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합체 PET
중합체 PET는 이미 우리 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필수 요소로 자리 잡으며 광범위하게 쓰이고 있다. 예를 들어서 우리가 먹는 과일은 대부분 PET 용기에 포장되어 판매되고 있다. 문제는 PET 플라스틱의 사용이 증가함에 따라 PET 쓰레기의 양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재활용을 통하여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일 수 있지만, 전체 플라스틱 중 10%도 안 되는 양만 재활용에 이용되고 있다. 또한,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연간 생산되는 플라스틱 3억 5,900만 톤 가운데 절반에 상당하는 1억 5,000만~2억 톤이 매립지나 바다에 버려지거나 자연에 그대로 쌓이고 있다고 한다.
플라스틱 소각은 큰 비용이 들며 해로운 부산물이 나오게 되기에, 생물학적인 플라스틱 분해법이 널리 이용되고 있다. 하지만, 플라스틱은 모두 분해되는데 적어도 몇백 년이 소요된다. 따라서 과학계에서는 PET를 어떻게 분해할 것인지, 또한 PET를 분해하는 PETase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개발할 것인지가 큰 화두가 되고 있다.
PETase 연구는 어디까지 왔을까?
과학자들은 약 10여 년 전부터 PET와 기타 플라스틱을 분해하는 미생물의 효소를 끊임없이 물색해 왔다. 2012년 일본 오사카 대학교의 연구진은 퇴비 더미에서 나뭇잎 퇴비 큐틴 분해효소(LLC: leaf-branch compost cutinase)라 불리는 효소를 발견했는데 위 효소는 PET의 테레프탈레이트와 에틸렌글리콜의 결합을 천천히 절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LLC는 65°C 정도의 온도에서 폴리머로 전환되며 효소 본연의 능력을 잃고 마는 단점이 있다.
2016년 영국, 미국, 그리고 브라질 등에서도 플라스틱을 분해할 수 있는 PETase의 능력을 향상할 방법을 개발한 바 있다. 연구진은 PETase의 3차원 구조를 밝혀내며 플라스틱의 분해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연구를 시도한 바 있다. 다른 효소들과의 차이점을 이해하며 컴퓨터 모의실험을 통하여 PETase와 PET가 어떻게 결합하는지도 분자 수준에서 조사했다. 이를 통해서 효소의 활성 분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두 개의 아미노산을 찾아냈으며, 분자 생물학 기법으로 PETase 돌연변이체를 만들어 본래의 PETase보다 플라스틱 분해에 탁월한 효소를 개발한 바 있다.
2020년 4월, 프랑스의 친환경 기업 카르비오는 10시간 안에 PET를 90% 가까이 분해하는 세균성 변종 효소 LLC의 개발 상용화에 성공한 바 있다. 카르비오 연구진은 먼저 10만여 종의 미생물 후보군 중 PET 분해 능력이 있다고 알려진 몇 개의 효소를 선별했으며 20시간 동안 최대 53%까지 분해할 수 있던 LLC 원재료를 조작하여 최고의 능력치를 발휘하는 효소로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진의 결과에 따르면 해당 효소는 기존 효소보다 거의 100배 가까이 높은 생산성을 보인다고 한다. 이후 LCC는 PET 분해에 관한 표준 효소로 자리 잡게 되었다.
2022년 5월엔 미국 텍사스대학 연구진은 머신러닝 모델을 통하여 플라스틱을 분해하는 효소 'FAST-페타제(PETase)'를 개발한 바 있다. 연구진에 따르면 이 새로운 효소는 50도 아래 온도에서 수백 년 걸리던 분해 기간을 최소 몇 시간에서 며칠로 단축시켰다. 연구를 이끈 할 알퍼 교수(Prof. Hal Alper)는 이번에 개발된 새로운 변종 효소는 쓰레기 매립지에 쌓여있는 수십억 톤의 플라스틱 폐기물 처리를 해결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독일 연구진 - PET 초고속 분해 효소 발견
미국 텍사스 연구진의 결과가 공개되던 비슷한 시기에, 독일 라이프치히의 과학자들 역시 PET(polyethylene terephthalate)를 매우 빠르게 분해하는 효소를 발견해서 큰 화제가 되고 있다.
2022년 어느 날 독일 라이프치히 대학교 연구진들은 세계에서 가장 많이 생산되는 플라스틱인 PET 플라스틱을 분해할 수 있는 단백질 등의 효소를 찾기 위해서 공동묘지의 퇴비 더미를 뒤지고 있었다. 기발한 연구를 이끈 크리스티안 존넨데커 박사(Dr. Christian Sonnendecker)와 그의 연구팀은 이를 통해서 이전에 본 적이 없는 7가지 효소를 발견한 바 있다.
연구팀에 따르면 처음 여러 가지 새로운 효소를 발견했을 때까지만 해도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들이 뒤진 것은 몇군데 쓰레기장에 불과했고 PET를 먹고 소화 시키는 효소는 매우 드물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여러 샘플 중 하나에서 PHL7이라는 폴리에스터 가수분해효소를 발견했다. 위 효소는 연구진들에게 매우 큰 충격을 가져다주었는데, PHL7 효소는 하루 만에 전체 플라스틱 조각을 대부분 분해했기 때문이다.
LCC 보다 빠르다
연구팀은 그들의 발견이 우연이 아님을 확인하기 위해서 PHL7을 LCC와 비교하며 두 효소의 플라스틱 용기 분해 능력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연구팀은 PET 분해에 관해서 PHL7이 LCC보다 더 빠름을 확인하며 그들의 연구를 세상에 알렸다.
LCC는 분명 좋은 효소이지만 PET를 분해하는데 여전히 며칠이 걸리며 반응이 매우 높은 온도에서 일어나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따라서 LCC와 비교해서 PHL7의 분해 능력이 좋다는 사실은 이미 표준 효소로 자리 잡은 LCC의 자리를 PHL7이 대체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시사한다. 매우 긍정적인 점은 위 상용 기술을 이용하여 PET를 대규모로 분해하는 기술이 약 4년 안에 준비될 수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존넨데커 박사의 연구에도 여전히 한계점은 존재한다. PHL7를 통하여 식료품점에서 찾을 수 있는 포도의 용기 같은 PET는 매우 빠르게 분해되지만, 플라스틱 청량음료 병은 분해할 수 없다. 음료수병에 사용되는 PET는 화학적으로 변형된 상태기에 생분해가 더 어렵기 때문이다. 이는 PHL7의 상용화 이전까지 연구진들이 풀어야 할 숙제이기도 하다.
- 김민재 리포터
- minjae.gaspar.kim@gmail.com
- 저작권자 2022-06-16 ⓒ ScienceTimes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