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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에너지
김현정 리포터
2023-01-12

새의 조상은 편식하지 않는 ‘생태계 안정자’였다? 미크로랍토르 화석에서 포유류 섭취 흔적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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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기 수각류 공룡인 미크로랍토르가 육식공룡이었다는 추측을 뒷받침하는 화석이 발견돼 Vertebrate Paleontology 저널에 게재됐다.

새의 기원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미크로랍토르의 골격 안에 작은 포유류의 발이 완벽하게 보존된 희귀 화석이 발견됐다. 그간 미크로랍토르는 물고기, 도마뱀, 나무 열매 등을 먹이로 섭취했다는 사실은 알려져 있었지만, 포유류를 먹는 육식의 행태는 처음 확인된 것으로 관심을 모은다.

미크로랍토르의 육식 행태를 확인할 수 있는 화석이 발견됐다. ⓒNatural History Museum

 

공룡의 마지막 식사 흔적 찾기

이미 지구 상에서 멸종된 공룡의 마지막 식사 흔적을 찾는 것은 거의 드문 일이다. 화석으로 남은 고생물의 흔적을 어렵게 발견했다 해도 죽기 바로 직전에 섭취한 음식물이 미처 다 소화되지 않고 남아있기란 매우 희귀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까지 발견된 수백 개의 육식 공룡의 흔적 중에서 마지막 식사를 보존한 사례는 단 20개에 불과하다.

하지만 최근 미크로랍토르 화석에서 먹이의 흔적이 발견돼 ‘공룡의 마지막 식사’를 짐작할 수 있는 21번째 사례로 기록되었다.

캐나다 맥길대학교(McGill Univ.) 고고학과의 한스 라슨(Hans Larsson) 교수는 “미크로랍토르 골격 안에 약 1cm 길이의 작은 설치류 혹은 포유류 발이 완벽하게 보존되어 있었다.”면서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 발견은 지구 상에서 멸종된 지 오래된 이 공룡의 식사 행태에 대한 유일하고도 확실한 증거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크로랍토르의 내장 내용물에 포유류 발이 있는 표본(Microraptor zhaoianus: IVPP V 12330) ⓒJournal of Vertebrate Paleontology

 

미크로랍토르, 새의 기원을 추적할 증거 추가해

미크로랍토르(Microraptor)는 약 1억 2500만 년 전, 중생대 백악기 전기의 수각류 공룡이며, ‘작은 약탈자(tiny plunderer)’라는 학명으로 불린다. 2000년 중국 랴오닝성(遠學省)의 지우포탕(九佛堂)에서 처음 발견돼 중국에 서식했던 것으로 보인다.

학계에서는 미크로랍토르가 새의 기원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평한다. 몸길이 0.8m, 무게는 약 1kg 정도로 까마귀 크기와 유사하고, 온몸과 네 개의 다리에 모두 긴 깃털을 가진 새의 외형이기 때문이다. 또한, 주로 2족 보행을 하지만 비행이 가능한 깃털로 나무와 나무 사이를 날아서 넘나들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 미크로랍토르는 나무 위에 올라 서식하면서 작은 곤충이나 도마뱀을 먹었는데 이번 표본을 통해 적어도 가끔은 포유류를 먹었다는 명확한 증거가 마련됐다. 또한, 연구진들은 이 종이 특정 먹잇감에만 특화되지 않고 편식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주목했는데, 오늘날 까마귀같이 여러 종의 섭식 특징을 모두 가지고 있어 생태계에서 중요한 안정자의 역할을 했을 것으로 짐작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 표본에서 발견된 포유류 발의 흔적은 아마도 이미 다른 공룡 혹은 동물에 의해 사냥이 끝난 사체의 일부분을 섭취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일반적으로 육식 동물이 먹이를 섭취할 때 근육 덩어리와 주요 내장 부분부터 시작해 근육이 거의 없는 부분으로 가는 정형화된 패턴을 보이는데, 이 경우 상대적으로 영양분이 적은 부위를 섭취했기 때문이다. 이것은 미크로랍토르가 비교적 낮은 포식자의 위치였으며, 이른바 ‘동물 사체 청소부’의 역할을 맡았음을 시사한다.

미크로랍토르 화석 표본의 식별 그래픽.
짙은 회색은 미크로랍토르의 갈비뼈, 노란색 뼈는 포유류의 발, 밝은 회색은 미확인 뼈이며, 왼쪽 갈비뼈 안쪽에 포유류의 발이 병치되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Journal of Vertebrate Paleontology

다만, 연구진은 이 화석이 미크로랍토르와 포유류를 ‘포식자-먹이’의 관계로 규정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이런 관계는 적어도 육식동물의 직접적인 약탈적 행위가 가정되어야 하고, 동물의 물린 자국이나 내장 내용물을 통한 섭취의 증거가 명확해야 한다. 예컨대 미크로랍토르 화석이 보존한 포유류의 뼈에 물린 흔적이 있거나, 반대로 미크로랍토르가 먹이로 인한 치아 탈락 등 육식동물이 먹이를 포식해 섭취하면서 일어날 수 있는 상호작용이 증거가 되어야 한다는 것. 하지만 아쉽게도 미크로랍토르가 포식자로서의 행위를 구체적으로 밝히기는 어려웠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이 표본이 중생대 수각류와 포유류 사이의 상호작용을 기록할 수 있는 희귀하고 귀한 자료임은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김현정 리포터
vegastar0707@gmail.com
저작권자 2023-01-12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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