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은 갑진년(甲辰年)으로 ‘푸른 용’의 해다. 용은 동양 문화권의 십이지지(十二地支) 중 유일하게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상상의 동물이다. 하지만 고대 문헌의 기록과 고생물학자들이 발견한 흔적들을 통해 용이 실제로 존재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에는 고대 해양 파충류를 연구하는 학자들에 의해 용의 기원으로 강력하게 추측되는 신종 ‘모사사우르스’의 모습이 재현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용, 동서양 신화 속 상상의 동물
고대 문명의 발상지에서 용의 흔적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현대 관점에서 여전히 상상의 동물로 여겨져서 동서양 문화권에서 묘사되는 모습과 상징하는 의미가 각각 다르게 파악되지만, 이미 오래전부터 신화나 전설에 중요한 소재로 등장해 왔기 때문이다.
주로 동양신화에 등장하는 용의 외형은 9가지 동물의 일부를 합성한 모습으로 알려진다. 중국의 옛 문헌인 ‘광야(廣雅)’ 익조에 묘사한 용의 모습은 “머리는 낙타와 비슷하고 뿔은 사슴, 눈은 토끼, 귀는 소, 목덜미는 뱀, 배는 큰 조개, 비늘은 잉어, 발톱은 매, 주먹은 호랑이와 비슷하다.”고 전해진다.
이처럼 각 동물이 가진 최고의 무기를 모두 갖춘 덕에 용은 벽사의 의미, 왕실의 상징으로 쓰였다. 또, 다른 동물들과는 달리 비와 바람을 관장하는 초자연적인 힘을 가진 상서로운 동물로 묘사된다. 왕이 일할 때 입는 곤룡포(袞龍袍)에 수 놓인 용 무늬, 경북궁 근정전 천장에 그려진 용 두 마리, 경회루의 화재를 방지하기 위해 두었던 청동용 등은 용에 대한 우리나라의 인식을 반영한다. 서양 문화권에서 용이 파괴의 화신, 악한 존재로 여겨지는 것과는 다른 해석이다.
용의 실재는 모사사우루스?
고대 문헌에는 용이 실제 존재했을 것으로 추측할 수 있는 흔적들이 다수 발견된다. 물론 현대에 생각하는 용의 모습과는 다르게 묘사되어 있는데, 고고학자들의 분석에 따르면 긴 몸통의 거대한 파충류였을 것으로 추측된다. 대체로 물가에 사는 이 종은 압도적인 힘과 크기로 인간에게 공포감을 주었고, 해양 동물의 특성상 기상현상에 반응을 보였기 때문에 날씨를 관장한다거나 수신(水神)이라는 문화적·신화적 의미가 덧씌워졌을 것이라는 얘기다.
이같이 문헌에 기록된 신화적 특성을 걷어내고, 오로지 생물적 특성만 보면 가장 ‘용’에 가까운 것은 모사사우루스(Mosasaurus)다. 모사사우루스는 백악기 후기에 유럽, 아시아, 아메리카, 아프리카에 살았던 거대한 육식성 수생 도마뱀이다. 몸길이는 보통 최대 10m에 달하는데 가장 큰 종은 최대 15m에 육박해 백악기 바다의 최상위 포식자로 알려진다.
모사사우루스 화석은 1770년 네덜란드 뫼즈(meuse) 강 인근에서 최초로 발견됐다. 당시에는 생소한 생김새의 이 화석을 중생대에 살았던 이빨고래류로 추측하기도 했었지만, 이후 도마뱀의 일종인 해양 파충류로 분류됐다. 네덜란드 뿐만 아니라 아메리카, 아시아, 아프리카 등 여러 곳에서 모사사우루스 화석이 발견돼 비교적 연구가 잘 진행된 공룡 중 하나다.
아시아의 청룡(滄竜)으로 불리는 모사사우루스
그런데 최근 모사사우루스의 신종 화석이 일본에서 발견됐다. 신시네티 대학교 고생물학 연구팀은 2006년에 발굴된 모사사우루스 화석이 지금까지 학계에 보고된 것과는 다른, 새로운 종임을 확인했다고 2023년 12월 ‘Systematic Palaeontology 저널’에 발표했다.
2006년에 일본 남서부 와카야마현에서 미사키 아키히로(Akihiro Misaki) 교수에 의해 발견된 이 표본은 일본어로 청룡을 뜻하는 소류(滄竜)로 불리며, 약 72만 년 전 것으로 추정된다. 이 화석은 두개골과 40개 이상의 척추뼈로 구성된 경추 및 척추부, 한 쌍의 갈비뼈, 오른쪽·왼쪽 뒷발 등을 포함해 거의 완전한 모사사우루스의 골격으로 구성되어 있다. 연구진은 지금까지 태평양 북서부에서 발견된 것 중 가장 완전한 모습이라고 강조했다.
연구진은 이 화석을 재현한 결과, 대형 해양 파충류 형태로 알려진 모사사우루스가 백상아리에 가까운 모습이었다고 발표했다.
가장 큰 차이는 네 개의 큰 지느러미의 등장이다. 연구원들은 패들 모양의 큰 앞지느러미가 빠른 기동에 도움을 주고, 뒷지느러미는 다이빙이나 수면 밖으로 튀어 오르는 추진에 도움을 줬을 것으로 추측했다. 그리고 다른 모사사우루스처럼 매우 긴 꼬리지느러미가 빠른 가속력을 내어 사냥을 쉽게 했을 거라고 말했다. 또한, 상어와 같은 등지느러미가 척추뼈를 따라 일렬로 배열된 형태로 발견됐고, 경추 중심이 적어도 19번째 뼈에 위치해 다른 종보다 훨씬 뒤쪽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니시 타구야(Takuya Konishi) 신시내티대학교 교수는 “모사사우루스에 대한 연구가 잘 진행되었지만 이것은 지금까지 알려진 것과는 다른 새로운 화석이었다.”고 말했다. 또 “이런 종류의 신체 형태를 가진 유사체가 현대에 없기 때문에 ‘종’를 새로 규정하기는 어렵지만, 모사사우루스가 물속에서 어떻게 이동하는지에 대한 이해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 김현정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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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24-01-03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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