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게 물든 신들의 만찬 장소
최근 그리스의 수도 아테네의 아크로폴리스는 마치 화성의 모습과 흡사했다. 이는 사하라 사막으로부터 수천 km 이상을 날아온 미세먼지와 먼지 폭풍 때문인데, 이로 인해 그리스 아테네와 인근 도시들은 주황빛으로 물들어 버렸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사하라 사막의 먼지를 유럽으로 운반하는 폭풍은 매우 흔한 현상이며 지난 수년 동안 발생해 왔다고 한다. 이러한 폭풍은 어떻게 형성되고 움직일까? 또한 폭풍으로 인해서 도시는 얼마나 위험해질까?
사하라 사막에서의 먼지 폭풍은 어떻게 발생할까?
먼지 폭풍은 아프리카 북부에 걸쳐 있는 사하라 사막이 건조한 조건에 있으면서 강풍의 영향을 받았을 때 발생한다. 사막의 모래는 다양한 크기의 입자로 구성되어 있으며 일부 입자는 크고 무겁다. 크고 무거운 입자들은 강풍에 의한 영향을 가장 먼저 받기는 하지만, 그 크기와 무게 때문에 지중해를 건너 유럽으로 날아가지는 못한다. 그런데 큰 입자들이 어떠한 이유로 땅에 떨어지게 되면 그 충격으로 작은 초미세먼지 입자로 부서지며 흩어지게 된다. 크기가 작아지고 가벼워진 모래 입자와 먼지 입자는 바람의 영향을 받아 머나먼 거리를 날아갈 수 있게 된다.
또한, 먼지 폭풍이 발생하려면 날씨가 건조해야 한다. 습도가 높으면 입자들이 서로 뭉치고 무거워져 먼 거리를 날아갈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먼지 폭풍은 초목(풀과 나무)이 거의 없는 지역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초목이 있으면 바람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먼지 폭풍의 속도를 늦출 수 있다.
이러한 여러 물리적 요소를 고려하면 사하라 사막은 유럽에 먼지 폭풍을 날려 보내기에 완벽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먼지 입자들은 모래 입자보다 훨씬 작고 가벼워 공기 중에 오래 머물 수 있어서 유럽에 도착하는 폭풍은 먼지 폭풍이지 모래 폭풍이 아니다.
사하라 사막에서 먼지 폭풍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것과는 별개로, 이 폭풍이 북쪽으로 수천 마일을 날아가려면 강한 바람이 필요하다. 특히 바람의 방향이 중요한데, 유럽과 사하라 사막은 모두 우리나라와 같이 중위도에 자리 잡고 있다. 이 경우 저기압 기상 시스템은 동쪽에서 서쪽으로, 시계 반대 방향으로 매우 강한 바람을 일으킨다. 일반적으로 겨울과 봄에 발생하며 이를 통해 사하라 사막의 먼지는 지중해를 건너 유럽으로 운반되게 된다. 물론 고기압 기상 시스템도 이러한 현상을 일으킬 수 있지만 그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먼지 폭풍이 발생하는 이유는?
먼지의 역사는 지구의 역사만큼이나 오래되었다고 알려져 있으며 계속해서 반복적으로 발생해오고 있다. 먼지와 더불어 먼지 폭풍도 현대에 들어 새로 발생한 현상은 아닌데, 그렇다면 과학자들은 왜 먼지 폭풍에 대해 연구하는 것일까?
이와 관련하여 전문가들은 먼지 폭풍 현상 관련 공포를 부추기기 위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이 현상을 이해하고, 나아가 먼지 폭풍이 사회와 기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이해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한다. 예를 들어, 평범한 먼지(공장이나 산업 발전으로 생겨난 미세먼지가 아닌 자연 발생 먼지를 뜻함)는 숲과 바다에 철분과 인을 공급하는 일종의 영양분 역할을 할 수도 있기에 무작정 먼지가 나쁘다고 할 수는 없는 것이다.
산업화 이전부터 지구 상의 먼지 양은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딱딱하게 굳은 흙 조각을 자동차가 밟고 지나가는 상황을 상상해보자. 자동차에 밟힌 흙은 흩어져 작고 많은 입자가 되고, 작고 가벼워진 입자는 작은 바람에도 쉽게 영향을 받게 된다.
온난화 같은 기후 변화도 먼지 폭풍 생성에 한몫하고 있는 듯 보인다. 가뭄으로 인해 말라가는 물줄기나 말라 있는 호수에 남아있는 퇴적물은 침식성이 강해 대기로 쉽게 방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퇴적물의 침식성이 얼마만큼 강한지, 얼마나 쉽게 방출되는지 확실하게 밝혀진 바는 없다. 침식성과 휘발성은 평균적인 바람의 세기나 방향 등 변수들에 의해 쉽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러한 변수들은 미래의 먼지를 예측하는데에 가장 중요한 불확실성일 것으로 간주된다. 이에 전문가들은 기후 변화가 지구에 더 많은 먼지 바람을 일으킬지에 관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온난화 등으로 인한 지구의 기후 변화도 먼지 폭풍의 생성에 한몫하고 있는 듯 보인다. 가뭄으로 인해 말라가는 물줄기나, 이미 말라 있는 호수에 남아있는 퇴적물은 매우 침식성이 강해 대기로 매우 쉽게 방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이 얼마나 침식성이 강한지 또한 얼마나 쉽게 방출될 수 있는지는 아직까지 확실하지 않다. 침식성과 휘발성은 평균적인 바람의 세기나 방향, 또한 극단적인 바람의 세기와 방향 등 많은 변수들에 의해서 쉽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러한 변수들은 먼지의 미래를 예측하는 데에 있어 가장 중요한 불확실성 중 하나로 간주된다. 이에 전문가들은 기후 변화가 지구에 더 많은 먼지바람을 일으킬지에 관한 연구는 추가 연구가 더 필요해 보인다고 설명한다.
먼지 폭풍 속에서 안전하게 지내기
먼지 폭풍이 발생하면 어떤 점을 유의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먼지 폭풍을 만나게 된다면 (특히 대기질이 유독 나쁜 날) 마스크를 착용하고 야외 스포츠 활동을 자제해야 한다고 권고한다. 이는 미세 먼지의 입자가 미세할수록, 인체에 장기간 노출될수록 코 점막을 통해서 걸러지지 않고 허파꽈리까지 직접 침투하기 때문이다. 이는 천식 등을 포함한 폐 질환의 유병률을 크게 증가시킬 수 있다. 따라서 호흡기 질환이 있는 사람은 더욱 주의해야 한다.
이는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이다.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공장 주변이나 이들의 영향을 쉽게 받은 지역, 그리고 교통량이 많은 도로나 출퇴근 시간대에는 외부 활동을 피할 수 있어야 한다.
- 김민재 리포터
- minjae.gaspar.kim@gmail.com
- 저작권자 2024-05-22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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