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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에너지
김병희 기자
2021-10-28

‘눈 안 오는’ 미래, 수자원 관리 어떻게 할 것인가 미 버클리 연구소, '눈 없는' 미래가 미치는 영향과 기후 적응 전략 필요성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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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온난화에 따라 현재 전 세계적으로 산악에 뒤덮인 눈덩이(snowpacks)들이 줄어들고 있다. 기후 모델에 따르면 지구 기온이 계속 따뜻해질 경우, 스노우팩이 극적으로 감소할 수 있으며, 다음 세기 어느 시점에서는 미국 서부를 포함한 세계의 일부 산맥들에서 눈 쌓인 모습이 완전히 사라질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미국 로렌스 버클리 국립연구소(Berkeley Lab) 연구팀은 주요 환경저널인 ‘네이처 리뷰 지구와 환경’(Nature Reviews Earth & Environment) 26일 자에 발표한 새로운 연구에서, 눈이 적거나 내리지 않을 가능성이 있는 시점과, 이것이 물 관리에서 의미하는바 그리고 그에 따른 재앙적인 결과를 막을 수 있는 환경 투자 기회에 대한 분석을 내놓았다.

이 분석은 만년설이나 스노우팩은 없으나 지속적으로 물 부족에 시달리는 우리나라의 수자원 관리에도 시사하는 바가 클 것으로 보여진다. [관련 동영상]

동쪽에서 바라본 시에라 네바다 산맥의 급경사면. 앞에 보이는 호수는 오웬스 계곡의 티네마하 호수. 다음 세기 어느 시점에서는 세계 주요 산맥의 눈 쌓인 모습이 사라질지도 모른다. © WikiCommons / G. Thomas

스노우팩 축소 요인

연구팀은 논문에서 이전의 기후 예측들을 분석하고, 온실가스가 고배출 시나리오에 따라 계속된다면 미국 서부에서는 35~60년 안에 눈이 적거나 내리지 않는(low-to-no-snow) 겨울이 정기적으로 발생하게 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와 함께 미국이 오랫동안 물 관리에서 활용한 가정(assumptions)을 재평가하고 과학자와 물 관리자들이 기후 적응 전략을 개발하고 수행하기 위해 더욱 긴밀하게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에라 네바다와 로키산맥, 미국과 캐나다에 이어진 일련의 산맥(Cascades)들은 물을 흡수하고 저장, 방출함으로써 하류에서 물을 활용할 수 있는 엄청난 서비스를 제공한다. 대체로 눈이 녹는 봄과 여름에는 물 공급이 심각하게 지연된다. 봄과 여름에는 강수량이 적은데다 농업용수가 가장 요긴하게 필요할 때다.

스노우팩 축소를 유발하는 요인은 주로 온도 상승과 강수 특성 변화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또 기온이 좀 더 따뜻해지면 강우량은 더 많아지는 대신 강설량이 적어져, 겨울 동안에 쌓이는 계절성 스노우팩의 양을 제한하게 된다.

버클리 랩의 지구 및 환경과학 부문(EESA) 에리카 사이릴라-우드번(Erica Siirila-Woodburn) 박사와 앨런 로즈(Alan Rhoades) 박사가 공동으로 이끈 이번 연구는 눈 손실에 대한 수백 가지 과학적 연구 결과를 정밀 분석하는 문헌 검토부터 시작했다. 이들은 그 중에서 미국 서부에서의 스노우팩을 정량적으로 예측한 18개 연구를 찾아내 분석했다.

버클리 연구소의 새로운 분석에 따르면 온실가스가 계속 고배출 시나리오를 따른다면 35~60년 안에 미국 서부에서 눈이 적게 오거나 안 내리는 겨울이 정기적으로 발생하게 될 것이라고 한다. © Jenny Nuss/Berkeley Lab

눈이 적거나 안 내리는 미래는 언제 도래하나?

로즈 박사는 “2018년 3월 발표된 최근 연구에 따르면 1950년대 이래 미국 서부에서 4월 1일의 스노우팩 물 저장량이 21% 감소했고, 이는 후버 댐으로 생긴 185km 길이의 미드 호 저장 용량과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리뷰에서 우리는 금세기 중반에 스노우팩이 이와 비슷하게 감소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불확실성의 범위가 넓기는 하지만 금세기 말까지 스노우팩의 감소 폭은 50%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많은 물 관리자들은 4월 1일이라는 다소 임의적인 날짜를 사용해 스노우팩을 관측하고 물 관리 결정을 내린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스노우팩의 최고 부피는 감소해 왔고, 스노우팩 부피가 정점에 달하는 시기도 빨라졌다. 대체로 기온이 섭씨 1도 올라갈 때마다 8일 정도 일찍 발생했다.

시에라 지역에서 2015년 4월 1일의 스노우팩 수준이 평년의 5%에 지나지 않아 저자들이 ‘극단적(extreme)’이라고 불렀던 사건과 같이, 많은 지역에서는 이미 눈이 거의 내리지 않는 겨울을 겪었다.

일시적인 것과 지속적인 것

이번 논문에서는 두 가지 다른 유형의 ‘눈이 적거나 내리지 않는’ 조건을 정의했다. 하나는 ‘일시적으로(episodic) 눈이 적거나 내리지 않는’ 경우이거나 산분지의 절반 이상이 5년 동안 연이어 눈이 적거나 없는 상황을 경험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이런 일이 10년 동안 연이어 발생한 ‘지속적으로(persistent)’ 눈이 적거나 내리지 않는 상황이다.

