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한번쯤은 즐거운 나들이나 여행을 예상치 못한 비로 망친 일이 있을 것이다. 이런 일은 지나고 나면 모두 추억이 되지만 산업체의 입장에선 기상변화에 대처하지 못해서 경제적으로 큰 손실을 보는 경우도 있다.
건설현장에서 시멘트 공사를 하다가 비가 내릴 때, 어업을 위해 배를 띄웠는데 폭풍이 몰아칠 때, 폭설이나 태풍 등으로 인해 예정된 배송이 지연될 때, 이에 관계된 사람들은 자신들의 업무계획이 틀어지면서 직·간접적 피해를 입게 된다.
그런가 하면 기상 변화에 따라 이득을 보는 사람들도 있다. 갑자기 비가 내리는 경우 우산판매량이 증가하고 황사가 온다고 하면 마스크 판매량이 증가한다.
제1회 날씨 경영 세미나 개최
이처럼 기상현상은 우리의 일상생활은 물론 산업 활동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그리고 시대가 갈수록 기상정보의 습득과 활용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이에 기상변화가 기업경영에 미치는 경제적 효과를 제시하고 이를 사업에 전략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제1회 날씨경영 세미나’가 지난 29일 서울 여의도 KT빌딩 전국경제인연합회 대회의실에서 개최됐다. 기상청이 주최하고 전국경제인연합회가 후원하며 한국기상산업진흥원이 주관한 이번 세미나는 ‘기상정보를 활용한 산업체의 날씨경영’이라는 주제로 진행됐다.
세미나에서 기상청 기상산업정책과 남재철 과장은 ‘날씨정보의 기업경영 활용’이라는 주제발표에서 기후변화와 전략적 이슈, 다양한 기상자료에 대한 안내, 그리고 날씨가 산업에 미치는 영향과 국내외 기업의 날씨 활용 사례를 소개했다.
기상변화가 미치는 경제적 효과는?
독일의 학자 프레드헴 슈바르츠는 자신의 저서 ‘날씨가 지배한다’에서 “앞으로 기업의 미래는 날씨에 대한 대책을 얼마나 잘 세웠는가에 좌우될 것이다”라고 밝혔다. 그 만큼 기상정보가 사업 경영에 있어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치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날씨가 영향을 주는 산업 범위는 매우 다양하다. 예를 들어 폭염기간엔 에어컨 판매가 무려 3배 이상 증가하며 맥주 출고량은 20~30%증가한다. 황사가 올 땐 병원, 약국, 세제회사의 매출이 증가하며 화장품, 선글라스, 마스크와 같은 제품들이 잘 팔린다. 또한 체내 먼지를 제거하는데 좋다는 속설 때문에 돼지고기의 매출도 증가한다. 폭설이 내릴 땐 추운 날씨와 불편한 교통 탓에 외출을 꺼려 인터넷 쇼핑몰이나 택배 주문량이 증가하기도 한다.
비가 오는 경우엔 우산이나 비옷 등의 매출이 증가하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지만 장마 기간에 피자 판매량이 30%나 증가하는 재밌는 현상도 보인다.
하지만 날씨에 의해 피해를 입는 경우도 많다. 우천 시 백화점 매출은 10%정도 하락한다. 황사 시엔 위락시설이나 항공사, 농가, 반도체 산업에서, 폭설 시엔 주유소, 항공사, 손해보험사 등에서 경기가 침체되는 현상이 나타난다. 또한 집중호우나 태풍 시엔 운송업에 차질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날씨의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이에 대한 연구도 많다. 예를 들어 각 식품별로 매출이 급증하는 기온에 대한 통계가 있다. 낮 최고기온이 33~35℃인 경우 생수가, 26℃인 경우 맥주의 판매량이 급증한다. 아이스크림도 기온에 따라 콘, 소프트바, 하드바, 튜브 등의 종류별로 매출이 증가할 때가 각기 다르다.
