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만 동해안에서 25년 만에 가장 강력한 지진 발생
대만 중앙기상청은 현지 시각으로 4월 3일 대만 동해안의 산악 지역인 화롄현에서 남동쪽으로 약 25킬로미터(15.5마일) 떨어진 곳에서 규모 7.2의 지진이 발생하여 건물 수십 채가 무너졌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최소 9명이 사망하고 수백 명의 사상자를 낳은 가운데 구조작업이 밤새 계속되었다.
진앙지(처음으로 에너지가 방출된 지점을 진원이라고 부르며 진원에서 수직 방면으로 지표면과 만나는 부분을 진앙이라 부름)에서 가장 가까운 도시인 화롄에선 여러 건물이 붕괴되었고, 산악 지대인 내륙에선 거대한 산사태가 발생했다. 이번 지진은 진앙지로부터 약 100km 이상 떨어진 대만의 수도 타이베이에서도 강한 진동을 느낄 수 있었다고 한다.
기본적으로 대만 전역과 연안의 모든 섬에서 지진과 진동이 느껴졌으며 이는 25년 만에 가장 강력한 지진이다. 대만에 이와 비슷한 강도의 지진이 마지막으로 발생한 것은 1999년이었다. 당시에는 무려 2,400명 이상이 사망했다. 대만 지역이 다른 지역보다 더 위험한 이유는 무엇일까? 대만은 기본적으로 지구의 지각판 두 개가 충돌하는 단층대에 자리 잡고 있을뿐더러, 지진 발생률은 낮지 않은 수준이다. 다만 대만 언론은 엄격한 건축법 덕분에 더 큰 재앙을 막을 수 있었다고 보도했다.
지진이란 무엇이며, 어떻게 발생할까?
지진(Earthquake)은 지구의 외각을 구성하는 커다란 암석 판인 지각판의 움직임으로 인해 시작되는 자연 현상이다. 일부 지각판은 거대하지만, 또 다른 판은 상대적으로 작다. 지진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지각이라는 지구의 퍼즐 조각이 정확히 몇 개로 구성되어 있는지에 대해 여전히 논쟁 중이다. 지각을 구성하는 판들은 맨틀이라고 불리는 아래층에 떠 있는 구조이다. 그리고 균열 지점, 즉 퍼즐 조각이 서로 마주 닿는 지점에서는 지구 내부 열로 인해 판이 매년 몇 센티미터씩 서로 멀어지거나 가까워지도록 밀어 이동한다. 이러한 움직임이 몇 년 정도 지속된 것이라면 큰 문제는 되지 않지만, 지구의 나이는 이미 40억 년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구가 생긴 후 한참 후부터 지각 움직임이 시작되었다고 하더라도 이미 지각의 움직임은 몇십억 년 동안 계속된 것으로 예측되고 있는데, 이러한 움직임을 판 구조론(Plate tectonics)이라고 부른다.
판 구조론으로 인해 판의 가장자리가 서로 부딪히면 변형이 쌓이게 되는데, 장기간의 지각 움직임은 암석 등에 약한 지점이나 변형된 지점을 만들며 지각에 에너지를 축적한다. 그리고 계속되는 지각 움직임은 판을 느슨하게 만들고 축적되어 있던 에너지를 순간적으로 방출시키게 되는데, 이에 에너지 일부가 지진파의 형태로 사방에 전파되며 결국 지표면에 도달하여 지반이 흔들리게 된다.
문제는 이러한 움직임이 일어나는 단층선 위에 있는 지역은 특히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대만이나 일본처럼 지진·화산활동이 일어나는 장소는 대체로 지각판의 경계가 발달한 대륙 경계나 해양의 중앙을 따라서 분포한다. 또한 큰 지진의 진앙이 바다 해역 상에 위치하면 해저 지형의 변화로 쓰나미나 파괴적인 홍수가 발생할 수 있으며, 산사태 및 토양 액상화(soil liquefaction) 현상 같은 부수적인 피해가 일어날 수 있다.
지진은 어떻게 측정할까?
지진을 구분하는 척도로 크게 규모(Magnitude)와 진도(Seismic intensity)를 들 수 있다. 먼저 규모는 ‘진원’에서 발생한 에너지의 절대적인 크기를 나타내는데, 우리나라에서는 미국 지진학자 찰스 리히터(Charles Francis Richter)가 1932년에 만든 지진 척도인 리히터 규모(ML)를 기반으로 지진의 규모를 측정한다.
이는 지진이 발생했을 때 방출되는 에너지의 양을 나타내는데, 규모의 단위가 로그 값이므로 규모가 1만큼 오르더라도 진폭은 자그마치 10배씩이나 상승한다. 리히터 규모 1의 지진은 매우 흔하며 일반적으로 느낄 수 없는 반면, 리히터 규모 10의 지진은 극히 드물게 발생하며 치명적인 피해를 입힐 수 있다. 일반적으로 지진학자들은 규모 5.0 이상의 지진이 발생하면 엄청난 파괴를 일으킬 수 있다고 말한다. 반면, 지진 에너지는 규모가 1 오를 때마다 대략 30배씩 늘어난다.
지진을 측정하는 데 사용되는 또 다른 척도는 ‘순간 진도 규모’가 있다. 이는 리히터 규모보다 규모 8.0 이상의 큰 지진을 더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어 지진학자들 사이에서 선호도가 높아지는 추세이다.
