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독일, 일본 등 세계 주요 선진국들은 원천기술 확보에서 상당한 우위를 점하고 있으면서도 최근 침체된 경제를 부흥시킬 원동력으로 제조업에 다시 주목하고 있습니다. 우리 정부 역시 ‘제조업 3.0’ 전략으로 경제활성화에 노력하고 있는 만큼 우리 연구원도 이에 발맞추어 제조업 기술 향상의 견인차로서 연구와 기술 보급에 더욱 박차를 가하겠습니다.”
국내 유일의 중소기업 지원 전문 출연연구기관인 한국생산기술연구원(KITECH, 카이텍) 이영수 원장(62)은 중소·중견기업들이 이제는 저가 전략을 넘어 제조공정 혁신을 통한 기술경쟁력 확보에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중소기업은 우리나라 전체 산업체의 99%, 전체 고용인원의 88%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크고, 자동차, 선박, 반도체 등 국가 주력산업의 부품소재를 공급하는 우리 산업의 뿌리이자 기둥입니다. 이런 뿌리 산업체들이 자금이나 인력, 정보, 기술력 등에서 여전히 열악한 환경에 처해 있으나 우리 연구원은 다양한 기업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한 해 평균 8만 여건의 기술지원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국내 유일의 실용화 전문 연구기관
카이텍은 지난 1989년 설립된 실용화 전문 연구기관으로 다른 출연기관과 달리 정관에서부터 '중소기업 지원'이 명시된 유일한 기관이다.
이 원장은 기술이 필요하면서도 카이텍의 존재를 모르거나 카이텍과 협조할 방법을 알지 못하는 중소기업들을 위해 각 지역본부를 중심으로 홍보와 기술지도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해 초 취임 후 연구 부문과 실용화 부문을 일원화해 연구 효율성을 높이고 협력체제를 강화하기 위한 두 차례에 걸쳐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산업 원천기술 개발의 중요성을 감안해 인천지역본부는 주조, 금형, 성형, 용접· 접합, 열처리 분야 등을 자동화(Automatic), 청정화(Clean), 용이화(Easy) 할 수 있는 기술개발을 맡는 뿌리산업기술연구소로, 경기지역본부는 로봇, ICT, 섬유의류, 마이크로나노공정 등 고부가가치 융·복합 기술 개발을 위한 융합생산기술연구소로 그리고 충청지역본부는 친환경 기술과 고효율에너지시스템을 개발하는 청정생산시스템연구소로 개편하고, 기업 지원의 사각지대를 줄이기 위해 전주와 울산센터를 각각 지역본부로 승격해 호남, 대구경북, 동남, 강원, 전북, 울산, 제주의 7개 지역본부가 현장형 밀착 지원을 더욱 강화하도록 했습니다.”
세계에 내놓을 생산기술 개발해 산업체 이전
카이텍의 최근 연구 실적을 살펴보면 이 기관이 무슨 연구를 하고 어떻게 기업을 지원하는가를 좀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먼저 '휴대전화 케이스에 쓰이는 에코-알루미늄 및 에코-마그네슘 개발'이다.
2011년에 개발해 현재 휴대전화 케이스에 쓰이고 있는 세계 최초의 에코(환경)-알루미늄 및 에코-마그네슘은 마그네슘 합금에 칼슘계 화합물을 첨가하여 고온가열 시의 발화와 환경문제를 해결한 획기적인 원천소재 개발 성과로 꼽힌다. 이 기술 개발로 제조원가는 60% 줄이고, 강도는 5%를 향상시켰다. 기술 이전에 따라 생산 유발 효과는 총 5조원, 원가절감 효과 6조원, 수송수단의 경량화에 따른 탄소배출권을 연 18조원 줄이는 효과를 거뒀다. 지난해까지 25억원의 기술료를 받았고, 현재 미국 보잉사와 항공기용 소재 개발을 위한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다음으로 '무기(無機) 바인더를 이용한 중자 및 주조품 제조기술'이다.
