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한 폭염, 극심한 가뭄, 따뜻한 겨울, 파괴적인 홍수 등 극한의 기상현상이 지구 상에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세계기상기구(WMO)는 2일(현지 시각) ‘2021년 기후 현황 잠정보고서(State of the Climate in 2021)’를 발표하고 이어지는 기상이변이 지구기후의 새로운 기준인 ‘뉴 노멀(New Normal)’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2002년부터 지금까지 20년간 평균 기온은 산업혁명 이전 수준보다 1℃를 넘어섰으며, 지난 7년은 기록상 가장 따뜻한 7년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COP26이 시작된 가운데 발표된 이번 보고서는 2021년 첫 9개월 동안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것이다.
최근 수년간 기온‧온실가스 등 사상 최고치 갱신
WMO는 이 보고서가 “우리의 눈앞에서 지구가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최신 과학적 증거를 바탕으로 작성됐다.”고 밝혔다. 깊은 바다에서 산꼭대기까지, 빠른 속도로 녹는 빙하에서 끝없이 이어질 것 같은 극한 기상 현상에 이르기까지 이전에 볼 수 없었던 기상이변이 전 세계의 생태계와 공동체를 황폐화시키고 있다는 것.
WMO의 페트리 탈라스(Petteri Taalas) 사무총장은 2일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그린란드 빙상 정상에 기록상 처음으로 눈이 아닌 비가 내렸으며, 캐나다 빙하는 급속하게 녹고 있는 가운데 2021년 들어 전 세계 해수면 높이가 최고치를 넘어섰다.”고 말했다.
그는 또 “또 캐나다와 미국 인접 지역의 폭염으로 인해 브리티시 컬럼비아 주의 한 마을은 기온이 거의 50°C까지, 캘리포니아 데스 밸리(Death Valley)의 기온은 54.4°C 치솟았으며, 지중해의 많은 지역에서 기록적인 고온이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극한의 더위는 산불과 화재를 동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피해도 막심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중국과 유럽 일부 지역에서는 몇 시간 사이에 몇 달 동안 내릴 비가 내렸고, 이 때문에 많은 사상자와 수십억 달러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했으며, 아열대 남아메리카에서는 2년 연속 가뭄이 발생해 거대한 강 유역의 흐름이 감소하고 농업을 비롯하여, 운송 및 에너지 생산에 큰 타격을 입고 있다.”고 말했다.
오존 연구의 권위자인 탈라스 사무총장은 “(이처럼 기상이변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극단적인 기상현상이 지구의 새로운 규범이 되고 있으며, 그 결과 ‘인간이 유발한 기후변화의 발자국을 가지고 있다’는 과학적 증거가 늘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탈라스 교수는 “지금과 같은 속도로 온실가스 농도가 증가할 경우 파리기후협정의 최종 목표인 산업화 이전인 1750년 대비 1.5°C를 넘어서는 1.5~2°C 상승이 예상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이전에 볼 수 없었던 극한의 날씨, 빙하 퇴각 및 해빙, 해수면 상승, 해양 온난화 및 산성화, 극한 기상이변을 예고하는 것”이라며, “COP26은 인류의 삶을 정상 궤도에 올려놓을 수 있는지 성패를 가르는 중요한 기회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해양 산성도 2만 6000년 이래 가장 낮은 수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20년 온실가스 농도는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산화탄소 수준은 413.2 ppm(parts per million), 메탄은 1889 ppb(parts per billion), 아산화질소는 333.2 ppb로 산업화 이전인 1750년 대비 각각 149%, 262%, 123%를 기록했다.
온실가스 농도는 2021년 들어서도 계속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는데 WMO는 “기록적인 대기 온실가스 농도로 인해 축적된 열량이 팽창하면서 현재와 미래 기후 전반에 이미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2021년 1~9월 데이터를 기반으로 해 전 세계 평균 기온은 1850~1900년 평균보다 약 1.09°C 높았다고 밝혔다. 또한, 기온상승이 이어진 지난 7년은 기상관측이 시작된 이후 가장 따뜻한 7년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구 시스템에 축적된 열은 약 90%가 해양에 저장되고 있다. 그 결과 수심 2,000m 이상의 상층부 수온은 2019년에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모든 데이터들은 지난 20년 동안 해양 온난화가 가속화됐다는 증거를 보여주고 있다.
이로 인해 올해 들어 대부분의 바다가 ‘강력한(strong’ 해양 열파에 직면하고 있는데 특히 북극의 랍테브 해(Laptev Sea)와 보퍼트 해(Beaufort Sea)는 2021년 1월부터 4월까지 ‘심각한(extreme)’ 해양 폭염 현상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해양은 대기에서 배출되고 있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약 23%를 흡수하고 있는데 이로 인해 산소화가 더욱 극심해지고 있다. 산성화를 나타내는 대양 표면의 수소이온농도(pH)는 지난 40년 동안 전 세계적으로 급속히 감소했는데 지금은 2만 6000년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이다. 과학자들은 최근의 pH 변화 속도는 전례가 없었다고 말하고 있다. 해수면 상승은 육지와 해양의 얼음(빙하)이 녹은 결과다.
1990년대 초부터 고정밀 고도계 위성으로 측정한 세계 평균 해수면 상승 폭은 1993년에서 2002년 사이에 연간 2.1mm, 2013년에서 2021년 사이에 연간 4.4mm로 2배 이상 증가했다.
북미 빙하의 질량 손실은 지난 20년 동안 가속화돼 2015~2019년 기간 동안 2000~2004년 대비 약 2배를 넘어서고 있다. 이로 인해 2021년 북미 서부 기온이 유난히 따뜻해지고 건조한 여름이 이어지면서 산악 빙하가 더 빨리 녹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환경 변화로 인해 인류가 큰 고통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가뭄이 극심한 에티오피아, 남수단, 예멘 및 마다가스카르 등에서 기아 등으로 인해 죽음에 직면한 사람들의 수가 증가하고 있다.
그동안 UN에서는 식량계획에 따라 2021년 전 세계 기아 인구가 전체의 9%(약 7억 1000만 명)로 감소할 것을 예상했으나 2021년 10월 현재 그 수가 다시 늘어나고 있다. 더구나 2020~2021년 라니냐로 인해 극단적인 기상이변이 예고되고 있다.
보고서를 접한 안토니오 구테흐스(Antonio Guterres) 유엔 사무총장은 “과학자들은 사실에 있어 명확하다.”며, “우리의 미래를 지키고 인류를 구하기 위해 세계 각국이 COP26을 통해 지금 행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 이강봉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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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21-11-05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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