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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에너지
김현정 리포터
2025-01-07

을사년, 뱀에 대한 오해를 풀고 희망차게 시작! 신화 속 묘사된 ‘지혜’의 상징, 과학적으로 지능 입증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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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을사년이 밝았다. 동양의 육십간지의 42번째인 을사는 청색의 ‘을(乙)’과 뱀을 뜻하는 ‘사(巳)’가 합쳐진 말로 을사년은 청사, 즉 ‘푸른 뱀의 해’라는 의미다.

사실 뱀 하면 꿈틀거리는 긴 몸뚱이와, 차갑고 미끈거리는 피부, 깜박이지 않고 대상을 응시하는 눈 등 무서운 이미지가 먼저 떠오른다. 또한, 신화적 차원에서도 뱀은 부정적 코드를 강하게 띠며 인간의 보편적인 두려움에 가까운 존재로 인식되어 왔다. 대표적으로 기독교에서는 인간의 죄가 시작되는 유혹과 교활함의 상징으로 묘사되고, 동서양 신화에서는 죽음과 파괴의 신을 상징하기도 한다.

하지만 뱀에 대해 불호의 이미지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로고 속 아스클레피오스의 지팡이처럼 재생과 치유를 상징하며, 생태적 특징을 보면 단순한 신경 구조에도 불구하고 생존을 위한 문제 해결 및 인지능력이 높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뱀이 가진 부정적 이미지는 주로 외형과 신화적 해석에 기반하고 있지만, 과학적 연구는 뱀이 단순히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증명한다. 2025년 을사년에는 뱀에 대한 깊은 오해를 풀고 겨울잠에서 깨어나 생태계의 일원으로 사는 강인한 생명력에 집중해 보는 건 어떨까. 

2025년 을사년은 청색의 ‘을(乙)’과 뱀을 뜻하는 ‘사(巳)’가 합쳐진 말로 ‘푸른 뱀의 해’라는 의미다. ⒸGettyimagesbank

2025년 을사년은 청색의 ‘을(乙)’과 뱀을 뜻하는 ‘사(巳)’가 합쳐진 말로 ‘푸른 뱀의 해’라는 의미다. ⒸGettyimagesbank

 

뱀은 독립적이다? 사교성 높은 ‘E’종도 있어

독립적인 생활방식을 가져 ‘비사회적’ 종으로 알려진 볼파이톤(공비단뱀, Python regius)이 기존에 알려진 바와는 달리 강한 사회성을 가지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캐나다 윌프리드 로리어대학교 동물생태학 연구센터 연구팀은 볼파이톤의 사회성을 평가한 실험 결과를 행동생태학 및 사회생물학(Behavioral Ecology and Sociobiology) 2024년 11월 호 저널에 발표했다. (→바로가기)

연구팀은 어린 볼파이톤 30마리를 6마리씩 혼성그룹으로 나누어 생활하게 한 후 10일간 상호작용 빈도와 패턴, 개별 개체의 사회적 행동을 분석하는 테스트를 진행했다. 연구책임자인 모건 스키너(Morgan Skinner) 교수는 이들이 실험장 내에 은신처와 안전한 환경으로 인식하는 장소를 ‘홈 베이스’라고 칭하며, 이곳에 얼마나 자주 모이는지, 그리고 피부 접촉 및 동시 은신 등의 상호작용 빈도 등을 관찰했다.

그 결과 이들은 대부분의 시간을 하나의 큰 집단(덩어리)으로 보냈으며, 사회적 상호작용을 위해 공간 거점을 활용하는 모습을 보였다. 전체 시간의 약 78%를 ‘홈 베이스’에서 보내며 관찰 시간 중 평균 4~6마리가 이곳에서 긴밀하게 피부 접촉을 유지하는 상호작용을 하는 모습이 확인됐다. 

또한, 연구진이 ‘홈 베이스’의 온도와 환경 조건을 조작하자 볼파이톤은 무리 지어서 새로운 ‘홈 베이스’를 찾아 나섰고 그룹 그대로 재정착했다. 스키너 교수는 “홈 베이스 구역 외부에서는 볼파이톤이 상대적으로 독립적인 행동을 보였으나, 이들 중 약 92%는 다시 무리로 돌아와 홈 베이스에 머물렀다.”고 논문을 통해 말했다. 

연구진은 연구결과를 종합하며 볼파이톤이 공간을 중심으로 사회적 유대를 강화하며, 무리 이동은 개체 간 의사소통이나 사회적 학습이 가능함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홈 베이스’ 중심 행동은 파충류가 단순히 독립적 생존 전략만을 사용하는 동물이 아니라 집단생활에서의 장점을 활용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덧붙였다. 

