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바견은 냉담하고 고집이 세다.” “보더콜리는 에너지가 넘쳐서 자주 산책해야 한다.” “몸집이 작은 테리어는 귀엽지만 매우 예민하다.”
반려견 가구라면 자신이 기르는 개의 다양한 특징을 자주 발견할 것이다. 그것이 매력인가 문제행동인가의 판단은 뒤로하고 보면, 개들은 생김새만큼 행동 특성도 제각각 다르다. 하지만 어떤 개들은 외모와 행동 패턴에 유사성을 나타내기도 하는데 그런 개들은 대부분 같은 품종이다.
우리가 익히 들어 알고 있는 견종의 성격과 행동을 일반화할 수 있는 것은 바로 ‘품종’ 분류 덕이다. 바꿔말하면 같은 품종인 개들은 오래전 조상 견부터 지금까지 자기들 ‘종’만의 독특한 행동 방식을 유지해 온 셈인데, 그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유전자’에 있었다는 연구결과가 과학저널 ‘Cell’에 게재됐다.
견종은 어떤 기준으로 분류될까
일반적으로 개 품종은 주요 켄넬클럽(Kennel Club)과 애견연맹의 기준으로 분류된다. 각국의 조사 범위와 주요 기관의 표준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약 350여 종의 품종이 알려져 있다.
켄넬클럽은 세계 각지에 사는 개의 품종을 조사하고 혈통의 순수성 판별 및 보존을 위한 활동을 하는 단체다. 영국켄넬클럽(KC), 미국켄넬클럽(AKC), 세계애견연맹(FCI) 등이 세계 3대 켄넬클럽에 해당 되고, 이들의 기준이 달라서 인정된 품종 수에도 다소 차이가 있다.
올해로 설립 150주년을 맞는 영국켄넬클럽은 혈통 등록, 품종 관리 등에 관한 업무를 총괄하는 대표 기관으로 현재 7개 그룹의 품종 분류 기준을 제시한다. 이곳은 혈통 등록이 까다롭기 유명한데 우리나라 진돗개를 비롯한 221종의 순수 혈통견이 등록돼 있다.
미국켄넬클럽은 영국과 마찬가지로 7개 품종 그룹을 나누고, 현재 199종의 품종을 공인한다.
세계애견연맹은 견종의 탄생 목적, 지역, 역할, 행동, 특성 기질 등을 기준으로 10개 그룹, 344개 견종의 표준을 관리한다.
거의 모든 품종의 개는 수천 년 전부터 사람이 기대하는 작업을 수행하기에 가장 적합한 신체적 특징을 갖도록 사육되었다. 현재 대부분의 개들이 ‘그 일’을 할 필요는 없지만, 가장 이상적인 신체적 특성과 움직임, 기질은 이미 그때부터 유전자에 새겨져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개 품종 분류는 ‘외모’가 아닌 ‘역할’
미국 국립 인체 게놈연구원의 개 게놈 프로젝트(Dog Genome Project) 연구진은 개의 특징적인 행동과 관련된 유전적 특성을 분류한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제1저자인 에밀리 박사(Emily Dutrow)는 “개 품종 고유의 복잡성은 행동적 특성뿐 아니라 외적, 형태적 형질도 포함되기 때문에 개의 특정 행동을 유전적으로 규명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라고 말했다.
해서 이 연구는 개들이 특정 과업을 잘 수행하도록 하는 행동의 유전적 동인을 찾기 위해 4천 마리 이상의 순종, 혼혈, 준야생 및 야생 개로부터 전체 게놈 데이터를 수집했다. 그리고 4만6천 건 이상의 개에 대해 행동 조사 데이터를 활용하여 품종과 품종을 정의하는 행동 간의 관계를 규명하기 위한 프레임워크를 개발했다. 특히 연구진은 개의 유전자를 전체 유기체가 아닌 단일 세포 단위로 연구하기 위해 오로지 DNA 데이터만을 기반으로 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4천여 마리의 유전자를 해독한 수백 종의 개 품종 중에서 10개의 주요 유전적 혈통을 식별해냈다. 이들 혈통은 비슷한 업무를 수행하도록 개량되었으며 ①후각수렵견, ②포인터-스파니엘, ③리트리버, ④테리어, ⑤목양견, ⑥썰매개, ⑦시각수렵견, ⑧딩고, ⑨스피츠, ⑩아프리카·중동견 등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10개의 계열에 포함된 개들은 역사적으로 사냥과 가축몰이 등에 임무에 쓰인 품종의 분류 기준과 일치한다.”면서 그들 사이에 공통의 유전자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반려견 4만6천 건의 행동 평가 설문을 통해 개들의 종별 특정 행동 경향을 식별했다.
에밀리 박사는 “개의 행동은 현대적 기준의 품종이 형성되기 훨씬 이전에 이미 만들어졌다.”며 연구 결과를 해석했다. 또한, “뇌 발달과 관련한 유전적 변이가 특정 임무를 수행하기에 적합한 품종으로 구분되도록 했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한편, 연구진은 품종 특유의 행동이 가장 두드러지는 목양견을 집중적으로 조사했다. 그 결과 이들의 행동 특성은 본능적으로 무엇이든 잘 모으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공격성이 낮고 친화적인 성격으로 훈련도 잘되며 흩어져 있는 것을 모으려는 특징을 발견했다. 연구진은 이 계열에 속하는 개들이 어린아이들, 장난감까지도 모으려 한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이들의 뇌에서 사회적 인지와 학습된 공포반응에 관련된 뇌 영역이 발달하도록 돕는 유전자를 발견했다. 이런 유전자는 흩어져 있는 새끼들을 끌어모으려는 불안 뉴런과 유사했고, 이에 매우 고도의 에너지를 사용한다고 말했다.
반려견과의 행복한 공생? 견종에 대한 이해와 신중한 선택으로
TV 프로그램 ‘개는 훌륭하다.’는 반려견의 문제행동을 교정하도록 가이드를 제공해 준다. TV에 나오는 반려견의 문제행동 원인과 유형은 다양한데, 그중 일부는 견종의 특수성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적합한 환경을 제공하지 못한 사례다. 그래서 훈련사는 견종의 성격을 알려주고 반려견 행동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그만큼 견종에 대한 기본 지식과 이해는 개와 함께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반려견 가구 수가 지속적으로 느는 반면에 반려견 가구로서의 준비는 미흡한 편이다. 개를 가족으로 맞이하기 전에는 신중한 준비가 필요하다. 먼저 개를 입양하거나 사기 전에 거주 환경과 라이프스타일을 점검하고, 견종에 대한 일반적인 지식을 바탕으로 자신에게 맞는 개를 만나야 추후의 문제를 예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영국 켄넬클럽은 “당신은 반려견을 맞을 준비가 되었나요?”라는 주제를 앞세워 반려견에 대한 준비를 권고한다. 개에게 최고의 환경을 제공할 수 있는지를 점검하는 체크리스트, 자신의 라이프 스타일 맞는 반려견 찾기, 견종에 따른 성격과 유의사항 등을 안내한다. 반려견을 소유하는 데 따르는 책임과 생명에 대한 존중이라는 인식을 공유하기 위해서다.
앞서 소개한 논문을 인용하면 “인류가 수행한 가장 규모가 크고 성공적인 유전자 실험은 350개의 개 품종을 만들어 낸 것”이다. 인류의 정착 생활에 필요를 위해 특정 유전자가 발현하도록 길러진 ‘충직한 개’는 자신에게 각인된 행동 특성을 내보이는 것뿐. 따라서 이들과의 행동한 공생을 원한다면, 품종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 김현정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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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23-01-30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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