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타임즈 로고

환경·에너지
이예진 객원기자
2023-12-18

탄소 포집, 저장 및 활용의 세계 [에너지톡] CCUS, 화석연료의 수명을 연장하기 위한 도구인가, 기후 위기 시대의 구세주인가?

  • 콘텐츠 폰트 사이즈 조절

    글자크기 설정

  • 프린트출력하기

약 7만 명 이상이 모였던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nference of the Parties of the United Nations Framework Convention on Climate Change) 회의가 막을 내렸다. 줄여서 COP(올해는 COP28)이라 불리는 이 회의는 세계 각국 정부가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정책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모이는 자리이다. 올해는 11월 30일부터 12월 12일까지 두바이에서 개최되었으며 산유국인 아랍에미리트에서 열린 만큼 개최 전부터 기후 운동 커뮤니티로부터 많은 비판을 받았다. 기후변화의 주범 중 하나인 산유국에게 목소리를 줄 필요가 있냐는 주장이다.

이번 회의 의장인 술탄 알 자베르(Sultan Al Jaber)는 아부다비 국영석유회사(Abu Dhabi National Oil Company, ADNOC)의 회장이며 국영 재생에너지 회사인 마스다르(Masdar)를 설립했다. 알 자베르는 산유국을 비롯한 석유 및 가스 회사들이 기후변화 회의에 참가하는 것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며, 이번 COP28의 우선순위로 공정한 에너지 전환과 기후 금융을 꼽았다.

현재 에너지 부문에서 배출되는 탄소는 연간 370억 톤(37 기가 톤)에 달한다. 이는 대략적으로 전체 온실가스 배출의 75%를 차지하는 어마어마한 양이다. 2015년 파리 기후변화회의(COP21)에서 체결된 파리협정에 따라 지구 온난화로 인한 온도 상승 폭을 2℃ 이하로 유지하며, 21세기 말까지 1.5℃로 제한하기 위해서는 이 탄소 배출량이 2050년까지 “넷제로”(Net zero, 탄소중립)가 되어야 한다. 그러나 최근 유엔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는 2℃ 이하는커녕 2.5℃의 온도 상승으로 가는 길에 있다.

에너지 부문 관련 온실가스의 대부분은 화석연료 연소 및 산업 공정으로부터 온다. 화석연료에 있어서 넷제로 미래로 가는 길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석탄, 석유, 가스의 사용을 현저히 줄이는 것이다. 두 번째는 화석연료 사용에서 배출되는 탄소의 대부분을 포집하고 저장 혹은 활용하는 것이다. 넷제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사실 이 두 가지 모두가 필요하다. 이 두 가지 요소를 어떠한 비율로 혼용할지는 관련 기술 발전과 에너지 전환의 속도에 관한 사회적 합의에 달려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번 COP28 회의뿐만 아니라 석유와 가스 부문에서 주목받는 탄소 저감 기술인 탄소 포집, 저장 및 활용(Carbon Capture, Utilization and Storage, 이하 CCUS) 기술에 대해 알아보자.

 

탄소 포집 기술이란?

CCUS는 이산화탄소를 포집(Capture) 하여 압축 및 수송 과정을 거쳐 땅 속에 저장(Storage) 하는 기술과, 포집한 탄소를 필요한 곳에 활용(Utilization) 하는 기술을 모두 포함하는 개념이다. 이 둘은 각각 탄소 포집 및 저장(Carbon Capture and Storage, 이하 CCS)과 탄소 포집 및 활용(Carbon Capture and Utilization, 이하 CCU)으로 나누어 불린다.

탄소 포집은 주로 석유화학 단지나 철강회사 등 대규모 탄소 배출원이나 화석연료 발전소 등 포인트 소스(point source)에서 이루어진다. 배출된 가스를 용매가 들어있는 흡수제와 결합시켜 이산화탄소만 회수하고 나머지 가스는 배출시키는데, 이후 열을 이용해서 이산화탄소와 용매를 분리시킨다. 이렇게 포집된 탄소는 저장되거나 활용될 수 있다.

CCUS의 각 단계. 이산화탄소는 화석 또는 바이오매스 연료 발전소, 산업 시설 또는 공중에서 직접 포집될 수 있다. 포집된 탄소는 압축되어 선박이나 수송관을 통해 운반된다. 탄소를 활용하는 경우, 포집된 탄소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기 위한 공급원료로 사용된다. 탄소를 저장하는 경우, 포집된 탄소는 육지 또는 해상의 지하 지질 구조에 영구적으로 저장된다. ⓒ국제에너지기구

 

포집된 탄소는 어떻게 운송되며 어디에 저장되는가? (CCS)

포집된 탄소는 압축되어 파이프나 선박으로 운송된다. 대부분의 탄소는 파이프로 운송되는데, 오늘날 전 세계에는 대략 9,500km의 탄소 운반 파이프관이 존재한다. 이 중 90%의 파이프관은 미국에 위치해 있다.(참고로 전 세계에 존재하는 모든 파이프관은 대략 120만 km에 달하기로 알려져 있다. 이는 지구를 30바퀴 돌 수 있는 길이이다.)

이렇게 운송된 이산화탄소는 고갈된 석유 및 가스전, 심층 염분 대수층 (deep saline aquifer), 석탄층(coal seam)과 같은 지질 구조에 주입 및 저장된다. 현재 심해 퇴적물에 탄소를 저장하는 연구 또한 진행되고 있지만 아직은 환경 문제 등으로 널리 시행되고 있지 않다. 주입된 이산화탄소는 시간이 지나면서 용해되거나 광물화된다.

