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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래 객원기자
2017-05-11

산림과학원, 벚나무 육성 프로젝트 추진 대표적 경제수(樹)로… 활용 방안 본격 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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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능과 용모를 동시에 갖고 있다는 의미의 말인 ‘재색(才色)을 겸비하다’는 딱 이 나무를 나타내기 위해 탄생한 표현으로 보인다. 바로 ‘벚나무’다.

봄을 대표하는 벚꽃을 피우기 때문에 대부분 벚나무를 조경수(造景樹)로만 알고 있지만, 목재로도 손색이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벚나무는 목재로도 손색이 없는 나무다 ⓒ 산림과학원
벚나무는 목재로도 손색이 없는 나무다 ⓒ 산림과학원

이 같은 벚나무의 가치를 산업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최근 국립산림과학원이 소매를 걷어붙이고 나섰다. 농가 소득 향상과 목재 자급률 향상을 위해 벚나무를 고품질 명품활엽수로 육성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최근 세부 추진계획 마련에 들어갔다.

산림 분야의 주요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벚나무 원산지

벚나무는 장미과(Roaceae)에 속하는 식물로서 전 세계 400여 종이 북반구의 아열대와 온대지방에 분포하고 있다. 우리나라 자생종으로는 왕벚나무가 대표적이고, 이외에도 섬벚나무와 산벚나무 등 16종이 국내에서 자생하고 있다.

이들 중에서 가장 많이 알려진 벚나무로는 왕벚나무를 꼽을 수 있다. 그 이유는 두 가지인데, 벚꽃 중에서도 가장 화사함을 자랑하기 때문이다. 벚꽃이 봄을 상징하는 꽃인 만큼, 모두들 아름답지만 왕벚나무의 벚꽃이야말로 화려함의 극치를 보여준다.

또 하나의 이유는 원산지에 대한 논쟁 때문이다. 일본의 벚꽃이 워낙 유명하다보니 모든 벚나무들의 원산지가 마치 일본인 것처럼 알려져 있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

벚나무로 만들어진 팔만대장경판 ⓒ 문화재청
벚나무로 만들어진 팔만대장경판 ⓒ 문화재청

일례로 지난 1901년 일본의 마쓰무라(Matzmura) 박사가 왕벚나무의 원산지가 일본이라는 주장을 폈는데, 당시의 시대적 상황도 있고 해서 그런 주장이 사실처럼 받아들여진 적이 있다.

하지만 1908년에 프랑스 선교사가 제주도에서 왕벚나무의 표본을 채집하며 상황이 달라졌다. 이를 전해 받은 독일 베를린대의 쾨네(Köne) 박사에 의해 제주도가 왕벚나무의 자생지임이 처음 알려지면서 원산지가 일본이 아니라 조선인 것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것.

왕벚나무의 해묵은 원산지 논란은 이때부터 시작되었고, 1932년에 일본 교토제국대의 고이즈미(Koitzumi) 박사가 왕벚나무의 원산지를 제주도라고 발표하면서 논쟁은 더욱 가열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왕벚나무는 일제의 잔재로 여겨지면서 광복 이후, 상당수의 나무가 잘려나가는 아픔을 겪기도 했는데, 1960년대 들어 제주도와 전남의 해남 지역에서 왕벚나무 자생지가 잇따라 발견되면서 재조명받기 시작했다.

목재로도 손색없는 벚나무 활용 방안이 논의되고 있어

왕벚나무를 포함한 모든 벚나무가 가로수나 공원수로 많이 심겨지다 보니 조경수라는 인식이 강하지만, 사실 목재로도 전혀 손색이 없다. 조직이 치밀하고 단단하면서도 탄력이 있기 때문에 건축 내장재나 가구재로 많이 사용되고 있다.

최고의 벚꽃을 피우는 것이 왕벚나무라면, 목재로서 가장 각광받는 벚나무 품종은 산벚나무다. 다른 벚나무들이 상대적으로 굵지 않고 뒤틀림이 생기는데 반해, 산벚나무는 질감이 뛰어나고 단단하면서도 깨끗한 재질을 갖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이 같은 평가가 내려지는 이유는 천년이 넘는 세월을 변형 없이 견딘 팔만대장경만 보더라도 알 수 있다. 과거 경북대 연구진이 고려시대 팔만대장경을 대상으로 표본조사를 한 결과를 살펴보면, 경판의 60% 이상이 산벚나무로 만들어진 것으로 파악됐다.

이뿐만이 아니다. 조선의 활인 국궁(國弓) 제작에도 벚나무가 쓰이는 것으로 밝혀졌는데, 전문가들은 벚나무 껍질을 활의 뼈대에 감싸면 방수효과와 함께 탄력이 증대되기 때문에 사용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벚나무의 활용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토론회가 최근 개최됐다 ⓒ 산림과학원
벚나무의 활용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토론회가 최근 개최됐다 ⓒ 산림과학원

다음은 현재 벚나무 육성 프로젝트의 실무를 담당하고 있는 국립산림과학원 임목육종과의 나성준 연구사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 벚나무 육성 프로젝트의 핵심 방안을 간략하게 설명해 달라

벚나무들은 아름다운 꽃을 보는 조경수와 고품질 목재를 생산할 수 있는 용재수(用材樹)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나무다. 따라서 벚나무를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경제수(樹)로 만든다는 것이 프로젝트의 핵심 방안이다.

- 벚나무 중 특히 왕벚나무의 원산지에 대한 논란이 있는데 이에 대한 의견은?

여러 가지 설들이 있는 것은 맞지만 왕벚나무의 자생지는 일본이 아닌 제주도가 맞다. 일본에 없는 군락지가 제주에 존재하는 것이 ‘제주 원산지설’을 뒷받침하는 근거다. 다만 제주의 왕벚나무가 일본으로 건너갔다는 증거가 없기 때문에 일본의 왕벚나무 원산지가 한반도라는 것을 주장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 해외의 벚나무 품종들과 비교했을 때, 국내 벚나무들의 경쟁력은?

흔히 체리목이라 부르는 수입산 벚나무들은 현재 소나무나 낙엽송보다 10∼15배 높은 가격으로 거래되고 있다. 우리나라 자생 벚나무의 재질이 수입산 체리목보다 더 뛰어난 부분이 많은 만큼, 경쟁력을 기대해 볼 수 있다.

- 향후 계획에 대해 간단히 언급해 달라

최근 국립산림과학원은 미래에 수요가 클 것으로 예상되는 벚나무들의 육성 방안을 다각적으로 논의하기 위해 ‘미래 신수요 유망활엽수 벚나무 육성 방안 토론회’를 개최한 바 있다. 현장토론회에서 논의된 벚나무의 자원화 방안과 용재수로서의 육종 전략, 그리고 병충해 예방 및 우수 품종의 대량보급 등을 중심으로 벚나무 보급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김준래 객원기자
stimes@naver.com
저작권자 2017-05-1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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