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전 세계 에너지 생산의 15%는 재생에너지원을 통해 공급되고 있다. 이 중 절대 다수가 풍력과 태양광에서 발생한다는 것은 이미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전 세계에 배치된 34만개의 풍력터빈은 말 그대로 친환경 전기를 상징하는 아이콘과도 같다. 그러나 풍력 발전소 설치는 생각보다 까다로운 작업이다. 지상에 설치할 경우 경제성을 정밀하게 고려해야 하며, 이와 별개로 터빈이 발생시키는 소음과 진동이 주변 환경과 동식물 생태계에 최소한의 영향을 줄 수 있음을 증명해야 한다. 이러한 이유로 이미 많은 국가들은 이러한 부담이 적은 해상 풍력으로 눈을 돌린 상태이다. 그러나 높은 유지보수 비용은 여전히 떠안아야 할 고민이다. 이러한 풍력 발전 전체 수명주기를 경험하고 있는 유럽과 북미 선진국은, 전통적인 풍력 단지에서 학습한 단점을 보완할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고 있다.
연날리기 풍력발전
그 중 단연 각광을 받은 것은 연 형태의 발전장치다. 이미 10년 전에 등장한 이 기술은 독일의 Enerkite 사를 필두로 다양한 스타트업 솔루션을 출시하고 있다. 높은 고도에서의 풍량은 지상보다 꾸준하게 많다는 점은 아이들이 연날리기를 하면서 배우고 있는 원리다. 이 아이디어에 착안하여 지상 300m 까지 올라간 연이 8자 모양으로 바람을 타고 움직이며 발생시킨 힘(토크)은 강철 고정로프를 타고 지상에 설치된 발전기 윈치로 전달되어 전기를 생성한다.
한 연구에 따르면 전기 출력은 풍속의 3거듭제곱으로 증가하기 때문에, 풍속이 두 배로 늘어난다는 것은 전력을 8배 생상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러한 이유로 고(高)고도를 활용하는 것은 충분한 이점이 있다. 이 시스템의 장점은 꽤나 확실하다. 전력 네트워크를 설치할 수 없는 지역 또는 위기/재난 상황에서 손쉽게 설치가 가능하고, 지상에서는 바람이 많이 불지 않는 내륙 지역에서도 유용하다.
Enerkite의 프로토타입은 보다 구체적이다. 기존 풍력 터빈에 비해 연간 전력 생산량을 두 배로 늘리는 것 외에도 4,400만 시간 부하 테스트까지 마쳤다. 전통적 풍력 터빈에 비해 재료가 95% 절약되었으며, 탄소 발자국이 75% 적다. 많은 국가에서 이를 개발/검증하고 있지만 두 가지 장애물이 있다. 이러한 시스템이 오랜 시간동안 주어지는 부하를 지속적으로 견뎌낼 수 있냐는 질문에 대한 답을 아직 내지 못햇으며, 연을 적절한 기술을 통해 하늘로 띄우고 다시 안전하게 착륙시킬 수 있어야 하는데 이에 대한 법률적 기술적 기준이 마련되어 있지 않아 당국이 섣불리 승인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하늘높이 띄운 제플린에서 풍력발전
최근 Aeerstatica 사가 독일 아우크스부르크에서 10미터 길이의 프로토타입을 통해 제시한 아이디어는 보다 대담해보인다. 최대 300m 높이로 띄운 제플린에 탑재된 2개의 역회전 로터(전면에 1개, 후면에 1개)가 풍력을 전기로 변환한다. 이렇게 생산한 전기를 케이블을 통해 지상으로 보낸다. 높은 비용 효율, 지속적인 가용성, 작은 물리적 크기로 인한 미관적 우수성, 이동성, 소음 공해 및 조류에 대한 위험 감소 등은 연과 같은 이점을 지닌다. 제플린 1대는 연간 약 1천만 kw/시 전기를 생산할 수 있기 때문에 인구 4,000명 정도의 작은 마을의 수요 정도는 거뜬히 감당할 수 있다고 한다.
당연히 해결해야 할 기술적인 과제가 있다. 우선 엄청난 토크를 발생시키는 대형 로터 자체의 무게와 강한 바람에 오랫동안 견딜 수 있어야 한다. 강력한 강철 케이블 그리고 지상 인프라가 버틸 수 있을 만큼의 무게를 갖춰야 한다. 또한 제플린에는 막대한 양의 헬륨이나 다른 가스를 채워야 햐는 비용적 부담, 가스 누출에 따른 폭발이나 추락 등에 대한 우려는 많은 기술 개발과 검증을 요한다.
블레이드 없는 꼬마터빈
미국 스타트업 Aeromine Technologies는 완전히 다른 개념의 소형 터빈을 개발했다. 초기 테스트를 마친 이 아이디어는 로터 블레이드 없이 조용하게 작동한다. 태양광 시스템보다 저렴한 가격을 실현할 수 있으며, 50% 많은 전력 생산이 가능하다. 게다가 부피도 작아서(약 3 x 3m) 배치가 용이하다. 이 시스템의 작동원리는 순전히 공기 역학 효과에 따른다. 즉, 공기 흐름을 좁혀 흐름 속도를 높이며, 바람이 낮은 흡입구와 튜브를 거치는 과정에서 음압을 생성하고 더 많은 공기를 자연스럽게 흡입할 수 있게 된다. 튜브 구조 내부에 프로펠러는 이 때 발생한 저항에서 전기를 생산한다. 경주용 자동차의 스포일러 표면과 유사한 원리이다. 가정용에는 적합하지 않지만 소형 주택단지나 상가건물 옥상, 산업단지 옥상 등에서 설치할 수 있다는 이점을 적극 홍보하고 있다.
빨래 건조대를 닮은 시스템
그 밖에 빌 게이츠의 Breakthrough Energy Ventures 펀드가 투자해서 관심을 받은 미국 스타트업인 Airloom Energy의 풍력 터빈은 보다 특별해 보인다. 마치 야외 빨래 건조대를 연상시키는 이 시스템은 높이가 각각 10미터인 12개의 날개로 구성되어 있다. 이 날개들은 최대 25m 높이의 타원형 금속 프레임이 지지하는 트랙을 따라 움직이며 전기를 생산한다.
이 시스템의 강점은 기존 터빈과 비슷한 양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지만 균등화발전비용(LCOE)이 기존 풍력 터빈 대비 1/3에 불과하다는 강점이 있다. 무엇보다 운송과 설치가 간편하기 때문이다. 현재는 50kW 발전 용량의 프로토타입 형태지만, 이 강점을 살려 미래 대규모 풍력 단지 조성의 핵심 요소로 입지를 굳히려 하고 있다.
- 안현섭 객원기자
- 저작권자 2023-11-29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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