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 중립을 통하여 전 지구적 기후 변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식물의 광합성은 여전히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다. 현재 인류가 각종 기술과 설비를 동원하여 대기 중으로부터 포집할 수 있는 이산화탄소의 양은 자연계가 광합성을 통하여 흡수하는 이산화탄소의 총량에 비해 매우 미미한 수준이다. 그런데 풀과 나무 등 육상식물의 광합성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에 못지않게, 아니 더욱 주목해야 할 것이 바로 해조류 등 해양생물의 광합성을 통해 감소시킬 수 있는 이산화탄소이다.
미역, 김, 다시마 등 우리에게 익숙한 해조류(海藻類; Sea algae)는 흔히 식물의 일종으로 생각하기 쉽고 식물분류학상 진핵식물의 하나로 여겨지기는 경우도 있지만, 엄밀히는 식물계가 아닌 원생생물계(原生生物界; Protista)에 속한 생물들이다. 해조류는 육상식물처럼 광합성을 통하여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배출하는데, 여기에 관여하는 색소에 따라 여러 가지 종류가 있다. 즉 파래, 청각처럼 녹색을 띤 녹색을 띤 녹조류, 미역과 다시마 등의 갈조류, 김과 우뭇가사리 등 붉은색을 띠는 홍조류 등으로 분류된다.
다만 강과 바다에 서식하는 식물 중에서도 해초류(海草類; Sea grass)는 육상의 식물들과 마찬가지로 꽃이 피는 현화식물(顯花植物) 즉 씨방을 지닌 속씨식물의 일종으로서 거머리말, 새우말 등이 이에 속한다. 즉 흔히 같은 종류인 것처럼 혼동하기 쉽지만, 해조류와 해초류는 분류학상 상당히 거리가 먼 전혀 다른 생물들인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김과 미역 등 다양한 해조류를 오래전부터 식품으로 즐겨 먹었지만, 서양인들은 예전에는 해조류를 잡초처럼 거추장스럽고 쓸모없는 것으로 여겨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해조류가 미네랄과 영양을 고루 갖춘 슈퍼 푸드로서 세계적으로 각광을 받고 있으며, 각종 의약품과 화장품, 고분자 재료 등을 만드는 데에 활용되고 있다.
올해 4월에 미항공우주국(NASA)에서는 김 생산지로 잘 알려진 우리나라 완도군의 해조류 양식장 주변을 촬영한 인공위성 사진을 소개하여 눈길을 끈 적이 있다. NASA는 해조류 양식이 담수나 비료 등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다른 식량 생산 방법에 비해 친환경적이라고 덧붙였다고 한다.
바다에서 해조류와 해초류가 많은 지대는 여러 바다 생물들에게 서식지와 산란지, 피난처를 제공하기 때문에 생태학적으로도 큰 가치를 지니고 있는데, 특히 중요한 것은 광합성을 통한 이산화탄소 흡수와 산소 공급이다. 전 지구적으로 플랑크톤을 포함한 해양의 생태계가 흡수하는 이산화탄소의 총량이 이미 큰 비중을 차지할 뿐 아니라, 해조류가 단위 중량당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속도는 육상식물의 수십 배에 달하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인류의 미래는 해조류에 달려 있다고까지 얘기하는 사람도 있는데, 탄소 중립에 기여하기 위하여 해조류를 다양하게 활용하려는 노력이 세계 각국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먼저 해조류를 사육 동물의 먹이로 활용하는 방안인데, 노르웨이의 연구자들은 양식 연어가 소비하는 동물성 사료를 해조류로 대체하는 방법을 찾았다. 노르웨이의 거대 정유 회사가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를 바다의 온실 같은 곳으로 보내서 해조류를 대량으로 생산하는 것이다.
가축 등을 사육하여 인간이 소비하는 동물자원을 생산하기 위하여 유발되는 탄소 배출량이 무려 28%에 달한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따라서 해조류를 인류의 식량자원뿐 아니라 가축과 사육 동물의 먹거리로도 활용한다면 탄소 배출의 상당량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살아있는 해조류를 건물용 구조물이나 신소재 원단으로 활용하는 기술을 개발한 곳들도 있다. 영국의 에콜로직 스튜디오(Ecologic Studio)라는 건축 스튜디오는 해조류를 바이오 젤 안에서 성장시키도록 만든 건물 구조물을 내놓아서 눈길을 끌었다.
포토 신세티카(Photo-Synthetica)라고 불리는데, 건물 외부에 거는 대형의 커튼 같은 구조물 안에서 해조류를 키워서 광합성으로 이산화탄소를 흡수하여 소비하도록 한 것이다. 이런 구조물 하나가 큰 나무 25그루가 빨아들이는 것과 동일한 양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한다고 한다. 에콜로직 스튜디오에서는 미세해조류를 포함하는 건축 구조물을 대기 오염도가 높은 도시의 어린이 놀이터 등에도 설치하여 공기 정화 기능도 함께 제공할 것이라 한다.
영국의 포스트 카본 랩(Post Carbon Lab)이라는 패션 스튜디오를 겸한 연구소에서는 최근 녹색 해조류를 포함하는 광합성 신소재로 만든 원단을 내놓았다. 해조류를 특수 코팅하는 기술로 개발된 이 원단으로 만들어진 옷들은 10주 동안 실제로 상당량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능력을 보였다고 한다. 의류와 패션 산업과 관련된 탄소 배출량도 무시하지 못할 수준인데, 이처럼 살아있는 광합성 해조류로 만들어진 의류가 대중화된다면, 탄소 중립에도 나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 최성우 과학평론가
- 저작권자 2021-09-17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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