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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연구팀이 제주 한라산에서 4천200년 전 발생한 세계적 이상기후 사건의 흔적을 찾았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조아라 박사 연구팀은 한라산 사라오름에서 채취한 퇴적층 시료의 규조류를 분석해 과거 홀로세 동안의 기후 변화 복원에 성공했다고 13일 밝혔다.
규산질 껍데기를 가진 식물성 플랑크톤인 규조류는 환경에 따라 민감하게 변하는 특징을 갖고 있어 과거 환경과 기후를 이해하기 위한 지표로 사용된다.
4.2ka 이벤트라 불리는 4천200년 전 발생한 대가뭄은 전 세계적으로 대규모 기후 변화를 초래해 홀로세 중기와 후기를 나누는 사건이 됐다.
메소포타미아와 인더스 문명의 쇠퇴를 불러왔으며 중국 북부에는 가뭄을, 남부에는 홍수를 초래하며 지역별로 강수 패턴의 극단적인 변동을 일으켰다.
연구팀이 사라오름 습지에서 퇴적층과 화산쇄설물의 표본을 추출해 방사성 탄소 연대 측정과 규조류 군집 분석을 진행한 결과, 4천200년 전 제주도에서 모래 입자 퇴적물과 부유성 규조류가 급격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당시 극단적인 기후 변화 속에서 제주지역에서는 폭우와 강수량이 증가했음을 의미하며, 이는 당시 제주도가 매우 건조한 상태였다는 기존 가설을 뒤집는 것이다.
연구팀은 또 중위도 지역 대류권 상층의 서쪽에서 동쪽으로 강하게 부는 바람인 서풍 제트(westerly jet)의 남하와 제주지역 강수량 증가가 관련이 있음을 확인했다.
서풍 제트가 고위도에서 저위도로 남하하면서 강수대가 제주도와 중국 남부에 머물렀는데 그 결과 제주도를 포함한 특정 지역에서는 기록적인 폭우가 발생하고, 다른 지역은 극심한 가뭄을 겪는 이상기후 현상이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현재의 기후 변화 역시 서풍 제트의 이동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만큼, 오늘날의 이상기후 문제를 파악하고 미래 기후변화를 예측하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조아라 박사는 "이번 연구를 통해 밝혀진 4천200년 전 이상기후 사건 당시 기후·환경 변화를 바탕으로 앞으로 제주도와 동아시아 지역의 장기적인 기후 패턴 변화를 연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고지리, 고기후, 고생태학'(Palaeogeography, Palaeoclimatology, Palaeoecology) 이달 호에 실렸다.
- 연합뉴스
- 저작권자 2025-03-17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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