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밝은 대낮에도 전조등이나 전조등 주위에 있는 조명을 켜고 운행하는 자동차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대낮부터 웬 조명?’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사실은 조만간 시행될 도로교통 법규를 위한 캠페인이라 보면 된다. 시행 예정인 법규란 올해 7월부터 생산되는 자동차는 차종을 막론하고 간접 조명이 의무적으로 부착되는 것을 말한다.
의무적으로 부착될 ‘주간주행등’이란 낮에 다른 운전자 및 보행자가 자동차를 쉽게 알아챌 수 있도록 전조등 주위에 별도로 장착되는 소형 발광다이오드(LED) 램프를 말한다. 이 조명등이 부착된 자동차의 경우, 시동을 걸면 낮에도 자동으로 주행등이 켜지게 된다.
교통사고 예방에 도움 주는 주간주행등
왜 환한 대낮에 주행등을 켜는 것일까? 그 이유는 주행하는 차량의 움직임을 타인에게 쉽게 알림으로써, 차량운전자와 보행자의 교통사고 예방에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럴까? 이 같은 의문에 대해 교통안전공단이 직접 조사한 사례가 있다. 지난 2009년에 교통안전공단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주간에 등을 켜고 달렸을 때, 교통사고가 약 28% 감소되어 연간 1조 2500억 원 규모의 교통사고 손실 비용이 줄어드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최근에는 교통안전공단에서 자동차가 주간에 등을 켜고 달리는 것이, 보행자와 운전자가 위험을 인지하는데 있어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를 실험한 적이 있었다. 실험 결과 주행등을 켜면 해당 자동차의 움직임이 2배 이상으로 식별될 수 있어, 주의력과 인지능력이 떨어지는 노인이나 어린이들의 사고위험이 대폭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흔히들 전조등과 주간주행등의 차이를 헷갈려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두 조명의 기능은 엄연히 다르다. 전조등은 야간에 자동차의 앞길을 밝혀 운전을 돕는 역할을 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는 반면에, 주간주행등은 말 그대로 밤이 아닌 낮에 자동차를 쉽게 식별하도록 장착하는 조명이다. 또 다른 차이점이라면 전조등은 라이트 레버(light lever)를 OFF로 놓으면 소등되지만, 주간주행등은 라이트 레버를 OFF에 놓으면 점등이 된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주간주행등은 연료소모가 거의 없어
우리보다 교통 시스템이 발전된 선진국에서는 주간주행등을 언제부터 장착하기 시작했을까? 오늘날의 주간주행등은 아니지만,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낮에도 전조등을 켜고 달리도록 권장해 왔다.
그러다가 70년대 들어 북유럽 국가인 핀란드가 처음으로 밝은 대낮에도 전조등을 상시적으로 켜고 운행해야 한다는 법규를 마련하면서 본격적인 주간주행등의 시대를 열었다. 그리고 뒤이어 스웨덴과 노르웨이에서도 핀란드의 규정을 거의 그대로 도입하면서, 주간주행등에 대한 인식이 확대되기 시작했다.
북유럽 국가들부터 시작된 주간주행등 관련 법규는 1989년에 캐나다에서도 비슷한 법규가 마련되면서 북미로 옮겨지기 시작했고, 미국의 경우도 1995년부터 생산되는 모든 자동차에 주간주행등이 기본적으로 장착되기 시작했다.
국내의 경우, 선진국들보다는 늦었지만 그래도 오래 전부터 그 나라들의 주간주행등 법규를 참고하여 대낮에도 주행할 때 전조등 점등을 권장했었다. 특히 버스나 택시 등 영업용 자동차들 중심으로 이런 캠페인에 동참했었다. 하지만 일반 승용차들의 경우 참여율이 너무 저조해 실효성을 거두지는 못했다.
한편 일부 운전자들은 낮에 전조등을 켜고 달리면 전등의 수명이 짧아지고, 전력소모량도 증가하여 연비가 나빠진다고 주장한다. 전조등의 경우 틀린 말은 아니다. 1시간을 주행 기준으로 할 때, 전조등을 점등하면 연료비가 200원 정도 더 지불된다. 따라서 10시간 운전하면 2천원, 100시간을 운전하면 2만원의 연료비가 더 들게 되는 셈이다.
하지만 주간주행등은 전조등과 다르게 전력소모율이 훨씬 적다. 자동차 모델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대부분의 전조등은 전력소모가 높은 할로겐램프가 적용되며, 할로겐램프는 통상적으로 55~100W의 전력을 소모한다.
이에 반해 주간주행등은 할로겐램프보다 훨씬 더 적은 전력을 내면서도 더 밝은 빛을 내고, 내구성이 뛰어난 LED램프를 적용한다. LED는 보통 10~15W 정도의 전력을 소모하기 때문에 연료소모량이 상대적으로 훨씬 적다. 따라서 주간주행등이 적용된 자동차의 운전자들은 연료비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교통안전공단의 관계자는 “과거보다는 나아졌지만 아직도 비나 눈이 내릴 때, 전조등은 물론 미등조차 켜지 않는 운전자들을 흔하게 볼 수 있다”라고 지적하며 “주간주행등이 바로 운전자들에게 있어 최후의 안전장비인 만큼, 주간주행등이 없는 자동차의 경우는 별도로 주간주행등을 부착할 수 있도록 각종 지원 및 혜택을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김준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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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5-06-23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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