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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에너지
이성규 객원기자
2021-12-22

기후변화 현상, 해양에서도 심각하다 전 세계 수준에서 다양한 해양 환경 연구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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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겨울 한반도의 평균기온은 평년보다 높았다. 그러나 설악산 기온이 영하 28.8도까지 떨어지는 등 특정한 날에는 혹독한 추위가 찾아와 들쭉날쭉한 기상 현상을 보였다. 그뿐만 아니라 여름에는 폭염과 폭우, 심한 가뭄 현상이 갈수록 잦아지고 있다. 바로 기후변화 때문이다.

기후변화로 인한 기상 이변은 점점 더 복합적으로 발생하고 있지만, 전 세계 해양에서 그 같은 극단적인 현상이 어떻게 발생하는지에 대한 연구는 거의 없다. 해양 폭염이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최초의 연구조차 2000년대 초반부터 겨우 시작되었을 뿐이다.

해양에서도 기후변화로 인한 극단적인 기상 이변이 극심해지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게티이미지뱅크

그런데 최근 스위스 및 호주의 국제 공동 연구진은 해양에서도 기후변화로 인한 극단적인 기상 이변이 극심해지고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그들은 국제 학술지 ‘네이처(Nature)’ 최신호에 발표된 연구를 통해 극단적인 기후 현상을 초래하는 다양한 해양 환경 요인을 전 세계 수준에서 자세히 연구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촉구했다.

산업화 이전보다 해양 폭염 10배 증가

연구진이 주목한 사건은 2013년부터 2015년까지 알래스카에서 적도까지 북동 태평양과 미국 서부 해안을 따라 퍼진 ‘블롭(Blob)’ 현상이다. 바닷물이 비정상적으로 따뜻해진 이 기괴한 현상으로 인해 플랑크톤과 물고기뿐만 아니라 바다사자, 고래 등의 대형 해양동물과 100만 마리에 이르는 바닷새들이 죽어갔다.

스위스 취리히 연방 공대(ETH), 베른대학, 호주 태즈매니아대학의 연구원들은 고해상도 해양 모델을 사용해 새로운 관점에서 이 극단적인 사건을 분석했다. 시간 경과에 따른 블롭 발달을 재구성해 당시의 해수 온도, 산도, 산소 농도를 분석한 것이다.

그 결과 2015년 7월 폭염이 절정에 달했을 때 극도로 높아진 산도 및 저산소 상태가 북동 태평양의 영향을 받는 지역 전체에 광범위하게 퍼졌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를 통해 연구진은 미국 서부 해안에서 대량 멸종 사건을 초래한 것은 높아진 수온뿐만이 아니라 동시에 발생한 극단적인 사건들의 조합 때문이라고 결론지었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니콜라스 그루버(Nicolas Grube) ETH 환경물리학 교수 ⓒETH Zürich

이번 연구를 주도한 니콜라스 그루버(Nicolas Grube) ETH 환경물리학 교수는 “해양 생물이 한 번에 여러 스트레스 요인에 직면하면 살아남기 어렵다”며 “이러한 종류의 사건에 대한 위험을 평가하려면 극단적 상황을 초래하는 다양한 환경 요인의 사슬을 개별 지역뿐만 아니라 전 세계 수준에서 더 자세히 연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구진은 블롭 외에도 해양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이상 현상이 기후변화의 영향 때문인지를 입증하기 위해 1861년부터 2020년까지의 극단적 현상을 시뮬레이션하고 현재 상황을 산업화 이전 시대와 비교했다.

그 결과 전 세계적으로 해수면의 폭염일수는 매년 4일에서 40일로 10배 증가했으며, 변칙적인 저산소 현상이 일어난 날은 5배 증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해양의 산도는 더욱 심각했다. 산업화 이전 시대와 비교할 때 현재는 거의 영구적인 극한 상황인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해양 생물, 갑작스럽 환경 변화에 취약해

이에 대해 이번 연구의 공동 저자 중 한 명인 토마스 프롤리허(Thomas Frölicher) 베른대학 교수는 “이는 바다에서 이미 기후변화가 얼마나 진행되었는지를 잘 보여준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극단적인 현상의 생태학적 결과를 자세히 평가할 수는 없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고 밝혔다. 천천히 진행되는 기후변화와 비교할 때 이상 현상이 해양 생물에 미치는 영향은 일반적으로 더 강력하다는 것. 이 같은 갑작스러운 환경 변화는 많은 해양 생물종들의 적응 전략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하지만 연구진이 사용한 해양 모델 시뮬레이션은 이러한 생태계의 반응을 극히 제한된 정도로만 파악할 수 있다. 생물 종에 따라 극단적인 상황을 견딜 수 있는 능력이 매우 다르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너도밤나무는 소나무보다 가뭄에 약하다는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그에 비해 현재 해양 생태계에 대해 알려진 것은 너무 적다. 연구진은 다양한 해양 지역의 생태계 구조 및 기능에 대한 폭넓은 이해가 있어야만 기후변화와 극한 상황의 영향을 결정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니콜라스 그루버 교수는 “공해 상에 이미 국제 보호구역이 있는 것처럼 극단적인 사건의 영향을 받는 지역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어업 금지구역을 설정할 수 있다. 그러나 어업 금지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추가 조치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기후변화가 계속되면 극단적인 사건은 개별적으로 혹은 다른 이상 현상과 결합해 증가할 수밖에 없다. 기후변화로부터 해양 생물종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너무 없는 셈이다.

이성규 객원기자
yess01@hanmail.net
저작권자 2021-12-22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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