볼파이톤의 집단행동 분석. A> 실험그룹의 구성과 그 구성에서 보낸 시간 비율, B> 홈 베이스에 이미 머물고 있는 뱀의 수가 증가함에 따라 새로 들어온 뱀이 같은 공간에 머무는 평균 시간. Ⓒspringer.com

볼파이톤의 집단행동 분석. A> 실험그룹의 구성과 그 구성에서 보낸 시간 비율, B> 홈 베이스에 이미 머물고 있는 뱀의 수가 증가함에 따라 새로 들어온 뱀이 같은 공간에 머무는 평균 시간. Ⓒspringer.com

 

뱀은 교활하다? 인지·문제해결 능력 높아  

뱀은 포유류나 조류에 비해 단순한 신경 구조를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포유류처럼 복잡한 대뇌피질 간 신경 연결이 부족하기 때문에 후각부, 시상하부, 뇌간 등 주요 신경센터 영역은 고도의 인지와 복잡한 행동보다는 감각 처리 및 먹이포착·도피반응 등 생존에 필요한 기본적인 행동만을 지원한다. 

하지만 최근 뱀의 인지능력 및 문제해결 능력이 과소평가됐다는 연구결과들이 속속 발표되고 있다. 가장 오래된, 대표적인 연구는 데이브드 홀츠만(Holtzman, D. A) 로체스터대학교 뇌인지학과 교수가 1999년 동물행동학 저널에 발표한 논문이다. 어린 콘스네이크(Elaphe guttata guttata) 미로에서 탈출하여 목표지점인 은친처에 도달하는 과제를 통해 공간학습 능력을 테스트한 연구다. (→바로가기)

연구진은 Y자, T자형 구조의 미로를 설계하여 뱀이 탐색할 수 있는 다양한 경로를 제공했다. 미로의 한 쪽 끝에는 이들이 좋아하는 어두운 공간(목표 지점)을 배치하여 시작점에 놓인 개체가 본능적으로 그곳을 향하도록 했다. 그 결과 콘스네이크의 첫 번째 시도에서는 무작위로 경로를 선택하는 경향을 보였으나, 반복적인 시도 후 올바른 경로를 선택하는 비율이 유의미하게 증가했다. 연구진은 뱀이 환경적 단서를 기억하고 이를 바탕으로 행동을 조절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이 연구는 파충류 행동연구의 새 지평을 여는 계기가 되었을 뿐 아니라 뱀의 인지능력과 지능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 토대를 마련했다는 평이다. 

뱀의 공간 학습 및 기억 능력에 대한 연구결과가 발표되면서 과거 포유류나 조류에서 주로 논의되던 학습능력에 대한 담론에 뱀을 포함되기 시작했다. Ⓒwikimediacommons

뱀의 공간 학습 및 기억 능력에 대한 연구결과가 발표되면서 과거 포유류나 조류에서 주로 논의되던 학습능력에 대한 담론에 뱀을 포함되기 시작했다. Ⓒwikimediacommons

린 알믈리(Almli, L.) 테네시대학교 생태학 및 진화생물학과 교수가 발표한 연구결과도 뱀의 인지능력에 대한 대표적인 연구로 꼽힌다. 2006년 동물복지응용과학(Applied Animal Welfare Science) 저널에 발표된 이 논문은 동부 인디고뱀(Drymarchon couperi)이 다양한 문제 해결 과제에서 보여주는 능력을 평가한 연구결과를 담고 있다. (→바로가기)

연구팀은 16마리의 인디고뱀을 두 그룹으로 나누어 8개월 동안 서로 다른 환경에서 사육하고 이들의 행동적 차이를 평가했다. 환경풍부화 그룹(EC)은 다양한 은신처와 구조물, 자연채광 등 복잡한 환경을 제공했고, 표준 환경 그룹(SC)은 기본적인 은신처와 최소한의 자극만 제공한 단순 환경에서 사육됐다. 

연구결과는 EC 그룹에 속한 뱀이 문제해결능력, 탐색 행동, 먹이 섭취 등의 모든 테스트에 더 우수한 성과를 냈다. 실제 비교군에 비해 목표지점에 도달하는 시간이 단축되었고, 새로운 환경에 빠르게 적응했다. 연구진은 뱀의 행동이 단순한 본능에만 의존하지 않으며 환경의 복잡성과 다양성이 학습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뱀은 생태적, 과학적 검증을 통해 기존의 부정적 이미지를 넘어 지혜와 성장을 상징하는 동물이 되었다. 2025년 을사년에는 푸른 뱀의 특징처럼 자연과 조화를 이루고 서로의 상호작용을 통해 성장하는 해가 되기를 바란다. 

김현정 리포터
vegastar0707@gmail.com
저작권자 2025-01-07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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