반면 진도는 ‘측정한 지점’에서 땅이 흔들린 상대적인 크기를 나타낸다. 지진이 발생한 깊이, 발생 환경 등에 따라서 다른 진동이 나타나기에 위 척도는 상대적인 크기를 나타낸다. 즉, 똑같은 규모의 지진에도 가까운 곳에는 큰 피해를 발생시키고 먼 곳의 영향은 줄어들 수 있다. 대표적인 척도로 이탈리아의 화산학자인 주세페 메르칼리(Giuseppe Mercalli)에 의해서 개발된 수정메르칼리진도등급(MMI: Modified Mercalli intensity scale)을 들 수 있다. 이 척도는 I부터 XII까지 총 12가지 진도계급으로 분류되어 있으며, 진도 V를 기준으로 낮은 계급(I~IV)에서는 주로 사람이 지진의 진동을 느끼는 관점에 따라서 달라지고, 높은 계급(V~XII)에서는 모든 사람이 진동을 느낀다는 가정하에 건축물의 손상 정도에 따라서 등급이 구분된다.
지진을 예측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지진 조기 경보 시스템이 존재하지만, 이는 지진이 발생하기 몇 초 전에 방출되는 1차 지진파를 감지할 수 있을 뿐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장기적으로 지진을 예측할 수 있는 기술은 현재 존재하지 않는다고 한다. 따라서 분명한 점은 지진을 예측할 수 있는 수단이 없다는 것이다. 이는 며칠 내에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는 화산 폭발 등과는 완전히 다른 상황이다.
여진, 얕은 지진, 깊은 지진?
강력한 지진이 발생하면 거의 항상 작은 여진이 뒤따른다. 앞선 지진으로부터 1~2개의 단층선 사이에서 발생하는 경우 별도의 지진이 아닌 여진으로 간주하는데, 일반적으로 여진은 지구의 지각판이 단층선을 따라 다시 제자리로 이동하려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즉, 여진은 지진이 발생한 후 진앙지의 지각판이 단순히 움직임을 멈추는 것이 아니라 안정된 후에도 계속 움직이기 때문에 발생한다. 문제는 여진 또한 심각한 파괴를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이다. 여진으로 인해 원래 지진으로 손상된 건물이 붕괴하여 더 많은 사망자, 부상자, 이재민이 발생할 수 있다. 여진은 일반적으로 최초 지진 발생 후 이틀 동안 가장 강력하게 발생하고, 수년 동안 지속 발생할 수 있다.
당연한 이야기일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 여진의 규모는 최초 지진의 규모보다 낮다. 따라서 최초 지진의 진도가 5였다면 여진은 진도 4 이하일 수 있다. 하지만 항상 그런 것은 아니다. 때로는 본진보다 더 큰 여진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지진학자들은 지구가 무작위로 발생시키는 충격에 대비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2023년 발생한 터키-시리아 지진 발생도 마찬가지였다. 이 지진에서는 최초 지진만큼이나 강한 여진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한편 종종 뉴스나 미디어에서는 지진을 ‘깊은’ 지진 혹은 ‘얕은’ 지진으로 묘사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지진이 지표면에서 50킬로미터 미만에서 발생하면 얕은 지진으로 간주한다. 이러한 지진은 빠르게 이동하기 때문에 지하 깊은 곳에서 발생하여 지표면에 도달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경우보다 지표면에 미치는 영향이 훨씬 더 강력하다. 지표면 아래 300킬로미터 이상에서 발생하는 지진은 깊은 지진으로 간주한다. 지진학자들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얕은 지진이 더 많은 파괴를 일으킨다고 한다. 바다의 파도를 생각하면 얕은 지진과 깊은 지진의 차이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예를 들면 거대한 파도는 근처에 있던 서퍼를 즉시 보드에서 떨어뜨릴 수 있다. 하지만 파도가 바다를 충분히 통과한 후에는 초보 서퍼에게도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같은 규모의 지진이라도 어떤 지진은 파괴적인 반면 다른 지진은 그렇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2023년 2월 터키와 시리아를 강타한 규모 7.8의 지진으로 5만 명 이상이 사망한 반면, 2014년과 2015년에 칠레를 강타한 규모 8.2와 8.3 지진의 사망자는 20명 미만이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는 지진의 ‘깊이’와 ‘설계’라는 두 가지 주요 요인으로 설명할 수 있다. 물론 인구 밀도가 낮은 지역에서 지진이 발생하면 주요 도심에서 발생한 지진보다 피해가 적을 수 있다. 그리고 앞선 설명처럼 지진이 특히 깊게 발생하면 같은 규모의 얕은 지진보다 피해가 적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보다 많은 부분이 건물 설계에 달려 있는 것이 사실이다. 내진 설계에 적용되는 기본 원칙이 20세기 후반에야 개발되었기 때문에 전 세계 대부분의 지진 발생 지역에서는 이러한 내진설계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이다.
참고로 내진 규정은 단층선에 가까운 지역에 건물을 짓는 방법에 대한 규정이다. 지진이 자주 발생하는 일본이나 칠레와 같은 일부 국가에서는 이러한 규정을 준수하기 위해 건물을 새로이 설계하고 건설하는데 엄청난 진전을 이루었지만, 대규모 인프라 프로젝트를 지원할 자금이 부족한 국가에서는 그렇지 못한 실정이다. 참고로 터키-시리아 지진으로 무너진 건물 중 상당수가 내진 규정을 충족하도록 설계 건설되지 않았기 때문에 대규모 인명 피해의 원인이 되었다고 분석된다. 참고로 내진 설계를 충족하기 위해서 건물을 허물고 처음부터 다시 지을 필요가 없다. 오래된 건물을 개조하여 지진 발생 시 더 나은 보호 기능을 제공하는 것도 가능하다.
- 김민재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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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24-04-17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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