모래 주형을 만들기 위해 모래를 단단히 굳히는 결합제인 바인더의 경우 기존의 독일 제품인 유기 바인더는 페놀과 벤젠, 포름알데히드 등 환경오염물질을 발생시키고, 기포로 인해 최종 제품의 밀도와 강도를 떨어뜨리는 단점이 있었다. 카이텍은 우리나라 장마철과 같은 고온다습한 환경에서도 초기 강도를 유지하고, 기존의 세계 최고 기술에 비해 흡습강도를 500% 이상 개선한 반영구적인 무기 바인더를 개발하고 아울러 주물 중공부 주형인 중자 제조 기술의 국산화에도 성공해 지난 6월 국내 업체에 기술을 이전했다. 이에 따라 연간 2,480억원의 수입대체 효과와 645억원의 사회적 비용을 절감하는 효과를 거두고, 카이텍은 기술 이전에 따라 지난해 24억원의 기술료 수익을 얻었다.
“지원 중소기업에 대한 카이텍의 생산성 기여도는 12.78%”
카이텍은 보유하고 있는 우수 특허기술을 중소기업에 이전해 사업화 성공을 유도하고 있기도 하다.
한 예로 전자제품의 내외장 부품 코팅재료로 쓰이는 친환경적이고 에너지 효율이 높은 소재의 ‘다성분 나노구조 코팅재료 공정기술’을 A사에 기술 이전해 지난해 13억여원의 기술료를 받았다. 기술을 이전 받은 업체는 연간 약 45억원의 수입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성장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의 애로사항을 진단해 기술을 지원하고, 신성장 발굴 아이템을 제시하는 것도 카이텍 주요 지원업무의 하나다.
최근 중소기업에 3차원 벤딩이 가능한 CNC머신 시제품 제작을 지원해 좋은 성과를 얻었다. 카이텍은 CNC 벤딩머신 국산화 자체 개발을 위해 기술지원을 필요로 하는 업체에 CAD 정보기반 제품 자동성형 프로그램 개발에 대한 기술자문을 한 결과, 불량률을 10%에서 5%로 개선하는 효과를 거두고, 고가의 생산설비 비용 절감과 향후 제품 사업화에 따른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교두보도 마련토록 했다.
카이텍의 이런 중소기업 지원 효과는 수치로 따지면 어느 정도나 될까.
이 원장은 “연구와 기술지원, 기술이전에 따른 카이텍의 기여도를 산정하기 위해 계량분석 모델을 적용해 2010~2012년 사이의 수혜기업 중 1,328개사의 국세청 재무제표 등 객관적 데이터를 활용해 분석한 결과 한 중소기업당 매출액 향상 8억4000만원, 고용창출 4.6명을 기록한 것으로 나왔다”며 “현재 이들 기업에 대한 카이텍의 생산성 기여도는 12.78%로서 기술이 부족한 업체는 상대적으로 이보다 높고, 기술력이 성장한 업체는 이보다 낮다”고 설명했다.
‘보고서에서 제품으로, 실험실에서 현장으로’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 노벨상을 받을 만한 훌륭한 발견이라도 이것이 산업화를 거쳐 인간의 실생활에서 널리 활용되어야 더욱 제 빛을 발할 수 있다. 카이텍은 기술의 산업화 혹은 사업화에 대한 노하우와 강점을 지닌 연구원인 만큼, 다른 출연연구원들과 연계하여 기초기술이나 원천기술의 산업화를 위해서도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8월 18일 카이텍이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과 KIST가 보유환 원천기술의 실용화를 위한 공동연구 MOU를 체결한 것도 그런 노력의 하나다.
“공동연구를 통해 카이텍은 원천기술을 개발하는데 소요되는 장비, 인력, 시간 등의 절대적 비용을 절약할 수 있고, KIST는 실용화 연구부문에 필요한 역량을 확보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장기적으로 국가연구개발의 중복투자 방지 및 비용절감 효과가 각 기관의 연구생산성 강화 및 성과 창출 효과 극대화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이 같은 연구기관 간 협조는 그간 연구영역이 달라 닫혀 있던 출연 연구소 간의 소통의 문을 열고, 기술교류 장을 마련함으로써, 신규 아이디어 창출과 연구애로 사항 공유를 통한 문제해결 등과 같은 부가적인 성과도 창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원장은 “이번 MOU를 계기로 앞으로 출연(연) 간의 공동연구를 제도적으로 체계화해 국가 기술경쟁력 향상에 기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김병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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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5-09-09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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