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태어난 아이들은 장난감보다 휴대폰에 더 관심이 많다. 요리조리 화면을 누르다 보면 소리도 나고 마음에 드는 게임과 사진을 마음대로 구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아이가 울거나 보챌 때 자신의 휴대폰을 손에 쥐어주며 아이를 달래는 엄마들을 흔히 볼 수 있다.
하지만 성인보다 어린이의 휴대폰 접촉이 더 해롭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은 어른과 어린이의 전자파 흡수율을 비교한 결과, 5세 어린이의 경우 20세 성인 흡수율의 1.5배에 이른다는 실험결과를 최근 발표했다.
이 실험결과에 따르면 5세 어린이를 비롯해 1세, 3세, 7세 어린이의 전신 평균 전자파 흡수율의 최대값이 모두 성인의 1.4배 이상이었다. 특히 5세의 전자파 흡수율이 가장 높은 이유는 체질량지수가 가장 낮은 시기이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됐다.대기오염·수질오염·토양오염과 더불어 ‘제4의 공해’로 불리는 전자파는 ‘전기자기파’의 줄임말로서, 전자레인지나 냉장고 등 전기를 이용하는 전자제품이면 어디에서나 발생한다. 심지어 체력을 단련하기 위해 이용하는 러닝머신(트레드밀)에서도 컴퓨터 모니터의 몇 십 배에 달하는 전자파가 방출된다.
그 가운데서도 전기장판이나 안마기, 헤어드라이어, TV 등 우리 몸에 가까이 두고 사용하는 제품의 경우 전자파의 유해성이 더 크다. 특히 휴대전화의 경우 항상 몸에 지니고 다니면서 얼굴에 밀착해 사용하므로 전자파가 뇌 근처에서 방출된다는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
때문에 성인에 비해 머리 크기가 작은 어린이의 경우 뇌가 휴대폰에서 나오는 전자파를 더 많이 흡수한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이 10년 전에 내놓은 연구결과에 의하면 성인보다 머리 크기가 약 10% 작은 아이의 경우 뇌의 같은 부분이 흡수하는 전자파는 12% 이상 증가하는 것으로 드러난 바 있다.
신경세포, 자율신경계에 이상
전자파가 특히 성장기의 어린이들에게 해롭다는 사실은 여러 동물실험에서도 밝혀졌다. 스웨덴 룬트대 연구팀이 인간의 소년기에 해당하는 생후 12주~26주의 실험용 쥐를 세 그룹으로 나누어 각각 다른 강도의 휴대전화 전자파를 쬐는 실험을 했다. 그 결과 전자파가 뇌의 혈액 관문으로부터의 알부민을 누출시키고 신경세포를 파손시킨다는 연구결과를 도출해냈다.
또 휴대전화의 전자파에 노출됐을 때 성인은 아무 문제가 없지만 청소년 그룹은 땀 분비가 증가하는 등 자율신경계에 이상이 생긴다는 연구결과도 발표된 바 있다.
따라서 몇몇 선진국에서는 어린이의 휴대폰 사용을 규제하고 있다. 프랑스는 지난해 7월 어린이 및 청소년의 휴대전화 사용을 규제하는 법률을 공표했다. 이 법률은 유치원·초등학교·중학교에서 휴대전화 사용을 금하고, 14세 이하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휴대전화 광고를 금지하고 있다.
캐나다에서는 토론토시 보건국이 부모들에게 어린이의 휴대전화 사용을 재고하도록 권고하는 입장을 지난 2008년 공식 발표했다. 토론토시 보건국은 “어린이의 경우 성인에 비해 두개골이 얇고 뇌가 작아 전자파가 더욱 깊숙이 침투해 들어가므로 어린이들은 휴대전화의 전자파로부터 더욱 철저하게 보호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 외 영국과 독일, 벨기에 등지에서도 이와 비슷한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휴대전화뿐만 아니라 이의 사용을 위해 곳곳에 설치된 이동통신 중계기에 의한 전자파도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지난 2일 녹색소비자연대 전국협의회가 공개한 서울 강남구 역삼동 일대 및 성남 분당구 서현동 일대의 전자파 측정 결과에 의하면, 지난해보다 역삼동은 평균 98%, 서현동은 평균 60%의 전자파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휴대전화 기지국에서 발산되는 전자파는 일상적인 거리를 감안할 때 손에 들고서 사용하는 휴대폰의 전자파보다 크기가 작다. 하지만 집이나 사무실이 기지국 근처에 위치해 있다면 세기가 훨씬 큰 전자파에 장시간 노출되므로 매우 위험할 수 있다.그럼 휴대폰 기지국 안테나가 설치된 지역에서 거주하는 어린이의 경우 훨씬 더 위험하지 않을까. 지난해 영국 임페리얼 런던대 연구팀은 기지국 근처에 거주하는 아동들의 소아암 발병 위험성의 연관성에 대해 조사했다.
그 결과 임산부가 기지국의 전자파에 노출되는 환경에 거주하더라도 출산한 자녀의 소아암 발병 위험성은 특별히 더 증가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
휴대전화에서 나오는 전자파가 골밀도를 감소시키고 귀의 이명 증상을 유발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터키의 술래이만 데미렐대 연구진은 휴대전화를 허리에 차고 다닐 경우 골반 윗부분 가장자리 뼈인 장골익의 골밀도가 감소한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또 오스트리아 비엔나대 연구진은 휴대전화에서 발산되는 전자파 에너지가 귀의 내이 달팽이관에 흡수되어 이명 증상이 유발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인과관계 입증 안돼 논란 끊이지 않아
하지만 세계보건기구(WHO)는 과학적으로 휴대전화가 인체의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확고한 증거가 아직까지 없다는 입장이다. 전자파의 유해성에 관한 그간의 많은 연구결과나 가설들도 인과관계가 확실히 입증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또 얼마만큼의 전자파가 인체에 흡수됐을 때 건강상의 문제를 일으키는지에 대한 결과도 밝혀지지 않았다. 이렇게 휴대폰 전자파의 부작용이 단기적으로는 나타나지 않았지만, 10년 이상의 장기적 기간에서 나타나는 영향력은 장담할 수 없으므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 형편이다.
지난해 미국 샌프란시스코 시의회는 미국에서 최초로 휴대전화 제조사들에게 얼마나 많은 양의 전자파가 사용자들에게 노출되는지를 의무적으로 표시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자 휴대폰통신사업자조합은 샌프란시스코의 법 집행에 대한 무효 청구소송을 준비하는 한편 워싱턴DC에 막강한 로비를 행사하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휴대전화에서 발생하는 전자파가 인체에 유해하다는 과학적인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그들의 이 같은 움직임은 충분히 예상 가능했다.
현재 유럽에서는 이 같은 논란을 잠재우기 위한 사상 최대 규모의 연구를 준비하고 있다. 코스모스(COSMOS, Cohort Study on Mobile Communications)로 명명된 이 프로젝트는 최소한 25만명 이상의 휴대폰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20~30년의 장기간 동안 전자파가 건강과 질병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게 된다.
이 연구가 성공적으로 완료되면 아마 휴대전화 전자파의 유해성에 대한 논쟁은 어느 정도 가라앉을 것이다. 하지만 최종적인 결론이 내려지기까지 마냥 기다리는 건 지금도 두뇌성장이 계속 진행 중인 어린이들에게는 너무 위험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 이성규 객원편집위원
- 2noel@paran.com
- 저작권자 2011-05-24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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