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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에너지
김현정 리포터
2023-08-23

산호초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면… 산호초 소리로 해양유기물, 물고기를 유인할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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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에 닥친 기후변화가 산호초와 해양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다. 유엔은 급속한 해수온도 상승, 열대성 저기압의 영향으로 산호초의 백화현상이 가속화하고 있다면서, 이대로라면 2050년까지 세계 산호초 군락의 최대 90%가 사라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산호초 주변에는 해양 생물의 약 32%가 서식해 생물 다양성이 풍부하고, 해안선을 보호하는 등 해양 생태계에 필수적인 요소다. 그런 산호초가 사멸된다면 해양생물의 서식지 파괴뿐만 아니라 해양 생태계 전체가 교란될 수 있다.

따라서 위기에 놓인 산호초를 복원하고, 백화현상으로부터 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연구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산호초가 내는 ‘소리’를 활용한 보전·복원 프로젝트가 속속 발표돼 우리 그리고 해양 생태계에 작은 희망을 주고 있다.

백화현상이 진행돼 하얀 뼈대만 남은 산호 ⓒThe Ocean Agency

 

산호초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면

지금까지 다양한 산호초 복원 기술이 개발됐다. 그중 산호초의 소리를 이용해 산호초를 살리는 기술은 가장 자연스럽게 자연에 접근한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영국 엑시터대학 스티브 심슨(Steve Simpson) 박사와 국제 연구팀은 수중 스피커로 건강한 산호초 소리를 들려줬더니 어린 물고기들이 황폐화한 산호초로 몰려들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연구팀은 죽은 산호초에서 이 실험을 진행한 결과 비슷한 상황에 놓인 산호초에 비해 두 배에 달하는 물고기가 찾아와 머물렀으며, 생물 종도 50% 가량 늘어났다고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를 통해 밝혔다.

미국 우즈홀 해양학연구소(Woods Hole Oceanographic Institution)도 해양생물의 ‘생활소음’으로 산호초 유생을 유도하는 실험을 진행했다고 공개했다. 연구진은 '플라눌라(planula)'라고도 부르는 산호초 유생이 정착하는데 소리가 미치는 영향을 실험하기 위해 음파를 발생시키는 수중 스피커 시스템을 설치했다. 그 결과 다양한 생물들이 내는 건강한 소리가 퍼진 산호초 주변은 그렇지 않은 곳보다 2~3배 높은 정착이 이뤄졌다고 밝혔다.

산호초는 다양한 해양생물의 서식지이기 때문에 건강한 산호초 주변은 ‘살아 있는 생명의 소리’로 가득하다. 해양학자들은 “물고기들이 건강하고 안전한 서식지를 찾는 것은 본능”이라면서, 산호초 주변에서 들리는 소음이 물고기들을 안심시켰을 거라고 말했다. 이처럼 물고기와 다양한 해양생물이 산호초에 몰리기 시작하면 산호초 주변을 깨끗이 하고 자연적인 복원을 촉발할 수 있게 된다.

건강한 산호초 소리는 어린 물고기와 플라눌라를 유인하는 데 효과적이다. ⓒsteemit.com/science

 

산호초 소리로 건강 모니터링하는 알고리즘

또한, 산호초의 소리를 듣고 건강 상태를 모니터링하는 알고리즘이 개발돼 관심을 모은다.

