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악의 기후재난이 세계를 휩쓸고 있다.
서유럽을 강타하고 있는 물 폭탄, 서늘해야 할 북미 서부 지역을 강타한 폭염, 산불이 번져가고 있는 러시아의 동토 시베리아 등 극단적 기상이변이 이어지고 있다.
재난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과학에 대한 자성 분위기도 이어지고 있다. 최근 주요 기후과학자들은 ‘BBC'를 통해 최근 독일 홍수, 북미 폭염과 관련 그 강도가 어느 정도일 것인지 예측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폭우‧폭염에 대처할 ‘기후 슈퍼컴퓨터’ 필요해
그동안 과학자들은 빠르게 진행되는 지구온난화가 더 심한 폭우와 폭염을 가져올 것이라는 것을 예고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 심각성이 어느 정도인지 정확히 예측할 수 있을 정도의 강력한 예고를 하지 못했다며, 향후 각국 정부가 이변을 예측할 수 있는 ‘기후 슈퍼컴퓨터(super-computer)’ 개발에 더 많은 투자를 해주기를 요청했다.
영국 학술원 회원이면서 전 기상청 수석 과학자인 데임 슬링고(Dame Julia Slingo) 교수는 “우리는 IPCC(기후변동에 관한 정부간 패널)에서조차 사용할 수 있는 기후 컴퓨터 모델이 충분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슬링고 교수는 영국 기상청에서 기상 예보, 기후 및 기후변화 예측을 뒷받침하는 광범위한 연구 포트폴리오를 연구하는 500명 이상의 과학자 팀을 이끌었던 인물이다. 은퇴 이후에는 세계 기상기구(WMO) 사무총장의 과학 특별고문 등 기상 분야의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그녀는 “갈수록 다양화하고 고조되고 있는 기상이변을 포착하기 위해서는 ‘양자 도약(quantum leap)’과 같은 큰 변화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최첨단 기후 컴퓨터를 갖춘 국제 센터 규모의 거대 기상센터가 시급히 요구된다는 것.
교수는 “지금의 상황에서 캐나다 폭염과 같은 극단적인 폭염 상황을 예측하기 위해서는 기후를 정확하게 시뮬레이션할 수 있는 기후 모델을 구축해야 하기 때문에 적어도 CERN(유럽의 주요 물리학 연구 센터) 정도의 센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연구자들이 최근 북미나 독일 사태와 같은 극한 상황을 20년, 10년, 5년, 가능하다면 매년 그 가능성을 평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 상황에서 이 수준의 정확도는 현재 불가능하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과학자들은 IPCC(기후변동에 관한 정부간 패널)에서 기후변화가 얼마나 더 악화될 것인지에 대해 말하는 것을 것은 무의미하다며, IPCC에서 신뢰할 수 있는 기후모델을 제시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20년 전에 극단적 기상이변 예측할 수 있어야
슬링고 교수 등 일단의 기상학자들은 오는 11월에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리는 유엔 기후변화당사국총회(COP26)에서 이 같은 계획을 제안할 예정이다.
이들이 서둘러 구축하려는 것은 기후변화와 관련, 모든 지식을 한곳에 모은 센터와 같은 곳이다. 지구를 강타하고 있는 기상이변이 워낙 빠르게 진행되기 때문에 강력한 정보력이 필요하고, 데이터를 신속히 도출해 실제 상황에 적용할 수 있는 기후예보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것.
기상학자들의 이런 움직임은 기존의 기후변화와 관련된 기상예보 시스템에 대해 신뢰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UCL의 빌 맥과이어(Bill McGuire) 교수는 “많은 사람들이 IPCC 보고서를 기반으로 연구를 진행하고 ‘보수적’이면서 ‘합의된’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여기서 보수적이라는 것은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s), 피드백 루프(feedback loops), 이상치 예측(outlier predictions) 등 다양한 변수 예측에 있어 극단적 상황에 대해 충분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학자들은 더 극단적인 시나리오가 제시되고 있지만 IPCC 참여 과학자들 간의 합의에 의해 간과되고 있다고 말했다. 맥과이어 교수는 “IPCC 보고서에서 다루지 않은 많은 동료 검토 논문들이 있으며, 세상이 알지 못하는 훨씬 더 비관적인 시나리오를 제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기상학자들 사이에서는 IPCC 보고서가 실제 날씨보다 더 느린 시간 단위로 작동하고 있어 최근 일어나는 극단적 기상이변에 대해 대처가 힘들다는 불만이 제기돼왔다.
그러나 캠브리지 대학의 마이크 흄(Mike Hulme) 교수는 “기후과학이 성숙해지고 불확실성이 적정한 수준에서 확실성으로 변모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걸린다.”고 말했다.
학자들의 불만을 이해하지만 보고서가 발표되기도 전에 훼손하려고 하는 것은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 흄 교수는 “폭염과 허리케인 강도와 같은 일부는 점점 더 극심해지고 있지만 앞으로 확립될 IPCC 모델에 의해 예측이 가능해 질 것”으로 내다봤다.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영국 정부의 전 수석 자문과학자였던 데이비드 킹(David King) 경은 최근 IPCC의 공백을 채우기 위해 ‘기후변화 자문그룹(Climate Change Advisory Group)’을 설립했다.
그룹 회원인 UCL의 마크 매슬린(Mark Maslin) 교수는 “IPCC 보고서가 너무 느리다며, 전 세계 과학자, 사회 과학자, 경제학자 등을 연결하는 강력한 기후 컴퓨터 시스템을 가동해 필수 정보 서비스를 수행하고 정부와 기업 등에 예측치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 이강봉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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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21-07-2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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