‘적은 눈(low snow)’은 스노우팩(정확하게는 스노우팩이 녹아서 방출되는 물의 양)이 역사적으로 최고 정점이었을 때의 30번째 백분위 수 이하일 때로 정의된다.

이런 정의를 이용했을 때 한 고해상도 기후 예측에 빠르면 캘리포니아는 2040년대 후반에 일시적으로 눈이 적거나 내리지 않는 상황, 그리고 2060년대에 ‘지속적으로 눈이 없거나 적은 상황’을 경험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미국 서부에서 36년 동안 눈 덮인 상태가 가장 낮았던 상황(왼쪽)과 가장 높았던 상황을 데이터로 비교한 그림. © Ben Hatchett and Alan Rhoades/Berkeley Lab

미국 서부의 다른 지역에서는 2070년대에 ‘지속적으로 눈이 없거나 적은 상황’이 나타날 것으로 분석됐다. 저자들은 눈이 없거나 적은 상황이 언제 나타날 것인가에 대한 정확한 시기를 예측하기 위해 더욱 광범위한 기후 예측 세트를 사용한 더 많은 분석이 필요하다고 주의를 촉구했다.

저자들은 기후 예측을 설명하면서 다음과 같이 기술했다.

‘21세기 중반과 말엽에 걸쳐 미국 서부에서는 지나간 시기에 비례해서 적설량 부족의 영향을 받는 지역들이 늘어날 것이며, 특히 1950~2000년 사이에는 눈이 적거나 내리지 해가 8~14%에 지나지 않았던 반면, 2050~2099년에는 78~94%에 달할 것으로 분류된다.’

수자원에 대한 영향

눈이 적거나 내리지 않는 미래는 중요한 하천 유량 감소를 넘어 다른 데까지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면 시에라 네바다에서 전형적인 4월 1일의 스노우팩 물의 양은 캘리포니아 지표수 저장량의 거의 두 배에 달한다.

사이릴라-우드번 박사는 “눈이 적거나 내리지 않는 미래는 미국 서부에서 물이 저장되는 장소와 시기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고 말하고, “레크리에이션 등에 대한 직접적인 영향 외에도 수문학적 관점에서 천연 시스템이나 인공 관리 시스템에 수많은 부차적 영향을 끼친다”고 밝혔다.

이런 영향은 산불 발생 증가에서부터 지하수 및 지표수 패턴의 변화와, 식생 유형과 밀도의 변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는 것.

눈이 덜 내리고 비가 많이 내리면 눈 녹은 물이 강우보다 더 효과적으로 지하로 스며들기 때문에 신악 시스템의 지하수 수위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더욱이 낮은 고도에서 눈이 적으면 산에 저장된 스노우팩의 전체 표면적이 줄어들어 지하로 스며든 눈 녹은 물을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줄어든다.

‘네이처 리뷰 지구와 환경’ 26일 자에 게재된 논문. © Springer Nature / Nature Reviews Earth & Environment

적합한 기후 적응 전략 마련 필요

저자들이 이번 연구를 수행한 목적은 적응 전략을 마련하는데 박차를 가하자는 것이다. 로즈 박사는 “우리는 사회가 스노우팩의 변화에 대해 단순한 반응을 보이기보다는 능동적으로 대처하기를 바란다”며, “눈이 적거나 안 내리는 데 대한 문헌 종합을 제시하는 우리의 희망은 ‘원스톰 쇼핑’ 방식으로 문제를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또한 학계와 물 관리기관 사이의 비전통적인 파트너십을 통해 나타날 수 있는 새로운 기후 적응 전략을 부각시켰으며, 이는 온난해지는 세계에서 눈 손실을 극복하는 데 필요한 적응 접근법 가운데 핵심적인 부분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런 파트너십 가운데 하나는 미국 에너지부가 지원하는 하이퍼패시츠(HyperFACETS)라 불리는 프로젝트로, 캘리포니아, 콜로라도, 플로리다 및 펜실베이니아의 물 사업 관리자들과 협력하고 있는 버클리 랩을 포함한 11개 연구기관이 참여하고 있다.

과학자·물 관리자·사회 전체에서 교차 협력 이뤄져야

이 논문은 또한 관리된 대수층 재충전으로 알려진 기술과 같은 잠재적인 적응 전략도 논의했다. 이 기술은 넘쳐나는 지표수를 나중에 사용하기 위해 지하수로 지하에 저장하는 방법이다.

또 다른 비교적 새로운 기술인 예보 정보를 활용한 저수지 운영은 날씨와 수문 예보를 사용해 저수지의 물을 유지하거나 방출 결정을 내리는데 사용되는 방법으로, 최근 캘리포니아 멘도시노 호수의 물 저장량을 33%까지 증가시키는데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여러 기술들은 물 공급을 증가시켜줄 것으로 보이나, 저자들은 기후 적응 전략의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기 위해 과학자들 간에 그리고 사회 전체에서 더 많은 교차 협력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권고했다.

사이릴라-우드번 박사는 “우리는 최고의 과학적 실천이 동반된 참여와, 연구자와 이해관계자 간의 더 많은 협력 또는 파트너십을 맺는 아이디어를 옹호한다”며, “예를 들면 도시 관리자는 홍수 조절에 관심이 있고, 농부들은 물 저장에 관심이 있듯이 누구나 자신의 목표가 있는데, 과학 안에서도 각 학문 분야가 일반적으로 홀로 정진하는 모습을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 모든 사람이 그 자신의 목적을 위해 독립적으로 일하기보다 함께 물 관리를 위해 협력한다면 우리 주변에는 더 많은 물이 흐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병희 기자
hanbit7@gmail.com
저작권자 2021-10-28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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