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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에너지
권예슬 리포터
2024-02-15

메가로돈은 생각보다 ‘덜 메가’ 했다 “뚱뚱한 백상아리 보다 길쭉한 청상아리에 가까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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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까지 과학자들이 추정한 메가로돈의 모습은 백상아리처럼 통통했다. 하지만 새로운 연구는 기존 정설과 달리 메가로돈이 날씬하고 긴 체형을 가졌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 Alex Boersman/PNAS

360만 년 전에 멸종한 거대 상어인 ‘메가로돈’은 지구 역사상 가장 거대한 최상위 포식자로 알려졌다. 2023년 개봉한 영화 ‘메가로돈2(Meg2: The Trench)’의 포스터에서는 ‘공룡의 왕’ 티라노사우루스 렉스를 한입에 집어삼킬 정도로 거대한 모습으로 메가로돈이 등장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알려진 것보다 메가로돈이 더 날씬하고 길쭉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화석이 알려주는 고대 포식자의 모습

메가로돈은 약 2300만 년 전부터 360만 년 전까지 지구의 최상위 포식자로 군림하던 생물이다. 과학자들은 고대 해양 생태계를 이해하기 위해 보존된 화석을 이용해 메가로돈의 모습을 복원하는 연구를 진행해왔다. 이렇게 복원된 메가로돈의 몸길이는 14~18m, 지느러미 높이는 1.6m, 체중은 약 61t(톤)으로 추정됐다. 현존하는 해양 생물 중 가장 큰 대왕고래는 몸길이가 최대 31m, 무게는 180t에 달한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메가로돈이 바다의 역사에서 가장 거대했던 동물은 아니다.

2022년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게재된 연구에서 영국 스완지대 연구진은 메가로돈의 입 크기까지도 추정했다. 메가로돈이 입을 크게 벌렸을 때의 길이는 최소 1.8m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영화 ‘메가로돈2’의 포스터처럼 키 12m의 티라노사우루스 렉스를 한입에 삼킬 수는 없지만, 큰 위를 가져 먹이 경쟁에서 유리했다. 메가로돈의 위 부피는 9000L가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거대한 위를 든든히 채우려면 무려 9만 8175kcal의 열량이 필요하다. 즉, 한번 든든히 섭취하면 장기간 먹이 섭취 없이도 살아갈 수 있다.

▲ 영화 ‘메가로돈 2’의 포스터. 공룡의 왕 티라노사우루스 렉스를 한 입에 집어삼키는 것으로 묘사된 것과 달리 메가로돈의 입 크기는 크게 벌렸을 때 약 1.2m 정도인 것으로 추정된다. ⓒ워너브라더스 코리아

 

상어 세계의 ‘송골매’ 청상아리와 더 가까울 것

필립 스턴스 미국 리버사이드캘리포니아대(UC리버사이드) 연구원은 동일한 화석을 토대로 메가로돈의 몸길이를 추정한 두 개의 연구의 결과가 서로 상이 한 것에 의문을 품게 됐다. 한 연구는 메가로돈의 몸길이를 11.1m로, 다른 연구는 9.2m로 추정해 발표했다. 스턴스 연구원은 켄슈 시마다 시카고드폴대 교수 등 국제연구진과 함께 메가로돈의 척추뼈 화석을 전면 재검토하고, 그 연구 결과를 지난 22일 학술지 ‘팔레온톨로지아 일렉트로니카(Palaeontologia Electrooonica)’에 발표했다.

우선 연구진은 메가로돈의 척추뼈 화석과 백상아리와 청상아리가 속한 악상어목 상어들의 척추 화석을 새로 비교 분석했다. 메가로돈의 크기를 추정해 온 기존 연구들은 대부분 백상아리를 모델로 복원을 진행해왔다. 그래서 메가로돈의 모습도 백상아리처럼 둥글고 뚱뚱했을 것으로 추정됐다. 연구진은 추가 연구에서 살아 있는 백상아리의 척추 골격을 컴퓨터 단층촬영(CT)으로 측정해 복원된 메가로돈의 척추와 비교했다.

▲ 연구진은 현존 상어의 골격을 컴퓨터 단층촬영(CT)으로 측정해 기존 복원된 메가로돈의 척추와 비교했다. ⓒPalaeontologia Electronica

연구 결과, 메가로돈의 모습은 지금까지 밝혀진 것보다 더 날씬하고 몸길이는 길었던 것으로 추정됐다. 백상아리보다는 살이 쏙 빠진 백상아리 같은 외형을 지닌 청상아리 체형과 더 유사했을 것이라는 결론이 나왔다.

스턴스 연구원은 “현존 화석으로는 메가로돈의 얼굴과 지느러미 위치 등을 정확히 묘사하기는 어렵지만, 적어도 더 날씬하고 길었다는 것을 밝혀낸 연구”라며 “메가로돈이 고대 해양 생태계 사슬의 꼭대기에 있는 최상위 포식자라는 사실에는 변함 없다”고 설명했다.

외형의 차이는 행동의 차이로 이어진다. 메가로돈이 날씬하고 길쭉한 몸을 가졌다면 소화관 역시 더 길어진다. 그만큼 영양분을 잘 흡수해 먹이를 자주 사냥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다른 해양 생물에 대한 포식 압력이 줄어든 만큼, 이번 연구는 다른 해양 생태계의 진화도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가령, 최상위 포식자인 메가로돈이 기존 정설보다 돌고래를 적게 섭취해도 되는 거였다면, 돌고래 개체 수 역시 예상과 달라질 것이다.

▲ 청상아리는 백상아리보다 가늘고 긴 체형을 가졌다. ⓒFlickr

먹이의 자연적인 감소가 메가로돈의 멸종 원인일 것이라는 기존 가설에 대해 연구진은 민첩한 백상아리의 출현이 멸종의 주요 요인 중 하나였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첩성이 좋아 더 뛰어난 포식자가 된 백상아리와의 먹이 경쟁에서 밀렸다는 의미다.

스턴스 연구원은 “고대 해양 포식자에 대한 수정된 이해는 오늘날 바다에까지 연쇄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메가로돈의 새로운 체형을 바탕으로 생활 방식, 멸종 원인 등을 다시 조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예슬 리포터
yskwon0417@gmail.com
저작권자 2024-02-15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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