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워도 너무 덥다. 때 이른 폭염으로 시작된 이번 여름,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최고 체감온도가 35도 내외로 오르며 역대급 폭염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문제는 우리나라만이 아니다. 지금 전 세계는 이상고온 현상으로 시름을 앓고 있으며, 지난달 3일은 세계 평균 기온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지구가 펄펄 끓고 있다. 이제 ‘시작’이라는 전문가들의 경고는 남극의 얼음에서 나타나기 시작한 ‘이상 징후’도 포함한다.
‘열 받은 지구’, 현실이 되다
‘열 받은 지구’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 달 3일, 세계 평균 온도가 17도를 넘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 국립환경예측센터(NCEP)의 발표에 따르면 종전 최고 기온인 2016년 8월의 16.92도에 이어 가장 더운 날씨를 보였다. 이는 장비를 이용해 기온 기록을 시작한 19세기 말 이후 가장 높은 온도로 알려졌다. 또한, 유럽연합 기후변화 감시기구인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서비스는 최근 전 세계 평균 지표면 온도가 1940년 관측 이래 가장 높았다고 밝혔다.
실제로 올 여름 폭염이 세계를 덮쳤다. 미국 남부 애리조나에서는 한 달여간 이어진 폭염으로 사막 식물인 선인장이 말라 죽이고, 열기는 외부에 주차된 차량의 라이트를 녹여버렸다. 유럽은 고온으로 인한 산불로 40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했다.
BBC가 기상학자 줄리오 베티와 나눈 인터뷰를 인용하면, “폭염은 매년 그 수와 강도가 증가하고 있다. 폭염이 없는 여름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으며, ‘평범한’ 여름은 보기 드물게 됐다.”
여기에 올해 슈퍼 엘리뇨가 닥칠 것으로 예보된 가운데 극지방에서 폭염의 영향이, 특히 남극에서 이상 징후가 보고돼 우려가 커지고 있다.
남극 해빙, 사상 최저치 기록
미국 국립설빙데이터센터(NSIDC)는 남극 해빙이 아르헨티나 면적만큼 사려졌다고 밝혔다. 남극대륙을 둘러싸고 떠다니는 해빙이 사상 최저 수준일 뿐만 아니라 얼음 범위도 연중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NSIDC는 매일 위성 수집 데이터를 분석해 북극과 남극의 해빙확산을 모니터링 해왔다. 그 결과 2023년 대부분 남극 대륙 주변의 해빙 고리는 계속해서 최저 기록을 세우고 있으며, 1981년부터 2010년까지의 평균 범위보다 훨씬 낮았다. 이는 1978년 179만㎢로 기록이 시작된 이후 최저치를 기록한 것이며, 지난해에 기록된 최소 기록보다도 13만㎢(뉴욕주 크기) 작아졌다.
통상 남반구가 겨울로 접어들면 해빙이 늘어나곤 했으나, 올해는 여름에 녹은 그대로 낮은 수준을 유지했다. 특히 지난 6월 27일의 해빙의 규모는 1981~2010년 평균치보다 260만㎢나 감소했다.
마크 세레즈(Mark Serreze) NSIDC 연구원은 “남극의 해빙 감소 원인이 자연적 변화인지, 지구 온난화로 인한 큰 변화인지 명확하게 알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북극의 얼음 감소가 지구 온난화와 밀접한 관련 있는 것과는 달리 남극의 해빙은 지난 수십 년 간 증가와 감소를 반복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레즈는 해빙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현상과 2016년 이후 급속하게 감소한 것은 앞으로 ‘큰 일’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남극 해빙 감소의 원인
지금까지 기후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남극 대륙은 북극에 비해 지구온난화에 대한 반응이 느릴 것으로 예측됐다. 즉, 북극의 해빙이 남극의 해빙보다 더 많이, 더 빠르게 감소할 것으로 일관되게 예측된 것이다.
북극은 대륙으로 둘러싸인 바다인 반면, 남극은 바다로 둘러싸인 대륙이다. 때문에 남반구의 얼음은 겨울에 팽창하고, 여름에는 수축하며 계절적 영향을 받는다. 이러한 차이로 인해 남극의 얼음 면적은 훨씬 유동적이지만, 평균적으로 유지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올해는 양상이 달랐다. 정확하게는 해빙의 양과 얼음 면적이 급속한 감소 추세로 돌아섰다. 과학자들은 올해 남극의 해빙이 사상 최저치로 기록된 원인을 몇 가지로 분석했는데, 가장 유력한 원인은 기후의 변화다.
먼저 평년보다 따듯해진 남극의 온도가 해빙 유실을 가속화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남극에서 가장 북쪽으로 뻗은 남극반도의 동쪽과 서쪽의 올해 기온이 평균보다 1.5℃ 높았다. 또한, 남극의 해수면의 기압과 이로 인해 발생한 강한 편서풍이 만들어 낸 ‘남반구 극진동(SAM)’ 현상도 원인으로 꼽힌다. 현재 남극대륙을 둘러싼 서풍이 해빙을 부숴 수온이 따뜻한 북쪽 바다로 밀어내고 있어 해빙이 녹고 있다는 것이다. NSIDC 연구진은 SAM이 남극 상공에 형성된 오존층 구멍과 대기 중 온실가스와 관련이 있다고 예상했다.
과학자들은 올해 남극에 나타난 이 이상 징후가 미래로 이어질, 장기적 변화의 신호일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내비쳤다. 그리고 여름과 겨울을 거치며 해빙의 면적과 양을 유지했던 예전 남극의 회복력은 더 이상 보지 못할 수도 있다고도 말했다.
- 김현정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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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23-08-02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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