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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
김준래 객원기자
2020-01-22

'독사 어금니' 닮은 미세 주삿바늘 실험실 창업 페스티벌 개최…성공 사례 공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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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실 창업지원 사업’의 지원성과를 공유하고, 실험실 창업 기업에 대한 투자기회를 제공하여 실험실 창업을 활성화하기 위한 행사인 ‘LAB Start-UP 2020’이 지난 21일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개최되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최하고 한국청년기업가정신재단이 주관한 이번 행사는 실험실 창업 기업의 대표적 성공 사례를 통해 예비 창업자의 벤치마킹을 유도하고, 일반 관람객에게는 창업에 대한 흥미를 고취시키자는 취지로 마련되었다.

이번 행사는 실험실 창업 기업의 성공 사례 공유를 통해 예비 창업자의 벤치마킹을 유도하자는 취지로 마련되었다 ⓒ 김준래/ScienceTimes

독사의 어금니 원리를 모사한 약물 전달 패치

‘LAB START UP’은 일종의 실험실 창업 페스티벌이다. 대학이 정부의 R&D 지원을 통해 확보한 논문 또는 특허 형태로 보유하고 있는 혁신기술을 기반으로 창업하는 것이 ‘실험실 창업지원 사업’인데, ‘LAB START UP’은 이런 창업 기업들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수 있도록 하는 홍보의 장이라 할 수 있다.

실험실 창업은 일반적인 아이디어 창업과 다르게, 혁신기술을 바탕으로 기존에 없던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기술집약형 창업을 가리킨다. 이날 행사에는 실험실 창업을 통해 코스닥에 사장된 기업을 시작으로 실험실창업 탐색팀 및 창업선도대학 창업팀 등이 대거 참여하여 성황을 이뤘다.

실험실 특화형 창업선도대학 창업 모델의 하나로 행사에 참여한 숭실대의 배원규 교수팀은  ‘독사 어금니를 닮은 패치형 약물 전달 시스템’의 사업화 방안을 발표하여 주목을 끌었다.

배 교수는 “독사의 어금니를 닮은 미세 주삿바늘을 통해 고분자 약물을 피부 안으로 빠르고 효율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약물 전달 패치”라고 소개하며 “파스 형태로 붙이기 때문에 기존의 실린지형 주삿바늘에 거부감을 갖고 있는 어린이나 사람들에게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흥미로운 점은 기존의 주삿바늘과 배 교수가 개발한 미세 주삿바늘이 모두 독사의 어금니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사실이다. 차이라면 기존의 주삿바늘은 독사의 앞 어금니 원리를 기본으로 하고 있는 반면에, 미세 주삿바늘은 뒷 어금니의 원리를 닮았다는 것이다.

독사의 어금니 원리를 모사한 신개념 약물전달 시스템 ⓒ 숭실대학교

독사의 앞 어금니는 실린지 같은 펌프 구조로 이루어져 있어서 먹이를 무는 순간, 압력에 의해 독이 들어가도록 만들어졌다. 이와는 달리 뒷 어금니는 독을 밀어 넣는 펌프 같은 구조가 없지만, 무는 순간 먹이의 피부 표면에 미세한 구멍이 생겨 이 구멍을 따라 독물이 들어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시 말해 외부의 압력 없이도 뒷 어금니는 먹이의 피부에 구멍을 내고, 그 구멍을 따라 독이 저절로 침투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이는 액체 속에 폭이 좁고 긴 관을 넣었을 때 관 내부의 액체가 외부로 이동해 관 속 액체 표면이 낮아지는 모세관 현상과 동일한 원리다.

배 교수는 “독사의 뒷 어금니는 앞 어금니와는 달리 먹이의 피부에 이빨이 박혔을 때, 벌어진 피부 틈으로 모세관 현상에 의해 독이 자연스럽게 빨려 들어가는 원리로 구성되어 있다”라고 밝히며 “따라서 압력이 필요한 앞 어금니와는 달리 훨씬 빠르고 간단하게 독을 전달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의료 및 화장품 분야서 활용 기대

사실 주삿바늘에 대한 거부감과 통증을 줄일 수 있는 미세구조의 주삿바늘은 이전에도 많이 개발되었었다. 바로 마이크로 니들(micro needle)이라 부르는 약물전달 시스템이다. 그렇다면 배 교수의 패치형 미세 주삿바늘과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이에 대해 배 교수는 “기존에 개발된 마이크로 니들의 경우 약물의 고체화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액상 형태가 대부분인 약물 시장에서 적용하기 어렵다는 단점을 갖고 있다”라고 소개하며 “이 외에도 인허가의 경우 우리 연구진이 개발한 미세 형태의 주사는 기존 주사의 형태를 그대로 따르고 있기 때문에 그 기간이 매우 짧다”라고 언급했다.

취지가 아무리 좋아도 성능이 따라주지 못하면 소용이 없다. 배 교수와 연구진은 반도체 공정을 이용하여 독사의 뒷 어금니 구조를 본 뜬 100여 개의 미세 주삿바늘을 배열한 엄지손톱 크기만 한 패치형 전달 시스템을 만들었다.

이어서 슈퍼컴퓨터로 유체 시뮬레이션을 해보자 뒷 어금니를 닮은 미세 주삿바늘이 기존의 실린지 주사기와 같은 기능을 수행하는 것을 확인했다.

이어서 연구진은 실험용 쥐와 실험용 설치류인 기니피그의 살갗에 패치를 부착하여 실제 피부에서도 제대로 약물전달 시스템이 작동하는지를 파악했다. 그 결과 5초 만에 백신이나 유효 약물이 전달된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행사장 로비에는 실험실 창업 기업들의 전시 부스가 마련되어 눈길을 끌었다 ⓒ 김준래/ScienceTimes

배 교수와 연구진이 개발한 이 기술은 당뇨 환자를 위한 인슐린 패치나 치매 환자를 위한 도네페질(Donepezil) 패치 등, 난치병으로 알려져 있는 질병의 치료에 활용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의료 분야 외에 주목받는 산업으로는 화장품 분야를 꼽을 수 있다. 기존의 코스메틱 제품들이 안고 있는 피부흡수율을 대폭 높여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실제로 해당 시스템을 피부에 적용해 본 결과, 미백 성분 및 주름개선 성분의 흡수율을 수십만 배 증가시켜 화장품으로의 활용도를 극대화해 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배 교수는 “이 외에도 히알루론산이나 비타민처럼 고분자 구조로 이루어져 있어서 패치형으로 개발되지 못했던 물질들도 앞으로는 바늘로 찌르는 고통 없이 피부에 흡수되도록 하는 데 쓰일 수 있다”라고 예측하며 발표를 마무리했다.

김준래 객원기자
stimes@naver.com
저작권자 2020-01-22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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