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추운 겨울을 지낸 동물들이 활발한 움직임을 재개하는 계절이다. 일부 동물들은 자신들에게 유리한 기후를 찾아 먼 이사를 단행한다. 흑꼬리도요새는 먹지도 쉬지도 않은 채 한 번에 1만 2천km를 날아가고, 북극제비갈매기는 매년 북극에서 남극까지 왕복 7만km 이상을 이동한다.
이러한 야생동물들의 이주(Wildlife Migration)는 먹이와 최적의 번식지를 찾기 위한 생존 본능이지만, 역설적으로 생존을 위협하는 수많은 요인을 거쳐야 한다. 포식자와 질병 등 단일 개체가 맞닥뜨리는 위험도 있지만, 특히 기후 변화로 인해 서식지가 손실되거나 인간의 과잉 남획은 야생동물 ‘종’ 자체에 커다란 위협이다.
실제로 유엔환경계획(UNEP)이 발표한 ‘이동성 야생동물 세계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이동성 어류의 97%가 멸종 위기에 처해 있었다.
이동성 야생동물 중 보호종의 22%는 멸종 위기
UNEP은 지난달 12일 야생동물에 관한 첫 번째 실태 보고서를 발표했다. 해당 보고서는 세계자연보전연맹의 데이터를 이용해 야생동물 보호협약(이하 CMS) 국가들이 ‘국제 보호가 필요하다고 인정한’ 이동성 야생동물 1189종에 대해 집중 분석한 결과를 담았다.
UNEP 세계보전모니터링센터를 주축으로 구성된 국제협동 연구진이 이들 야생동물의 보전현황을 평가한 결과 CMS 대상인 1189종 중 22%인 260종이 멸종 위기에 처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520종(44%)은 개체 수가 감소하는 추세, 12종은 상황이 개선됐다. 하지만 연구진은 CMS에 포함되지 않은 멸종 위기 이동성 야생동물이 399종에 달한다며 크게 우려했다.
분류별로는 조류가 전체 962종 가운데 14%(132종), 어류의 경우 58개 보호종 중 97%, 포유류는 63개 보호종 종 중 40%도 멸종 위험에 놓여 있다.
지역별로는 아시아의 CMS 등재 종들의 개체 수가 평균 66% 감소해 가장 상황이 나빴고, 아프리카와 오세아니아도 각각 27%, 37%로 개체 수가 급감하고 있다. 반면 남아메리카(90%), 유럽(62%), 북아메리카(13%)에서는 개체 수가 늘어난 것으로 확인돼 대조를 이뤘다. 하지만 이 지역들은 1970년 이전에 이미 다른 지역에 비해 더 심각한 감소와 훼손된 상태에서 시작된 것이기 때문에 긍정적으로만 볼 수는 없다고 연구진은 말했다.
어류에게 닥친 위기, 위기, 위기
UNEP 세계보전모니터링센터의 켈리(Kelly Malsch) 박사는 보고서 발표회에서 “나를 밤잠 못 이루게 하는 것은 어류의 실질적이며 최악의 감소 추세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연구진이 국제자연보전연맹의 멸종 위기종 ‘레드리스트’ 데이터를 검토한 결과 1970년 이후 CMS에 등재된 어류의 개체 수가 평균 90%가 감소했다. 지금까지 이렇게 심각한 감소 추세를 보이는 동물 그룹은 없었다는 것이 연구진의 말이다.
더 심각한 것은 이미 CMS의 보호를 받는 200여 종 이상의 어류를 포함하여 약 400여 종의 개체 수가 감소하면서 여전히, 앞으로 더 보전 취약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얼룩말상어’라 불리는 제브라상어(Stegostoma fasciatum)와 같이 번식조차 쉽지 않은 유일종이 점차 개체 수가 감소하여 멸종 위기 취약(VU) 단계를 넘어가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데 의견이 모였다.
그렇다면 왜 유독 이동성 물고기가 멸종에 더 취약할까.
예상하다시피 보고서는 주요 원인으로는 혼획과 남획, 오염 등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환경정책 측면에서 보면 또 다른 문제가 있다.
리처드 캐델 카디프대학 해양환경법 및 정책학 박사는 “자세히 분석해 보면 실제로 보호받는 어종은 거의 없다.”면서 어류 보호의 실효성을 문제 삼았다. 캐비어와 같이 상업적 가치가 높은 소수만이 다른 나머지 종보다 특별히 더 보호되고 있다는 말이다.
또한 캐델 박사는 사람들이 어류를 “생선에 담는 요리 재료”로 인식한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코끼리, 자이언트판다, 고릴라 등 일부 거대 동물군은 국제적으로 보호 자금을 모으고 범세계적 캠페인을 펼치지만, 물고기는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물론 해류를 따라 여러 국가, 여러 대륙을 이동하는 종을 보호하는 것은 쉽지 않다. 게다가 바다는 여전히 미지의 영역이 많은 곳이기 때문에 육지 동물만큼 ‘표적형’ 보호 정책을 추진하기가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이대로 물고기들을 다 잃을 수는 없는 일이다.
이에 캐델 박사는 “행동하지 않는 국가들은 악의나 태만으로 인해 어종을 보호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어종과 이들의 보전상태에 대해 완전히 무지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시 말해 어류를 보호하기 위한 범세계적 정책과 추진체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아온 ‘혹등고래’, 희망은 있나?
많은 해양학자들은 ‘혹등고래’에서 희망을 찾고자 한다. 혹등고래는 1830년경부터 시작된 고래사냥과 상업용 포획으로 인해 1958년에는 개체 수가 약 440마리로 급감했다. 알려진 바로는 1952년부터 1962년 사이에 호주 포경 업계가 혹등고래의 95%에 달하는 약 4만 마리를 잡아들여 결국 멸종 위기를 맞았었다.
이후 1962년에 전 세계적으로 상업 포경이 전면 금지되면서 서서히 혹등고래 개체 수가 회복돼 현재는 약 25,000마리 정도가 원래 서식지인 남대서양 서부에서 살고 있다. (2019.10.16. Royal Society Open Science 게재)
이처럼 빠르게 멸종 위기에서 벗어난 것에 대해 학자들의 다양한 연구가 이어지고 있는데, 바닷속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상은 차치하고 종에 대한 이해와 범세계적인 노력이 전제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는 데 의견이 모인다. 더 늦기 전에 ‘접시 위 생선’이 아닌 ‘생태계의 어류’에 대한 관심과 이해가 필요한 때다.
- 김현정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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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24-04-1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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