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기사 바로 가기: [세계 물의 날 특집 1] 녹아내리는 빙하, 기후변화의 가속 페달을 밟다
물속에서 보이지 않게 일어나는 변화가 지구의 미래를 뒤흔들고 있다.
지구의 해양은 지난 수 세기 동안 인류가 배출한 이산화탄소의 약 30%, 과잉 열에너지의 90% 이상을 흡수하며 지구 온난화를 완충하는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그 균형이 흔들리고 있다. 빙하가 빠른 속도로 녹아내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남극과 그린란드에서 녹아내리는 빙상이 해양의 '완충 장치 역할’을 약화하고 있으며, 그 영향은 생각보다 빠르고 복잡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이달 Earth’s Future 저널에 실렸다.
미국 콜로라도대학교 연구팀은 4가지 시뮬레이션을 통해 남극과 그린란드의 담수 유입이 열과 탄소 저장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그 결과 빙상 융해로 생성된 담수는 열과 탄소 저장에 각기 다른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양 극지의 담수 유출은 열과 탄소 저장에 대한 바다의 ‘오랜 기억’과 ‘균형’을 무너뜨린다는 것이다.
빙하를 잃어가는 극지방, 담수화되는 해양
2020년에 발표된 위성 관측 결과 2002년 이후 남극은 연평균 107기가톤(Gt), 그린란드는 261기가톤의 얼음을 잃고 있다. 또한, 2023년 Nature Geoscience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전 세계 215,000개 이상의 빙하를 대상으로 한 위성 기반 시계열 분석 결과 2000~2020년 사이 빙하 질량 손실이 연간 평균 2670억 톤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이전 추정치보다 20% 이상 높은 수치다.
이 같은 결과를 토대로 스위스연방공과대학교 연구진은 알프스 지역의 소규모 빙하 60% 이상이 2050년 이전 사라질 것으로 예측했으며, “기후변화 완화 없이는 지질학적 시간 척도에 해당하던 변화가 불과 수십 년 안에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연구자들이 녹아내리는 빙하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분명하다. 전 지구 해수면 상승의 주요 원인이 될 뿐 아니라 바닷물에 막대한 양의 담수를 주입하며 해양의 물리·화학적 특성을 재편성하기 때문이다.
담수는 염분 농도가 낮아 해양 표층의 밀도를 떨어뜨리고, 이로 인해 수직 혼합을 억제한다. 따라서 표층에서 심층으로 열과 탄소를 전달하는 해류 순환, 특히 북대서양 심층 순환(AMOC)의 약화를 유도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바다는 표층에 과잉 열과 탄소를 축적하게 되고, 결국 이들이 다시 대기 중으로 방출될 가능성도 커진다. 기후 피드백 루프(feedback loop)가 진행되는 패턴이다.
남극 담수는 열 저장, 그린란드 담수는 탄소 저장을 좌우
미국 콜로라도대학교 볼더 캠퍼스의 기후학자 테사 고르테(Tessa Gorte) 박사와 연구팀은 CESM2 지구시스템 모델을 사용하여 21세기 동안 극지방 담수 방출이 해양의 열과 탄소 저장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그 결과 남극과 그린란드의 담수 유입이 단순히 합산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새롭게 발견됐다. 두 지역에서 개별적으로 녹아든 담수의 효과를 더한 값이 동시에 융해 시 나타나는 결과와 일치하지 않고, 열과 탄소에 서로 다른 경로로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고르테 박사는 “고전적인 선형 모델은 담수 유입량이 두 배가 되면 해양 탄소나 열 저장 효과도 두 배가 된다고 가정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훨씬 복잡한 상호작용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연구진의 시뮬레이션 결과 열에 대한 반응이 탄소보다 빠르게 나타났다. 열 저장 변화는 상대적으로 빠르게 나타나고, 심층까지 빠르게 전달된다. 반면, 탄소는 표층에 머무르며, 변동이 지연되는 경향을 보였다. 이러한 현상은 특히 남극 주변의 고위도 남대양과 북대서양에서 두드러졌는데, 연구진은 해양 표층의 염분 변화가 열 확산에 더욱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이 같은 비선형성은 기존의 기후 모델에서는 거의 반영되지 않았던 중요한 변수다.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남극 빙하에서 유입되는 담수는 해양 열 저장에 보다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며, 2050년까지는 오히려 약간의 추가 열 저장을 유도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후에는 이 효과가 사라지고, 전체적으로는 해양의 열 저장 능력을 감소시킨다.
반면, 그린란드 담수는 2040년경부터 탄소 저장을 본격적으로 억제하기 시작하며, 그 효과는 세기말까지 지속된다. 2080년부터 2100년까지 그린란드 담수 유입은 전 지구 해양의 열 함량을 약 26 ZJ 감소시켰고, 탄소 저장량은 약 1.9 PgC 감소시킨다는 시뮬레이션 결과가 나왔다.
공동저자인 니콜 러벤더스키 교수는 “우리는 열과 탄소가 동일한 해양 동역학에 따라 움직일 것으로 가정하곤 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물리적 조건과 생지화학적 경로가 달라, 반응 속도와 공간적 패턴이 다르게 전개된다.”라고 설명했다.
미래 기후 예측 모델, 새롭게 설계되어야
현재의 기후 모델 중 상당수는 여전히 빙상의 융해를 독립적 변수로 고려하거나, 정적인 담수 흐름을 가정하고 있다. 특히 남극과 그린란드 담수 유입을 고정값 또는 추정치로 처리하고 있으며, 실제 유입량 변화나 상호작용은 반영되어 있지 않다.
특히, 고위도 북대서양은 전지구 해양 탄소 흡수의 핵심 지점으로, 여기서 나타나는 담수 유입 효과는 지구 전체의 대기 중 탄소 농도 증가 속도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번 연구에서 제시된 그린란드 기원 담수의 탄소 저장 억제 효과는 향후 이 지역의 변동성이 지구 시스템 모델의 불확실성을 키울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에 연구팀은 미래 기후 시나리오 예측에 있어 양 극지방을 능동적으로 통합하고, 구조적 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고르트 박사는 “우리는 이제 빙하의 해빙과 그로 인한 담수 유입이 단지 해수면 상승만이 아니라, 지구 시스템의 ‘기억’—즉, 열과 탄소를 저장하고 완충하는 능력—을 변화시킨다는 사실을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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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현정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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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25-03-2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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