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은 멸종 위협을 받고 있는 생물 종(種) 보호를 위해 ‘적색 목록(Red List)’을 공표해왔다.
이 목록은 동물, 식물, 곰팡이 등 멸종 위험이 있는 종들을 보호하기 위해 멸종 위험도에 따라 절멸(EX), 야생절멸(EW), 위급(CR), 위기(EN) 등 9개 등급으로 분류해 보호조치를 촉구해왔다.
멸종 생물 종을 위한 글로벌 표준으로서 역할을 수행해왔지만 과학자들 사이에 불만도 제기되고 있었다. ‘적색 목록’의 평가 프로세스에 위험도뿐만 아니라 회복도 등 포괄적인 내용을 포함해야 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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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도가 아닌 ‘회복도’에 따른 기준
과학계로부터 ‘적색 목록’의 내용을 보완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IUCN은 새로운 측정 기준을 모색해왔다.
10년 전부터 ‘IUCN Green Status of Species’ 프로젝트를 통해 극단적으로 위험에 처했던 종들이 어떻게 회복되고 있는지, 그리고 보전 노력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으며,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두고 있는지 등 성공률을 세부적으로 측정했다.
또 개별 종에 따라 어느 정도 건강한 녹색 상태(Green Status)가 이루어지고 있는 평가하는 등 다양하고 포괄적인 내용의 기준을 마련해 28일 국제학술지 ‘보전생물학(conservation biology)’ 지에 게재했다.
논문에 따르면 171개 기관을 대표하는 200여명의 과학자들은 10년간의 노력을 기울여 181종의 동물들이 어떤 위험에 처했는지, 또한 과거에 비해 위험도가 낮아지거나 높아졌는지 세부적인 데이터를 산출하고 있다.
주목할 점은 멸종 위험에 처한 종들을 분류하는 기준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과거 ‘적색 목록’에서는 절멸(EX), 야생절멸(EW), 위급(CR), 위기(EN), 취약(VU), 준위협(NT), 최소관심(LC), 정보부족(DD), 미평가(NE) 순으로 멸종 위험도를 분류해왔다.
반면 ‘녹색 상태’에 초점을 맞춘 새로운 기준은 멸종이 아니라 과거 자연 상태에 초점을 맞추어 회복도를 ▲ 완전히 회복됨(fully recovered), ▲ 개체수가 약간 고갈됨(slightly depleted), ▲ 서서히 고갈됨(moderately depleted), ▲ 대체로 고갈됨(largely depleted), ▲ 위태롭게 고갈됨(critically depleted), ▲ 야생에서 멸종(extinct in the wild), ▲ 불확실함(indeterminate)으로 분류하고 있다.
IUCN은 이 기준을 수년 후 ‘적색 목록’에 통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논문은 28일 ‘보전생물학’ 지에 게재됐다. 논문 제목은 ‘Testing a global standard for quantifying species recovery and assessing conservation impact’이다.
“멸종위기 종 구하는데 도움이 되는 기준”
논문은 새로운 방식에 의해 181종의 생물을 분류하고 있다.
이중 절반이 넘는 59%의 종이 ‘대체로 (largely)’ 또는 ‘위태롭게(critically)’ 개체수가 줄어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연구팀은 이번 보고서가 새로운 기준이 종의 개체군 크기의 변화, 현재 분포도, 생존 가능한 서식지 상황, 종 보전 성공사례 등 과거에 볼 수 없었던 포괄적인 내용들을 포함하고 있다고 밝혔다.
논문은 또 다양성 보전을 위해 활동하고 있는 관련 기관, 단체, 연구원, 활동가 등에서 새로운 기준에 따른 분류 데이터를 활용할 경우 약 100만 종에 달하는 또 다른 멸종위기 종을 구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논문에는 분홍 비둘기(pink pigeon), 회색 늑대(grey wolf), 캘리포니아 콘도르(California condor), 그리고 생태계 보전의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동아시아의 칸델리아 오보바타 맹그로브(Kandelia obovata mangrove) 등의 상태가 포함돼 있다.
특히 북아메리카에 서식하던 캘리포니아 콘도르는 멸종위기에 처했다 다시 회복되고 있는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기록하고 있다.
적색 목록에 들어갈 만큼 심각한 위기에 처했을 당시 201마리가 남아 있었고 그나마 노쇠한 콘도르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노력을 통해 지금은 이전에 보았던 완전한 회복 상태를 기준으로 75%에 회복한 상태다.
회색늑대는 새로운 연구에서 처음 평가된 종 가운데 하나다. 과거 적색 목록에서 걱정을 별로 안 해도 되는 ‘최소 관심(LC)’ 종으로 평가받았지만 이번 분류에서는 ‘대체로 고갈됨(largely depleted)’으로 나타나 자연생태를 회복하기까지 갈 길이 먼 것으로 나타났다.
모리셔스의 분홍 비둘기는 1990년대 초 야생 개체군이 10마리로 줄어들었던 조류다. 그러나 이번 ‘그린 스테이터스’ 목록에서 ‘보존이 다소 고갈됨(slightly deplete)’으로 나타나 그동안의 보전 노력이 성공적이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리버 클럽테일 잠자리(river clubtail dragonfly)라고 불리는 유라시아 종은 ‘완전히 회복됨(fully recovered)’의 단계에 도달했다. 서유럽에서 오염된 수로로 위협을 받았지만 유럽 연합이 새로운 환경 규정을 제정하면서 되살아난 경우다.
보고서는 앞으로 운용된 ‘IUCN Green Status of Species’을 통해 멸종 위기에 처한 수천 종의 동‧식물을 회복의 길로 인도해 콘도르, 수마트라 코뿔소처럼 다시 번성할 수 있는 길이 열릴 수 있기를 기대했다.
- 이강봉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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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21-08-02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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