이러한 정보들은 산업 활동에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 날씨와 기온에 따라 매출이 증가하는 품목의 수량을 늘리거나 잘 보이는 곳에 진열하는 마케팅전략을 사용할 수 있으며, 사업특성상 피해야 하는 날씨를 확인해 보다 효율적인 경영을 할 수도 있다.
기상정보 활용하는 똑똑한 경영
이미 오래 전인 1987년, WMO(세계기상기구) 심포지엄에서 이미 기상정보는 투자비용 대비 이익이 10~20배에 달한다는 연구결과가 제시됐다.
남재철 과장은 “기상정보의 활용가치는 연 3.5~6.5조원으로 추정된다”고 전하며 날씨경영의 중요성에 대해 알리고 그 사례들을 소개했다. 기업들의 날씨활용 사례들을 살펴보면 그로 인한 이익이 WMO가 밝힌 이율을 훌쩍 뛰어넘음을 알 수 있다.
한솔개발 오크밸리는 자동 기상시스템과 자동제설시스템 등을 활용하고 있다. 특히 기상정보를 예약 시스템에 활용, 취소율을 줄였다. 또한 부속시설 건설 시 공사기간을 단축시키는 등의 효과를 봤다. 그 결과 연간 7백만원의 투자로 연 매출 50억 증가라는 이익을 창출했다.
예상되는 피해를 줄이는 것으로 이익을 보기도 한다. STX조선의 경우 악기상이 예상되는 경우 휴무를 하는 등 날씨에 맞는 효율적인 작업을 시행하면서 기상현상에 따른 피해액을 줄였다. 그 결과 연간 4백만원 투자로 47억원을 절감하는 효과를 봤다.
궂은 날씨를 좋아하는 사람은 많지 않지만 보험회사에겐 특히나 불행한 소식일 수 있다. 폭설이 내리거나 비가 오는 날, 그 외 많은 자연 재해 발생 시 사고율이 증가하기 때문. 하지만 이 또한 기상정보를 적극 활용함으로써 피해를 줄일 수 있다. 메리츠 화재의 경우 고객들에게 문자메시지로 기상정보를 알려주는 날씨SMS서비스를 시행해 7개월간 약 250여건의 교통사고 감소 효과를 봤다.
기후변화와 이상 현상으로 기상정보 수요 상승
이 외에도 편의점, 건설업 등에서도 기상정보를 활용해 이익을 창출해 낸 사례들이 많이 있다. 기상정보에 대한 필요성은 앞으로 계속해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지구온난화 및 이상기후로 인해 한반도의 기후가 점점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00년간 지구의 평균온도는 0.74℃상승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100년 동안 이의 2배인 1.5℃나 상승했다.
기후의 변화는 장기적으로, 넓은 범위에 걸쳐 영향을 주게 된다. 예를 들어 평균기온이 상승하면서 사과나 배와 같은 과일의 재배 지역이 점차 북상하고 열대과일이 한반도에서 재배되는 등의 변화가 나타나고 있는 것.
이대로라면 사과와 배를 한반도에서 재배할 수 없어 수입을 고려하거나 열대과일에 대한 농업과 제조업 등에 대해 준비하는 등의 과정이 필요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이상기후는 태풍의 강도와 횟수를 증가시키고 폭우 및 폭설, 열대야, 폭염 등의 피해를 가져다주고 있기 때문에 산업 활동 시 이에 대한 전략적 대비 요구가 증가하고 있다.
물론 이에 따른 정확하고 다양한 기상정보도 요구된다. 남재철 과장은 “선진국형 기상정보시스템을 위해선 재해와 기후, 날씨에 대한 정보의 단순전달 뿐만 아니라 이를 활용하기 위한 정보 재생산 및 전달 서비스가 이뤄져야 한다”고 전했다.
- 조재형 객원기자
- alphard15@nate.com
- 저작권자 2011-05-02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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