 일이다. 이런 기술력이 SDGs 본연의 목적처럼 사람, 지구 및 번영을 위한 솔루션이 되기를 희망한다.
- 김현정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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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22-11-30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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