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기후변화와 이상고온으로 지구촌 곳곳에서 대형 산불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지구 온난화는 산림을 산불이 발생하기 쉬운 조건으로 만들고, 산림이 타면서 발생한 이산화탄소는 다시 온난화를 부추긴다. 유엔환경계획(UNEP)은 이러한 악순환으로 인해 전 세계의 대형 산불이 1990~2020년 대비 2030년 14%, 2050년 30%, 2100년에는 50%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문제는 산불의 규모와 피해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건물과 시설물 피해, 생태계 파괴와 토양오염뿐만 아니라 산불에서 발생하는 초미세먼지와 탄소는 기후와 인체 건강에 장기적으로 나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실제로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불에서 나온 미세먼지 오염으로 52,480~55,710명의 조기 사망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연구결과가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발표됐다.
산불 속 초미세먼지의 위험성
캘리포니아대학교 공중보건 및 환경보건 과학부 연구진은 2008년부터 2018년까지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불로 인해 발생한 미세먼지 노출이 건강에 미치는 광범위한 악영향을 정량화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이 기간에 미국에서는 가장 치명적인 피해를 낸 대형 산불들이 발생했다.
대형 산불로 인한 인적, 물적 피해는 만만치 않다. 특히 산불 연기에는 초미세먼지와 일산화탄소, 휘발성 화학물질이 혼합돼 있으며, 가장 위험한 요소는 약 40%를 차지하는 초미세먼지다. 초미세먼지는 직경 2.5마이크로미터 이하로 사람 머리카락의 30분의 1에 해당하는 작은 입자다. 사람이 이것을 흡입하면 폐포와 혈류 깊숙이 침투해 심장질환과 호흡기질환을 유발하고 조기 사망률을 증가시킨다.
연구진은 기존 연구들에서도 산불 연기에 대한 노출을 ‘매우 심각한 사건’으로 규정하고 있다면서, 이 연구는 보다 장기적인 영향을 파악하는 데 초점을 두었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마이클 제렛(Michael Jerrett) UCLA 환경보건학과 교수와 연구진은 2008~2018년 간 산불 연기 노출의 연간 평균값과 산불로 인한 PM2.5가 다른 소스에서 발생하는 것보다 더 독성이 있다는 초기 증거를 바탕으로 CTM 및 기계학습 알고리즘을 설계했다.
이 시나리오의 결과 연도별 화재 집중도에 따르면 산불이 많이 발생한 해에는 주 전역의 초미세먼지 농도가 15μg/㎥를 초과했다. 산불의 영향이 가장 적었던 2010년에 대부분의 주에서 초미세먼지 농도가 0.5μg/㎥ 미만이었던 것과는 대조되는 결과다. 연구진은 대상 기간 동안 캘리포니아 전역의 초미세먼지 농도 평균은 35μg/㎥이며, NAAQS 임곗값 보다 높은 농도는 모두 화재가 발생한 후라고 강조했다. 특히 캘리포니아 북서부 국유림 근처와 샌호아킨밸리 동쪽은 NAAQS 임곗값 보다 높은 농도가 100일 이상 지속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샌호아킨밸리 지역이 대형 고속도로와 농업오염으로 인해 비화재 모델 값도 높지만, 여기에 화재 영향까지 더해져 초미세먼지 농도가 위험 수준으로 높다고 말했다.
한편 연구진은 캘리포니아주 산불로 인한 초미세먼지 농도와 사망률에 미치는 잠재적 영향을 특성화했다. 그 결과 해당 기간에 발생한 산불에서 나온 초미세먼지는 총 52,480~55,710명의 조기 사망자를 발생시킨 것으로 추정됐다. 산불로 인한 사망자 수가 가장 적은 해는 2010년, 가장 높은 해는 2018년인데, 특히 산불 연기의 PM2.5로 인한 사망자 수가 가장 많았던 2018년에는 지역별로 약 10%(15명) 이상이 사망했다는 결론이다. 이를 경제적 가치로 평가하면 약 4320억~4560억 달러 규모다.
레이첼 코놀리(Rachel Connolly) UCLA 러스킨혁신센터 교수는 “이번 연구결과는 산불이 기존 연구에서 밝혀낸 사망자와 피해 규모보다 더 큰 경제적 영향을 미친다는 근거.”라고 말하면서 이를 통해서 산림관리와 기후변화 완화를 위한 행동을 촉구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다만 화재에서 직접 방출된 PM2.5 외에도 연기 속에 포함된 미립자가 햇빛 및 대기와 결합하여 훨씬 더 많은 PM2.5을 생성할 수 있다는 가설은 이번 연구에서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사라진 산불시즌, 기후 패턴이 달라진 탓
산불은 높은 기온과 불이 유지되는 연료, 즉 건조해진 풀과 나무에 발화 계기가 더해져서 발생한다. 그래서 대체로 산불은 강수량이 적고 건조한 날씨가 이어지는 2~4월, 9~10월에 집중됐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기후변화로 인해 이 같은 ‘산불 시즌’이 사라졌다고 경고했다. 과거 한 철에만 발생했던 산불의 패턴이 달라지고, 그 기간 또한 길어진 탓이다. 최근 몇 년간 호주에서 북극, 북미, 남미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적으로 기록적인 산불을 경험한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실제로 미국 캘리포니아 주에서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최악의 산불이 연속해 발생하자, 주 소방국장은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산불이 연중 계속 일어나고 있어서 이제 우리는 ‘산불 시즌’이라는 말을 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올해 역시 대형 산불이 예년보다 일찍 시작돼 더 오래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이미 5월 초부터 기온이 오르기 시작하고 남서계절풍이 불면서 산불 발화 환경이 일찌감치 조성되고 있다고 밝혔다. 다행히 지난해 겨울 폭우로 아직까지 토양이 수분을 머금고 있지만 본격적인 여름을 앞두고 우려는 커지고 있다. 캐나다는 전국적으로 평년 이상의 기온이 이어지면서 눈이 빨리 녹아 작년 산불 시즌과 같은 조건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3년 사이에 발생한 대형 산불로 큰 피해를 입은 우리나라는 올해 5월 15일 기준 175건의 산불피해가 발생했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최근 3년 사이에 발생한 산불 발생 기간 169일 중, 산불 비수기로 불렸던 1월, 6월, 8월에 발생하는 빈도수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산불은 1986년 산불통계 작성 이후 역대 2번째로 최소 피해 기록이지만, 안심하기는 이르다. 국립산림과학원의 자료에 따르면 기온이 1.5도 높아지면 산불 기상지수가 8.6% 상승하고 2.0도 오르면 상승폭은 13.5%로 커진다. 따라서 주로 봄철에 집중됐던 산불이 하절기에도 발생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두고 대응해야 한다.
- 김현정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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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24-06-2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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