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산 위에서 잠든 어린 북극곰, 기후 변화에 대한 위기를 전하다
런던 자연사 박물관의 더글라스 거(Dr. Douglas Gurr) 박물관장은 총 25점의 사진을 공개하고, 야생동물과 자연을 사랑하는 전 세계 사람들을 대상으로 투표를 진행했다. 이 투표를 통해 ‘올해의 야생동물 사진’을 선정했다. 이 중 가장 많은 표를 받아 올해의 야생동물로 선정된 빙산 위의 어린 북극곰은 사람들에게 기후 변화에 대한 위기를 함께 전하고 있어서 화제가 되고 있다.
영국의 아마추어 사진작가 니마 사리카니(Nima Sarikhani)는 빙산 위에서 잠을 청하는 어린 북극곰의 모습을 담은 멋진 사진을 선보였고 이는 올해의 야생동물 사진작가 피플스 초이스 어워드(Wildlife Photographer of the Year People's Choice Award)를 수상했다.
거 박사는 사리카니의 그야말로 숨 막히게 아름답고 가슴 아픈 사진을 통해서 지구의 아름다움과 연약함을 볼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위 사진은 동물과 서식지 사이의 필수적인 유대를 극명하게 상기시키는 동시에 기후 온난화와 서식지 손실에 대한 직접적인 영향을 시각적으로 표현한다고 설명했다.
사리카니는 노르웨이 스발바르 군도(Svalbard archipelago) 앞바다의 짙은 안개를 뚫고 북극곰을 찾아 3일간 수색한 끝에 이 이미지를 완성했다고 한다. 북극해의 높은 곳에 자리한 스발바르섬은 세계에서 가장 고립된 섬 중 하나로 ‘세상의 끝자락’이라고 불리는 장소이다. 이곳에는 세계에서 19개밖에 없는 북극곰 개체군 중 하나가 서식하고 있다. 바렌츠해에는 총 3,000여 마리의 북극곰이 서식하는 것으로 추정되며, 대부분은 스발바르와 러시아의 북극 섬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곰들은 해빙 위를 걸어서 여러 섬 사이를 오간다. 북극곰들은 지난 수천 년 동안 바다표범과 바다코끼리 같은 먹이를 사냥하기 위해 얼음을 발판으로 사용해 왔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북극곰이 그간 누려온 생활과 터전이 녹아내리고 있다. 1970년대 이후 스발바르는 약 3~5 ℃가량 따뜻해졌고, 동시에 해빙의 두께와 범위가 급격히 감소했기 때문이다.
노르웨이 극지연구소에서 스발바르의 북극곰을 연구하고 있는 존 아스 박사(Dr. Dr Jon Aars)는 대부분 지역에서 얕은 수심에 해빙이 있는 기간이 수십 년 전보다 훨씬 짧아졌다고 경고하며 해빙의 감소가 북극곰에게 직접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설명한다. 해빙을 따라다니는 곰들은 여전히 일 년 내내 사냥을 할 수 있지만, 점점 더 깊은 바다에서 사냥하고 있기에 그들의 생산성이 떨어질 수 있다. 즉, 해빙의 손실은 그들의 생활방식에도 영향을 미치는 셈이다. 예를 들어서, 북극곰은 전통적으로 굴을 짓는 데 중요했던 위 스발바르의 동쪽 지역에 더 이상 도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대신, 곰들은 이제 해빙이 있는 북극에서 수백 킬로미터 더 가까운 곳에서 자주 발견되고 있다.
이는 얼음이 부족하다는 것을 암시하며 이제 곰들이 훨씬 더 먼 거리를 헤엄쳐서 바다를 건너야 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는 북극곰에게도 에너지 소모가 많은 일이며, 이들이 얼마나 오래 버틸 수 있을지는 확실하지 않다. 얼음이 부족하다는 것은 다른 곰을 만날 기회도 부족하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는 바렌츠해 개체군의 유전학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또한, 해빙이 사라지면서 스발바르에 서식하는 북극곰의 유전적 다양성이 감소했다고 알려져 있다. 섬과 섬 사이 얼음을 가로질러 이동하는 곰의 수가 줄어들며 서로 다른 집단이 섞일 기회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서 거주 곰들 사이에서 근친 교배가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이 외에도 행복한 거북이의 사진, 거대한 새로 변한 찌르레기 무리들, 공동육아를 담당하고 있는 암사자들, 그리고 오로라에 밝게 빛나는 해파리 등이 올해의 야생동물들 사진을 수상했다.
행복한 거북이
차히 핀켈스타인(Tzahi Finkelstein)은 바닷가 새를 촬영하던 중 얕은 물속을 걷고 있는 발칸 연못 거북을 발견했고 즉시 셔터를 눌렀다. 그 순간 잠자리가 거북이의 코에 예기치 않게 착륙하며 거북이는 옅지만 깊은 웃음을 선보이고 있다.
찌르레기, 거대한 새로 변신하다
다니엘 덴세쿠(Daniel Dencescu)는 이탈리아 로마의 도시와 교외에서 찌르레기를 따라다니며 몇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마침내 구름 한 점 없는 겨울날, 찌르레기들이 울음소리를 내며 거대한 새의 모양으로 전열을 가다듬는 모습을 포착했다.
공동육아
케냐의 마사이 마라 마라(Maasai Mara Mara)에서 암사자 두 마리는 사냥을 함께 나갔다. 이때 다섯 마리의 새끼 사자들은 밤새 울창한 덤불 속에 숨어 있었다. 하지만 암사자 두 마리는 사냥에 실패했고 돌아온 암사자들은 새끼들을 초원으로 불러내어 몸단장을 시작했다. 마크 보이드(Mark Boyd)는 이를 포착했고 드디어 ‘공동 육아’의 장면을 사진에 담았다.
오로라에 빛나는 해파리
오둔 리카르센(Audun Rikardsen)은 이 날을 위해서 방수 하우징 장비를 직접 제작했다. 바로 노르웨이 북부 트롬쇠(Tromsø) 외곽 피오르드의 시원한 가을 바다에 달 해파리(moon jellyfish)가 몰려드는 모습을 촬영하기 위해서다. 중요한 점은 위 장소는 멋진 오로라를 관측할 수 있는 장소라는 점이다. 그리고 리카르센은 오로라가 비추는 달 해파리를 촬영하는 데 성공했다.
한편, 이 다섯 장의 사진은 오는 6월 30일까지 온라인과 런던 자연사 박물관에서 계속 전시될 예정이다.
올해의 야생동물 사진 수상작 감상 하기 - 런던 자연사박물관, 올해의 야생동물들 (Wildlife Photographer of the Year)
- 김민재 리포터
- minjae.gaspar.kim@gmail.com
- 저작권자 2024-02-09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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