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타임즈 로고

환경·에너지
권예슬 리포터
2024-01-31

아기상어가 위험해! 상어 어업 규제 정책 도입에도 상어 사망률은 꾸준히 증가

  • 콘텐츠 폰트 사이즈 조절

    글자크기 설정

  • 프린트출력하기
해양 포식자인 상어가 멸종 위기에 놓였다. 전 세계적으로 어업에 의한 상어 사망률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GettyImages

상어는 4억 년 이상 강력한 해양 포식자로 살아왔다. 다섯 차례의 멸종 위기를 이겨냈다. 그런데 이 고대의 계통은 스스로 ‘최상위 포식자’로 칭하는 인간의 상업적 어업으로 인해 멸종 위기에 놓였다. 국제 공동 연구진이 2012년부터 2019년까지 전 세계의 어업에 의해 잡힌 약 110억 마리 상어의 운명을 추적한 결과를 지난 11일 ‘사이언스(Science)’에 발표했다. 상어를 보호하기 위한 각종 정책이 10배 이상 증가했음에도 연간 8,000만 마리의 상어가 어업으로 인해 사망하고 있다.

 

해양 생태계 보호하는 ‘착한 포식자’

상어는 사실 무서운 포식자인 것만은 아니다. 산호는 산호초 생태계를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상어는 산호초 인근에 서식하는 물고기와 플랑크톤을 먹어 얻은 영양분을 산호초에 나눠준다. 한편, 듀공과 같은 산호초를 먹는 포유류를 사냥해 산호초 지역이 과도하게 파괴되지 않도록 조절하기도 한다. 상어가 사라지면 산호초는 영양분을 얻지 못하거나, 포유류들에게 무분별하게 먹혀 사라진다. 1㎡당 1,500~3,700g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며 바닷속 열대우림 산호초는 인간의 활동에 의한 기후변화, 그리고 인간의 무분별한 어업으로 인한 이중고를 겪게 되는 셈이다.

낭비적인 상어 어업 관행으로 인한 멸종 위기를 피하기 위해, 세계 각국에서는 기존 어업 관행을 금지하는 다양한 규제 정책을 도입했다. ⓒGettyImages

 

지난 7월 국제 프로젝트인 ‘글로벌 핀프린트(Global Finprint)’ 연구진은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산호 상어 개체 수가 60~73% 감소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전 세계 67개국 산호초 해역에서 촬영된 2만 시간의 수중 비디오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다. 지난해 1월 캐나다 연구진이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발표한 연구에서는 상어를 위협하는 가장 큰 요인으로 ‘트롤 어업’을 지목했다. 다른 어종을 잡는 과정에서 의도치 않게 상어가 잡히는 부수어획이 개체 수 감소의 주요 원인이라는 내용이었다.

 

허울뿐이었던 규정

상어의 멸종을 막기 위해 각국 정부는 상어 포획과 지느러미를 취득한 뒤 시체는 다시 바다에 버리는 행위 등을 줄이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도입했다. 미국 산타바바라캘리포니아대(UC 산타바바라) 등 공동 연구진은 이러한 조치들이 상어 개체 수 유지에 효과가 있었는지를 분석한 연구결과를 11일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안타깝게도 일부 규정이 성공적으로 운영됐음에도 전반적인 상어 연안 어업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0년간 지느러미만 취득한 후 상어는 바다에 다시 버리는 어업 행위를 줄이기 위한 보호 법률이 10배 이상 증가했다. 법안이 증가했음에도 어업에 의한 상어 사망은 연간 7,600만 마리에서 8,000만 마리로 증가했다. 이 중 30% 이상은 멸종 위기에 처한 종이다. 2019년에 전 세계적으로 사망한 상어는 1억 1,000만 마리 이상일 것으로 추정된다. 연구진은 2012년부터 2019년까지 상어 포획을 조사한 결과 이러한 결론을 내렸다. 또한 어업 관행과 소비 트렌드를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해 전문가들과의 심층 인터뷰도 수행했다.

