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합은 지금 세계적인 대세다. 융합을 통해 새로운 산업이 탄생하고, 이 새로운 산업은 인류의 라이프스타일, 삶의 패턴을 급속히 바꾸어 놓고 있다.
주목할 점은 이 융합이 기술세계에 국한되지 않고 제품, 산업, 시장 등 포괄적인 분야에서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주변을 살펴보면 IT· BT·NT 등의 서로 다른 분야 기술들을 융합해 생산한 의약품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IT를 활용한 의료·정보·교육 서비스가 등장하고 있고, 홈쇼핑과 온라인쇼핑이 하나로 합쳐지고 있다. IT 업계에서는 디바이스 제조 시장과 콘텐츠 시장이 하나가 되고 있는 중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전보다 더 광범위하게 곳곳에서 융합이 이루어지고 있다.
미국의 융합 신산업 성숙기에 진입
11일 오후 서울 중구 수하동 페럼타워에서 '창조경제시대의 미래성장동력 정책방향'이란 주제로 'KISTEP 창조경제포럼'이 열렸다. 이 자리에서 딜로이트컨설팅의 김억 상무는 2000년대 들어 한국을 비롯 미국, EU, 일본 등에서 융합신산업이 어떻게 창출되고 있는지 그 분석결과를 상세히 설명했다.
세계 최초로 융합관련 기술·산업이 도입된 곳은 미국이다. 노동(working), 학습(learning), 안전(safety) 등 여러 분야에서 작업그룹 간의 협력(group interaction)을 긴밀히 확대하면서 인간의 능력을 더 끌어올리는 한편 새로운 융합 기술·산업을 도입하는 데 힘썼다.
2005년까지를 도입 과정이라고 한다면 2010년까지는 확산기다. 이 기간 중 본격적인 시스템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나노 분야의 과학적 발견이 상업화를 위한 공동연구시설, 협력연구센터, 지역 프로젝트 등으로 발전돼 나간 것이 이 때다.
2011년부터는 성숙기에 접어들었다고 할 수 있다. 나노를 예로 들면, 미국 정부는 지금 나노 분야의 글로벌 리더십을 공고히 하기 위해 '혁신과 발견'을 토대로 나노기술 연구개발 주도권을 확고히 한다는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동시에 국가적인 우선 분야를 지원하고 공동협력을 통한 기술개발을 강조하고 있다.
현재 미국에서 등장하고 있는 융합신산업은 IT, 바이오, 의료기기 등의 비중이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금융, 전자, 의료, 기타 비금속 분야로 그 분야를 확대하고 있다. 그 범위를 계속 확대하면서 신산업 창출의 메카가 되고 있는 셈이다.
이후 EU, 일본, 한국 등이 이 대열에 합류했다. EU의 경우 미국과 달리 서비스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면서 전자, 운송, 의료, 기타 제조업 분야로 신산업 창출이 확산되고 있는 중이다. EU는 '호라이즌 2020'을 통해 유럽 전체에 혁신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는 강력한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수요자 중심의 융합기술 서비스
일본의 경우 '건강한 일본'이란 슬로건을 내걸고 일본의 부활을 목표로 융합기술의 발전 모델을 4대 정책추진을 통해 지원하고 있다. 딜로이트컨설팅의 김억 상무는 전자 중심의 제조업이 더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며, 향후 금융과 기타 비금속 분야로 신산업이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경우 2010년 녹색성장기본법, 2011년 산업융합촉진법을 통해 융합기술과 신산업 창출 기반을 마련했다. 그리고 새 정부가 들어선 지금 IT 중심의 융합으로 전자산업 부문의 비중이 더욱 커지면서 의료 및 서비스 분야, 기타 비금속 분야로 그 영역이 확대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뒤늦게 시작한 만큼 한국의 융합기술은 미국, 일본, 유럽에 이어 세계 4위 수준이다. 대부분의 기술이 아직 첫 번째 단계인 태동단계에 머무르고 있으며, 세 번째 단계인 급속성장 단계에 도달한 기술은 매우 적다고 지적했다.
때문에 융합 신산업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한국의 융합기술을 태동단계, 과도기, 급속성장 단계 별로 나누어 각 단계별로 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기존의 지원정책 패턴을 탈피해 융합산업에 대한 통합인증 체계를 세우고, 국가단위의 융합전문 원천기술 사업화 조직을 구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려되는 것은 기존의 제도 때문에 신산업 창출이 방해를 받을 수 있는 경우다. 특히 특정 연구팀이 연구 과제를 독식하지 못하게 시행하고 있는 '3책5공 제도'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신 융합산업의 특성을 살려 '3책5공제도'의 예외를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의 기술융합, 산업융합은 공급자 중심이 아니라 '수요자 중심의 서비스 제공'이라는 역할 전환이 요구되고 있다고 말했다. 철저하게 수요자 중심의 서비스가 곧 융합 프로젝트라는 것이다.
김억 상무는 창조경제를 위한 신성장동력 R&D를 실행하는 데에 이 같은 수요자 중심의 자유스러운 인프라를 구축할 경우 한국도 융합기술 강국대열에 합류할 수 있다고 보았다. 무엇보다 정부의 역할을 강조했다. 융합 정책을 주도하되 주도권을 쥐지 않는 창조생태계에 맞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계속)
- 이강봉 객원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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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3-04-12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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