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4월 22일 ‘지구의 날’이다. 올해로 54주년을 맞은 지구의 날은 1969년에 미국 캘리포니아 주 산타바버라 해안에서 발생한 해상기름유출사고를 계기로 환경문제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 위해 제정됐다. 수십 년 동안 화석연료를 기반으로 한 산업구조가 지구 환경과 인류의 삶을 어떻게 위협하는지 인식하지 못했던 당시에 인식의 전환점이 되었고 그 후 미국을 비롯한 국가들은 환경법 제정과 정치적 연대 등을 달성했다. 한국은 2009년부터 지구의 날을 전후해 기후변화 주간을 운영해왔다. 올해는 ‘우리의 탄소중립 생활 실천, 오히려 좋다!’를 주제로 당일인 22일부터 28일까지 ‘제16회 기후변화 주간’이 운영된다.
이제 전 세계인의 공감대가 형성돼 190여 개 국가 10억 명 이상의 시민이 ‘지구를 살릴 수 있는 마지막 세대’로서 지구의 날을 기념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노력이 지구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을지 지구의 날을 맞아 점검해 보자.
지구 평균기온 여전히 상승 중
지구를 지켜야 한다는 캠페인의 실제적 방법과 목표는 저탄소 사회로의 전환이다. 알려진 대로 화석연료 사용은 대기 중 오존 농도를 높여 지구온난화를 가중시키기 때문이다. 이에 국제사회는 기후 재앙을 막기 위한 마지노선으로 ‘1.5℃ 기준점’에 합의하고, 탄소 배출량 저감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실효성은 여전히 높지 않다. 심지어 세계 각국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최근 1년간 지구 기온 상승 폭이 최초로 1.5℃를 넘어선 것으로 관측됐다는 결과가 잇따라 발표됐다.
지난해에 유엔 산하기구인 세계기상기구(이하 WMO)는 2027년 안에 지구 평균기온이 1.5℃ 기준점을 넘을 확률이 66%에 이른다고 밝혔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다소 주춤했던 기온 상승 폭이 다시 증가한 원인은 다시 인간의 생산활동이 늘었고, 여기에 지난해부터 발생한 엘리뇨가 더해졌기 때문으로 파악된다.
일부 전문가들은 기준점 돌파가 일시적인 현상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지구온난화 수준을 판단할 다른 지표의 필요성을 강조하지만, 문제는 ‘평균값’을 높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페테리 탈라스(Petteri Taalas) WMO 사무총장이 보고서에 언급한 대로 “우리의 지구가 파리기후협약에서 정한 1.5℃ 기준점을 초과했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기준점을 초과하는 해가 점점 늘어나면서 평균 온도를 높이기 시작한 경보”가 울린 셈이다.
탄소배출량 저감 효과, 느리게 느리게
화석연료로 인한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지난해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발표한 ‘2023 이산화탄소 배출량’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374억 톤으로 전년 대비 1.1% 증가했으며, 배출량 증가분의 65%는 석탄에 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국제기구 글로벌 탄소 프로젝트가 COP28 기간에 발표한 보고서는 2023년 이산화탄소 총 배출량을 409억 톤으로 추산했다. 특히 석탄과 석유, 가스 등 주요 에너지원에 의한 배출량은 모두 1% 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지난해에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정점을 찍었지만, 올해부터 점차 낮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IEA는 전 세계 에너지 관련 이산화탄소 배출량 추이를 분석한 결과 그 증가세가 둔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IEA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를 포함해 10년간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해마다 0.5% 가량 증가하는 ‘느린 속도’를 보이고 있다.”면서 이는 청정에너지 보급이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탄소중립을 선언한 국가들은 탄소와 거리 두기, 즉 저탄소로의 전환을 시작했다. 당장 화석연료를 ‘퇴출’하지는 못하지만, 태양광·풍광, 원자력 등 청정에너지 및 재생에너지를 보급하여 단계적으로 화석연료를 폐지하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123개국이 ‘재생에너지 및 에너지 효율에 관한 서약’을 통해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용량을 늘리는 데 합의했다. 반면에 산유국의 약 94%는 단계적 폐지를 약속하지 않은 상황이다.
지구를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
한국은 면적이 좁고 일조량과 바람이 부족하여 재생에너지 100%를 달성하는 데 한계가 있다. 그렇다 보니 탈탄소 기술 이행이나 국제 민간기업 이니셔티브인 RE100 이행에도 비용 부담이 큰 상황이다. 이에 ‘Carbon Free 100’의 줄임말인 CF100이 현실적으로 유리한 제도로 주목을 받고 있지만 이도 만만치는 않다. 국제적 인증과 기준, 각 기업별 상황 등에 대한 기준이 구체적으로 설정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2020년에 발표된 클라이밋 애널리틱스(Climate Analytics) 보고서는 “한국의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가 지구 온도 상승을 막기에 ‘매우 불충분’하며, 점진적인 변화가 아니라 ‘모든 부문에서 변혁적인 기여’가 필요하다.”는 불명예 평가를 받은 바 있다. 이제 한국도 과학자들의 표현대로 ‘지구의 열병’을 더 두고 볼 수는 없다. 정부, 기업, 민간이 모두 지구의 날을 맞는 마음처럼 협력해야 한다는 의미다.
특히 정부와 기업 차원에서 글로벌 위기와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분위기에서 위기를 기회로 삼아 세계시장을 선도할 기술력을 키워야 한다. 한국형 기후 위기 대응법으로 탄소 활용 기술(CCUS)과 탄소 포집 저장 기술(CCS)을 세계 선도국 수준으로 확대·고도화한다는 정부의 계획에 기대를 거는 이유다.
- 김현정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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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24-04-23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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