영국 랭캐스터대학교 티모시 라몬트(Timothy Lamont)와 해양생물학자 벤 윌리엄스(Ben Williams)는 건강한 산호초와 퇴화된 것 사이에 미묘한 음향 차이를 인식하는 알고리즘을 개발해 발표했다. 연구진은 인도네시아 술라웨시 남서쪽 해안 인근 7개 스팟에서 산호초 건강을 확인하고 각각의 음향을 녹음했다. 그리고 수집한 음향을 건강한 상태, 노후된 상태, 복원된 상태, 최근에 복원된 상태 등으로 구별하여 ‘산호초 음향 데이터베이스’를 기계학습 시켰다. 그 결과 AI가 오디오 녹음 상태를 통해 산호초 건강 상태를 판단하는 데 92% 정확도를 나타냈다. 이 기술이 고도화되면 지속적으로 산호초 모니터링 비용을 절감할 수 있으며, 생태계의 이상징후에 대해 즉각적인 대응이 가능하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하지만 연구진은 바다에서 들리는 다양한 소리가 알고리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예컨대 다양한 종의 물고기 소리, 무척추동물이 내는 소리, 조류에서 발생하는 소음, 그 밖에 비생물적 음향 소스 등이 이 알고리즘의 정확도를 낮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설명이다. 따라서 연구진은 후속연구로 더 다양한 해양음향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사운드 샘플링을 통해 자연 생태계의 소리에 보다 더 가깝고 구체적으로 접근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산호초 위에 설치한 확성기 ⓒUNIV. OF BRISTOL

산호초, 이제라도 지켜주어야

산호초의 수명은 수백 년에서 길게는 천 년이 넘는 것으로 알려진다. 실제로 지구상에 최고령 산호초는 4265살로 2009년 하와이에서 발견된 바 있다. 비슷한 시기에 발견된 또 다른 종류의 산호초 역시 2765살로 밝혀졌다. 산호초가 이렇게 장수할 수 있는 비결은 바로 ‘환경’이다.

산호초는 주변 환경에 극도로 민감하다. 산호초를 둘러싼 바다의 수온, 산성도, 탁도 등의 환경 조건이 변하면 산호에 공생하는 조류들이 사라지고 그 결과 산호는 색을 잃고 하얗게 변해간다. 이것이 산호초의 백화현상이다. 전문가들은 산호초에 백화현상이 발생했다고 해서 바로 죽는 것은 아니지만, 백화현상을 회복할 만큼 환경이 좋아지지 않는다면 결국 죽음에 이르게 된다고 전한다. 즉, 4천 살이 넘은 최고령의 산호가 존재할 수 있었던 이유는 적어도 백화현상을 회복할 수 있을 만큼의 환경이 유지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몇 년 사이 산호초 관련 기사들은 온통 백화현상과 산호초의 위기를 다루고 있다. 호주연구협의회 산호초연구센터 해양학자들이 1995년부터 2017년 사이 호주 북동부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Great Barrier Reef)의 산호초 건강상태와 크기를 분석한 결과를 영국 왕립학회지에 게재해 그 심각성이 크게 알려지면서부터다. 사이언스타임즈도 인도양의 보석으로 불리는 몰디브의 산호초를 위협하는 백화현상과 미세플라스틱 오염 수준을 다룬 바 있다. (→기사 바로가기)

이후 세계는 하얗게 죽어가는 산호초가 결국 인간이 유발한 기후변화, 온난화 때문이라는 사실과 함께 “더 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다.”는 위기의식을 공유하게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산호초의 사멸을 근본적으로 막기 위한 해양의 이상고온 추이는 낙관적이지 않다.

글로벌 산호초 모니터링 네트워크(GCRMN, Global Coral Reef Monitoring Network)가 2022년에 내놓은 보고서는 지난 40년 간 백화현상 빈도가 증가해 지금과 같은 산호초 감소 추세를 멈추기는 어렵다고 전망했다. 그리고 2030년까지 대부분의 산호초는 10년에 최소 2번, 2040년대까지는 매년 백화현상을 경험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처럼 암울한 미래 전망들 가운데 산호초 관리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산호초 관찰·보호, 보존, 복원 등 기술 개발과 연구를 멈출 수 없는 이유다.

2030년까지 대부분의 산호초는 10년에 최소 2번, 2040년대까지는 매년 백화현상을 경험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GCRMN
김현정 리포터
vegastar0707@gmail.com
저작권자 2023-08-23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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