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와 산불의 관계
최근 로스앤젤레스(LA)에서 발생한 대규모 산불로 10명이 사망하고 1만 채 이상의 건물이 소실되면서, 기후변화와 산불의 연관성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온 상승이 전 세계적 산불 위험을 높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럽연합(EU)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 서비스는 지난 10일, 2024년이 역대 가장 더운 해로 공식 기록되었다고 발표했다. 세계 각지에서 발생하는 대형 산불들과 기후변화의 관계 역시 점차 명확해지고 있다. LA 산불의 경우 아직 기후변화와의 직접적인 연관성을 단정하기는 이르지만, 다른 대형 산불들과 큰 차이점이 없어 보이는 만큼 인류의 무분별한 온실 효과 유발 행동에 경고등이 켜진 상태이다.
기후변화가 산불에 미치는 영향
기후변화 자체가 산불을 '직접적으로' 발생시키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대부분의 산불은 인간 활동에 의해 발생한다. 그렇다면 기후변화는 산불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화석연료 사용으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이 지구 온난화를 가속시키면서 지구의 온도는 높아지고 건조한 날이 이전보다 더 많아졌다. 이런 변화는 이른바 '산불 날씨'를 악화시킬 수 있다. 뜨겁고 건조하면서 바람이 강한 상황에서는 화염이 쉽게 번지게 되는데, 기후변화로 인해 전세계적으로 산불 발생 기간이 평균 2주가량 길어졌으며 기존의 산불 발생 시기를 벗어나 발생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최근 20년간 전 세계 산불 발생 건수는 두 배 증가하고, 그 정도는 더 강해지고 있다. 캘리포니아주의 경우 최근 수십 년간 산불로 인한 소실 면적이 172% 증가했다는 분석 결과가 있다. 올해 들어 LA에서는 2012-2024년 동기 대비 40배나 많은 화재 경보가 발령되었다.
기후변화와 연관된 주요 산불 사례
지난해 6월 브라질 판타나우 습지에서는 산불 시즌이 아님에도 44만 헥타르의 토지가 한 달 만에 소실되는 대형 산불이 발생했다. 2023년 캐나다 동부에서 발생한 거대 산불은 연평균 7배에 달하는 면적을 태웠으며, 이 산불은 기후변화와의 연관성이 입증되었다.
현재 LA의 경우 기후변화로 인한 '수문기후 채찍효과(hydroclimate whiplash)'가 이번 산불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2022년과 2023년 겨울의 이례적인 강수량으로 풀과 관목이 무성히 자랐고, 이후 2024년 여름의 기록적인 건기와 늦은 우기로 인해 이 식생이 연료로 변했다는 것이다.
산불 대응을 위한 인류 모두의 노력
유럽환경청의 줄리 베르크만스 기후위험평가 전문가는 조기경보시스템 확충, 산림 관리 지침 강화, 대중 인식 제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EU는 2023년 민방위기구와 RescEU 프로그램을 통해 항공기, 헬리콥터, 소방인력을 두 배로 늘렸으며, 2030년까지 6억 유로를 투자해 대응 능력을 확대할 계획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산불 예방에 더 많은 자원을 투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단일 수종 식재를 지양하고, 적절한 간격으로 나무를 심으며, 계획된 소각이나 양과 소 등 방목 동물을 통해 지표 식생을 관리하는 등의 방법으로 산림의 회복력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유럽산림연구소의 알렉산더 헬드 수석 전문가는 시민들의 예방 행동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원에 인화성이 높은 식물 심기를 피하고, 지붕 홈통을 청소하며, 건물 주변의 정원 폐기물을 제거하는 등의 노력이 화재 연료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많은 전문가들은 궁극적으로 화석연료 사용을 시급히 중단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해 미국의 과학 옹호 단체인 '우려하는 과학자 연합(UCS)'은 기후변화와 산불의 연관성을 지적하며 주요 화석연료 기업 CEO들에게 배출량 감축을 촉구하기도 했다.
2023년 화석 연료 소비 상위 12개 국가 통계에 따르면 중국과 미국은 세계 화석 연료 사용량의 거의 절반(47%)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중국의 화석 연료 비율은 최근 들어서 더 늘어나고 있는 만큼 다른 국가들에게 큰 압박을 받고 있는 상태이다. 전 세계 화석 연료 소비 상위 12개 국가에 포함되는 우리나라 역시 전 세계 통계로 볼 때 최소 대략 1~2% 정도의 화석 연료를 사용하고 있으므로 안심할 수준은 아니다.
- 김민재 리포터
- minjae.gaspar.kim@gmail.com
- 저작권자 2025-01-2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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