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성균관대학교 글로벌바이오메디컬공학과 신미경 교수
자연모사 생체접착제는 무엇인가요?
접착제는 우리 일상생활에서 사물을 원하는 위치에 고정하는 용도로 다양하게 사용됩니다. 마찬가지로 의료현장에서 찢어지거나 손상된 인체 조직을 이어 붙이기 위해서도 접착제가 사용되며, 이를 생체접착제 혹은 조직접착제라 부릅니다. 생체접착제는 유기물질로 이루어진 고분자로 만들어지는데, 이는 일종의 네트워크 구조를 형성하여 끈적거리는 특성을 가지게 됩니다.
이러한 생체접착제 중에서도 ‘자연모사 생체접착제’는 자연에서 영감을 받아 개발됩니다. 홍합이나 따개비와 같은 바다 생물체들이 바위나 선박 등에 부착하기 위해 사용하는 물질이나, 달팽이나 모래성 벌레 등의 생물체가 분비하는 끈적한 점액질을 모방하여 만들어집니다. 이러한 접착제들은 수분이 많은 환경에서도 효과적으로 작동하여 인체 내에서 사용하기에 적합합니다. 이와 같은 생체접착제는 의료 분야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습니다.
우리 연구실에서는 자연계 접착제에 존재하는 기능성 유기분자를 활용하여 생체접착제를 개발하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새로운 형태의 주사제, 패치, 그리고 글루(glue) 등을 만들어 나가고 있습니다. 이런 연구는 의료 기술의 발전과 환자의 치료에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됩니다.
생체접착제를 이용하면 모든 인체 조직을 붙일 수 있나요?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외과 수술 후 피부를 봉합하는데 사용되는 방법들이 계속해서 진화하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바늘과 실을 사용하여 인체 조직을 봉합했지만, 이제는 생체접착제를 이용하여 피부 조직을 봉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림 1). 생체접착제에는 시아노아크릴레이트, 피브린 글루, 단백질 글루 등 종류가 다양합니다.
그중에서도 시아노아크릴레이트는 피부 봉합에 주로 사용됩니다. 피브린 글루, 단백질 글루 등은 아직 인체 내의 수분이 많은 환경을 버티기에는 불충분합니다. 생체접착제로는 모든 인체 조직을 붙이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특히 혈관, 신경, 심장과 같이 움직임이 많고 탄력성이 뛰어난 조직들은 아직까지 생체접착제로 완전하게 봉합하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지금 생체접착제는 주로 바늘과 실을 보조하는 용도로 사용됩니다.
앞으로 더 많은 연구와 기술 발전을 통해 이러한 문제들이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생체접착제가 완전한 대안이 되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미래에 개발될 차세대 생체접착제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생체접착제 연구는 국내외에서 매우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습니다. 차세대 생체접착제는 높은 탄력성을 가진 신경, 혈관, 심장과 같은 조직을 봉합할 수 있는 형태가 될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이러한 접착제가 조직의 재생을 촉진하고 염증을 완화할 수 있는 약물과의 융합을 통해 치료효과를 가질 수 있도록 개발되고 있습니다. 이런 신소재는 단순히 조직을 붙이는 역할뿐만 아니라 치료제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또한, 신경, 심장, 근육, 뇌 조직 등에 이용될 접착제는 조직 재생에 도움을 주기 위하여, 전기생리학적인 환경을 모사할 수 있는 형태로 개발될 수 있습니다. 다른 조직에 적용하는 접착제와는 달리, 약간의 전류를 흐르게 할 수 있는 형태로 개발되어, 주변에 있는 세포들의 전기생리학적인 특성을 보조하는 데 도움을 주는 ‘전류가 흐르는 접착제’로 개발될 수 있습니다.
차세대 생체접착제인 ‘전류가 흐르는 접착제’를 설명할게요.
최근에는 이러한 생체접착제를 이용하여, 인체 내에 삽입되는 바이오 전자 기기와의 융합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기존의 딱딱한 전자기기와는 달리, 인체의 조직과 유사한 기계적 특성을 보유한 바이오 전자소자와 생체접착제를 결합하는 연구들을 통해 체내에서 조직손상 없이 전자기기의 기능성을 극대화시킬 수 있습니다.
미국 하버드대학교, MIT 등의 선진 연구기관에서도 고분자 기반 접착제와 바이오 전자소자를 융합하여, 신경, 심장, 근육 등에서 발생되는 전기생리학적 신호를 안정적으로 측정하고, 전기자극을 통해 조직재생을 유도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우리 연구실에서도 바이오전자소자에 융합될 수 있는 접착제를 개발하고 있으며, 이는 기존의 액체 글루 형태가 아닌, 건조한 필름 혹은 젤리 형태로 제작되어 체내의 수분을 유지하면서 접착제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개발됩니다. 이렇게 바이오전자와 융합될 수 있는 접착제는 그 자체의 조직 접착능도 우수해야 하지만, 전자소자의 기능성을 위해 약간의 전기전도성을 보유하고 있어야 합니다. 특히, ‘전류가 흐르는 접착제’는 손상된 근육에 채웠을 때 그 기능성을 복원하고, 체내 삽입된 바이오전자와의 전기적 연결을 통해 로봇재활치료의 신소재로서도 응용 가능합니다
차세대 생체접착제를 임상에 적용하기까지 얼마나 걸리나요?
우리 연구실은 차세대 생체접착제와 같은 혁신적인 바이오 소재를 개발하여 학술지에 논문으로 발표하고, 국내외에서 특허로 등록하였습니다(그림 3). 그러나, 이런 기술이 실제로 환자들에게 적용되기까지는 꽤나 긴 시간이 소요됩니다. 이러한 과정은 몇 년에서 수십 년에 이르는 경우도 있습니다.
특히, 체내에 사용되는 새로운 소재일수록 그 안전성을 검증하는 과정이 매우 중요하며, 이를 위해 많은 시간과 비용이 필요합니다. 이는 연구자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따라서 새로운 기술이 실제로 환자들에게 적용될 수 있도록 기업과 정부가 함께 노력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 범부처재생의료기술개발사업단
- 저작권자 2024-06-24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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