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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에너지
정승환 객원기자
2021-08-03

녹지 많이 접한 청소년…인지발달 능력에 효과적 강·호수보다 나무 있는 숲이 효과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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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화가 진행되면서 정신 질환 유병률도 함께 증가한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최근 런던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과 임페리얼 칼리지 과학자들은 “어린이와 청소년이 자연을 접할수록 인지발달과 정서적 행동 문제 위험이 낮아진다”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 논문은 환경 저널인 네이처 서스테이너빌리티(Nature Sustainability)에 실렸다.

어린이와 청소년이 자연을 접할수록 인지발달과 정서적 행동 문제 위험이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티이미지뱅크

집과 거리 둔 녹지…인지발달과 정신건강 향상

연구진은 2014년부터 5년간 영국 런던의 31개 학교에서 9세~15세 사이 어린이와 청소년 3,568명을 대상으로 녹지 공간과 인지발달, 정신건강 등과의 연관성을 조사했다. 위성 데이터를 사용해 런던 도시 내 각 청소년의 거주지와 학교 주변의 자연공간을 50m, 100m, 250m, 500m로 구분해 일일 노출률(DER)을 측정했다. 도시 내 자연환경은 숲, 초원, 공원 등의 녹지공간과 강, 호수, 바다 등의 푸른 공간으로 나눴다. 녹지 공간은 숲과 초원으로 다시 세분화했다.

가장 높은 효과를 나타낸 곳은 풀과 잔디로 이뤄진 초원을 제외한 녹지 공간이다. DER이 높을수록 청소년의 인지발달은 향상했다. 청소년이 밀도 높은 삼림지대와 그렇지 않은 삼림에 노출 비교 시 인지발달 변화는 약 6.83%의 차이가 있었다.

또한, 2년 후 정서 및 행동 문제를 겪을 위험은 약 16% 낮게 나타났다. 특히, 50m, 100m보다 250m, 500m 떨어진 녹색 공간이 더 강한 연관성을 나타냈다. 주거지나 학교와 다소 떨어진 자연환경이 정신건강에 더 효과적이라는 의미다. 그러나 초원이나 호수, 강 등의 환경 이점은 미비했다. 논문 주저자이면서 UCL 생명과학 박사 과정을 밟는 미카엘 매스는 “모든 자연환경 유형이 건강상의 이점을 주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네이처 서스테이너빌리티(Nature Sustainability)에 실린 청소년 인지 및 정신건강을 위한 삼림과 자연환경 이점에 관한 논문. 영국 런던 전역 31개 학교를 대상으로 9~15세 청소년 3,586명의 청소년을 대상으로 했다. ⓒ네이처 서스테이너빌리티┃https://doi.org/10.1038/s41893-021-00751-1

녹지와 정신건강과의 연관성 발견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히포크라테스는 신체적 정신건강을 위해 공기, 물, 장소의 필요성을 강조했고, 고대 로마 문헌에는 시골과 녹지가 건강상 이점을 제공한다고 기록됐다.

최근 미국 과학자들은 어린 시절 자연과 더 많이 접촉한 아동일수록 성인기에 더 낮은 우울증을 나타낸다고 밝혔다. 덴마크 과학자들은 녹지 공간을 적게 접하고 자란 아이들은 정신 장애에 걸릴 위험이 최대 55% 정도로 높게 나타났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녹지가 아동의 두뇌 발달에 긍정적 영향 끼쳐

이런 연관성의 구체적인 원인은 아직 밝혀내지 못했다. 일부 연구에서 오감과 피톤치드, 음이온 등의 경로를 통해 발생한다고 추정했지만, 원인이라고 하기에는 불충분하다. 분명한 것은 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다.

2018년 스페인 폼페우 파브라 대학교 연구진은 7~10세 아이들 253명을 대상으로 녹지 공간을 포함한 자연에 노출된 정도에 따른 두뇌 발달구조를 살펴봤다. 녹지 노출이 좌우의 전전두엽 피질, 왼쪽 전운동 피질의 회백질 부피, 양쪽 소뇌 반구의 백질의 부피와 ‘양의 상관관계’를 나타냈다. 회백질은 인지기능을 담당하는 부위이고, 소뇌는 운동기능과 언어, 주의력 등의 기능을 가진다.

또, 2017년 국제학술지 ‘사이언틱 리포트’에 실린 논문에서는 숲과 같은 자연과 밀접한 생활이 편도체 활성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편도체는 뇌의 측두엽의 신경핵 집합체로 스트레스 처리와 위험 반응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숲과 같은 녹지 공간이 스트레스에 더 잘 대처하는 힘을 준다는 의미다.

녹지와 관련된 지역 회백질과 소뇌 피질의 부피를 나타낸 모습. 더 많은 녹지 공간으로 둘러싸인 가정에서 자란 초등학교 학생들은 뇌의 특정 영역에 더 많은 양의 백질과 회백질을 나타낸다. ⓒUCLA FSPH┃바로셀로나 글로벌 헬스 연구소┃www.isglobal.org

이번 연구는 여러 관련 연구와는 다르게 성인보다는 아동과 청소년에게 초점을 뒀다. 또,  ‘정규식생지수(NDVI)’를 사용해 초원과 숲을 같은 녹지로 단순화한 것과는 달리 녹지 유형을 세분화했다.

하지만 연구에 참여한 학생 중 절반 이상의 부모가 전문직업을 가진 그룹이다. 사회 경제적 요인이 아동 발달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2019년에 미국 듀크대학교에서 발표한 논문에선 녹지에 접한 아이일수록 인지력 측정에서 그렇지 않은 아이보다 더 나은 점수를 받았지만, 사회와 경제적 요인도 함께 작용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연구도 여러 요인을 함께 고려한 고찰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논문 공동 수석 저자인 케이트 존슨 UCL 생명과학부 교수는 “이번 논문을 통해 도시 삼림이 청소년 인지발달과 정신건강과의 연관성을 보였지만 그 원인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라며 지속적인 연구 의지를 밝혔다.

정승환 객원기자
biology_sh@daum.net
저작권자 2021-08-03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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