 

포집된 탄소가 재활용될 수도 있다고? (CCU)

새로운 기술 같아 보이지만 탄소 포집 기술은 사실 1930년대부터 사용되어 왔다. 천연가스 채굴 및 생산 공정에서 순수한 가스를 얻기 위해서는 불순물인 이산화탄소를 제거해야 했기 때문이다. 탄소 저장 및 활용 기술 또한 1970년대에 석유를 증진하기 위해 개발된 기술이다. 석유회수증진(CO2-Enhanced Oil Recovery, 이하 EOR)을 이용하여 이산화탄소를 오래된 석유 및 가스전에 주입하면 여분의 원유를 채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질층에 탄소를 주입해서 땅속 깊은 곳에 있는 원유와 탄소를 결합시키면 원유의 점도가 낮아지고 파이프 안의 압력이 높아져서 원유가 생산 유정으로 흘러가게 된다. EOR을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회사로는 미국의 옥시(Occidental Petroleum), 엑손 모빌(Exxon Mobil) 등이 있다.

석유회수증진(CO2-EOR)의 과정. 포집된 탄소는 이산화탄소 분리를 거쳐 지질층으로 주입된다. 이 이산화탄소가 땅 속의 원유와 만나면서 석유 및 가스를 증산할 수 있게 된다. ⓒGlobal CCS Institute

이처럼 석유 및 가스 생산 증진만을 위해 사용되어왔던 CCUS 기술은 1996년 노르웨이 슬라이프너(Sleipner) 해상 가스전 CCS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온실가스 배출 저감 목적으로도 사용되기 시작했으며 이제 기후테크(climate technology) 중 하나로도 일컬어진다.

최근에는 포집된 탄소의 새로운 재활용 방법들이 주목을 받고 있다. 콘크리트, 시멘트를 비롯한 벽돌 등의 건축자재에 재사용하는 것부터 비료 생산이나 수소 등의 연료 생산에 사용되는 것이다. 포집된 탄소를 이용해서 만든 운동화도 등장했다.

 

CCUS 기술의 미래는?

탄소 포집 시설은 기존 발전소 및 산업 시설에 장착되어 시멘트, 철강과 같이 탈탄소화가 어려운 부문의 탄소 배출 저감을 도울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40여 개의 상업적 탄소 포집 프로젝트가 운행되고 있으며, 매년 대략 4천5백만 톤의 이산화탄소(전체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0.1%)를 포집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운영되고 있는 대부분의 CCUS 프로젝트들은 탄소 저감 목적보다 석유 및 가스 증산을 위한 EOR의 목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 때문에 몇몇 기후 운동가들은 CCUS에 반대하며 이 기술이 오히려 화석연료의 수명을 연장시키고 신재생 에너지로의 전환을 늦추고 있다고 주장한다.

오늘날 CCUS의 가장 큰 과제는 비용 절감이다. 글로벌 CCS 연구소에 따르면 현재 세계적으로 350여 개의 CCS 프로젝트가 개발 중에 있다. 그러나 높은 비용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이 프로젝트들이 상업적으로 운행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아직 해결해야 될 기술 문제들도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국의 석유 회사 옥시(Occidental Petroleum)가 텍사스에 설립했던 세계 최대의 탄소 포집 시설이 10년 넘게 운영되는 동안 최대 용량의 3분의 1 이상으로 가동된 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와중에 기후 위기 해결을 위해 CCUS에 거는 기대는 크다. 국제에너지기구를 비롯하여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이하 IPCC) 등은 각 넷제로 시나리오에서 CCS의 비중을 늘리고 있다. 국가와 기업들의 에너지 전환이 늦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넷제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CCUS 등을 이용하여 현재 배출되는 탄소를 줄이는 것뿐만 아니라 이미 배출된 대기 중의 탄소도 제거해야 할 것이다(이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 기사에서 다룰 예정이다).

국가들은 다양한 정책으로 CCUS 기술을 뒷받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중국, 미국과 벨기에에는 연간 10만 톤 이상을 포집하는 대규모 탄소 포집 시설이 들어섰다. 작년 미국에서 제정된 중요한 기후 법안으로 일컬어지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nflation Reduction Act, 이하 IRA)에는 CCUS 관련 세금 공제 금액 증가 등 CCUS 확대를 위한 조항들이 담겨져 있다. CCUS 기술은 넷제로 사회로 나가기 위해 필수적인 기술이다. 당장 내일부터 모든 화석연료의 사용을 중단할 수는 없기에 차근차근 화석연료 사용을 줄여나가면서 탄소중립에 도달할 때까지 그 사이의 간극을 메워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한 기술발전이 뒷받침되고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때이다.

이예진 객원기자
저작권자 2023-12-18 ⓒ ScienceTimes

관련기사

목록으로
연재 보러가기 사이언스 타임즈에서만 볼 수 있는
특별한 주제의 이야기들을 확인해보세요!

인기 뉴스 TOP 10

속보 뉴스

ADD : 06130 서울특별시 강남구 테헤란로7길 22, 4~5층(역삼동, 과학기술회관 2관) 한국과학창의재단
TEL : (02)555 - 0701 / 시스템 문의 : (02) 6671 - 9304 / FAX : (02)555 - 2355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서울아00340 / 발행인 : 조율래 / 편집인 : 김길태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길태
한국과학창의재단에서 운영하는 모든 사이트의 콘텐츠는 저작권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사이언스타임즈는 과학기술진흥기금 및 복권기금의 지원으로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발전과 사회적 가치 증진에 기여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