과거에는 샥스핀 요리로 활용하기 위해 지느러미만 취득한 후 상어를 다시 바다에 버리는 어업 행위가 잦았다. 지느러미가 잘린 상어는 수영을 하지 못해 바다에서 끝내 사망하게 된다. ⓒGettyImages

사망률 증가는 주로 연안 상어 어업에서 나왔다. 연안 상어 어업은 전 세계 상어 어업 사망의 95%를 차지하는데, 2012년부터 2019년까지 매년 4%씩 꾸준히 증가했다. 반면, 대양 어업의 경우 상어 사망이 7%가량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규제가 전혀 효과 없었던 것은 아니다. 지느러미만 취득하는 낭비적인 관행은 줄었다. 다만, 이 규제들이 전반적인 상어 사망률을 감소시키지는 못했다.

다시 브래들리 미국 UC산타바바라 교수는 “지속적으로 상어를 포획하는 것은 우리 행성에서 가장 고대의 계통이자, 존경받는 종을 멸종으로 이끄는 세계적 문제”라며 “상어 과잉 어업을 줄이려는 다양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어업에 의해 사망하는 상어의 수는 감소하긴 커녕, 다소 증가하는 경향이 나타났다”고 말했다.

지역에 따른 상어 사망률. 연안 지역에서 사망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Bris Worm et al.

 

샥스핀 이후 뜨는 상어 고기

연구진은 지느러미 벗김 규제 정책으로 인해 상어 자체를 포획하는 수가 늘어나고, 상어 고기 등 기타 제품에 대한 추가 시장이 형성됐다고 분석했다. 레오느르도 페이토사 미국 캘리포니아대 박사는 “샥스핀 수요가 감소하고, 브라질과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상어 고기 수요가 증가한 것을 확인했다”며 “상어 고기가 다른 어류에 비해 비교적 저렴한 대체품이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상어 고기를 섭취한다는 인식조차 없었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지느러미 벗김만 금지하는 소극적 규제가 아닌 상어 포획 자체를 줄이기 위한 강력한 조치만이 상어 보존을 위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상어 낚시를 전면 금지한 지역은 금지 조치를 하지 않은 지역보다 상어 폐사율이 40% 가까이 줄었다. 특정 지역에서 어업을 금지하거나, 어부들이 실수로 잡힌 멸종위기종을 방류하도록 요구하는 등 구체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역별 규제 정책. 파란색은 상어 어업을 전면 금지한 지역, 노란색은 상어의 지느러미 취득 행위를 금지한 지역, 빨간색은 규제 정책이 없는 지역을 의미한다. ⓒBris Worm et al.

이번 연구를 총괄한 마리어 덩 팔로마레스 영국 브리티시컬럼비아대 교수는 “상어의 세계적 멸종 위기를 피하기 위한 길은 분명히 있고, 우리가 알고 있다”며 “지금이 행동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권예슬 리포터
yskwon0417@gmail.com
저작권자 2024-01-31 ⓒ ScienceTimes

관련기사

목록으로
연재 보러가기 사이언스 타임즈에서만 볼 수 있는
특별한 주제의 이야기들을 확인해보세요!

인기 뉴스 TOP 10

속보 뉴스

ADD : 06130 서울특별시 강남구 테헤란로7길 22, 4~5층(역삼동, 과학기술회관 2관) 한국과학창의재단
TEL : (02)555 - 0701 / 시스템 문의 : (02) 6671 - 9304 / FAX : (02)555 - 2355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서울아00340 / 발행인 : 조율래 / 편집인 : 김길태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길태
한국과학창의재단에서 운영하는 모든 사이트의 콘텐츠는 저작권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사이언스타임즈는 과학기술진흥기금 및 복권기금의 지원으로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발전과 사회적 가치 증진에 기여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