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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에너지
이성규 객원기자
2020-12-29

팬데믹임에도 야생동물 거래 여전해 SNS 통해 불법 거래 지속, 코로나19 논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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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생활이 일상으로 자리 잡은 상황에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상에서는 불법적인 야생동물 거래가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영국 옥스퍼드브룩스대학과 호주 웨스턴오스트레일리아대학의 연구원들이 야생동물 거래와 관련된 2만여 개의 페이스북 게시물을 분석한 결과, 야생동물 거래의 잠재적인 소비자가 20만 명이 넘고 광고만 해도 수천 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난 것.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 상황임에도 SNS 상에서는 불법적인 야생동물 거래가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음). ⓒMichelle Garforth Venter(Pixabay)

또한 2만 개가 넘는 온라인 야생동물 거래 광고 중 0.44%만이 코로나19 관련 문구를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런데 이 같은 코로나19 관련 문구는 오히려 야생동물 거래를 유도할 수 있는 내용이 많은 것으로 밝혀졌다.

예를 들면 코로나19로 인해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은 이때가 이국적인 애완동물을 구입하기에 가장 좋은 시기라는 등의 문구가 그것이다. 브라질과 인도네시아의 페이스북 게시물을 조사한 이 연구 결과는 ‘야생동물의 온라인 무역과 코로나19에 대한 대응 부족’이라는 제목으로 국제학술지 ‘환경연구(Environmental Research)’ 최신호에 게재됐다.

코로나19 언급 게시물, 야생동물 구매 자극

이번 연구에 참여한 옥스퍼드브룩스대학 영장류보존학과의 안나 네카리스(Anna Nekaris) 교수는 “우리는 야생동물 거래의 잠재적 위험에 대해 코로나19를 언급하거나 일시적인 판매 중단의 이유로 사용하는 게시물이 많을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코로나19를 언급하고 있는 게시물은 대개 야생동물의 교역을 자극하는 문구를 담고 있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코로나19의 확산에 있어서 야생동물 거래의 역할에 대해 논의한 판매자나 소비자가 전혀 없다는 사실도 발견했다고 밝혔다. 대신에 할인 혜택 및 택배 서비스가 제공되거나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동물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도록 권장하는 문구가 많았다는 것.

현재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으로 신종 전염병에서 야생동물의 역할이 주목받고 있다. 인간과 야생동물 간의 전염은 사스나 메르스 같은 전염병에서 이미 밝혀졌기 때문이다. 코로나19가 처음 발생한 사례도 중국 우한의 야생동물 거래 시장과 연관되어 있지만,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어떻게 전염되었는지 결론을 내릴 만한 충분한 증거는 아직 없다.

그러나 야생동물들이 자연 서식지에서 시장과 식당 등의 야생동물 공급망을 통해 이동함에 따라 코로나바이러스의 감염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사실은 기존 연구를 통해 이미 밝혀졌다.

미국 야생동물보전협회(WCS) 연구진이 베트남 과학자들과 함께 베트남의 야생동물 공급망을 따라 각기 다른 지점에서 들쥐를 대상으로 코로나바이러스 검사를 시행한 결과, 이 공급망의 각 연결고리에서 감염되는 개체의 비율이 약 1.5배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난 것.

인간과 가까이 접촉할수록 감염률 높아져

특히 야생동물 거래상들이 취급하는 들쥐는 20.7%, 전통시장에서 거래되는 들쥐는 32%, 최종 소비지인 식당에 옮겨진 들쥐는 55.6%로 두드러지게 증가하고 있었다.

또한 연구진은 구아노 농장에서 사육되는 박쥐의 경우 약 75%가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되었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이는 자연에 서식하는 박쥐 감염률인 6.7%의 10배 이상이나 되는 수치다.

구아노 농장이란 배설물을 비료로 사용하기 위해 박쥐를 사육하는 농장을 말한다. 이 연구 결과는 미국 공공과학도서관 온라인 학술지인 ‘플로스원(PLoS One)’에 발표됐다.

베트남의 한 야생동물 농장에서 사육되고 있는 말레이 고슴도치. ⓒWCS/Vietnam(Huong, et al, 2020)

이 연구를 진행한 WCS의 아만다 파인(Amanda Fine)은 “인간과 가장 가까이 접촉한 야생동물이 가장 높은 감염률을 보인다는 사실을 이번 연구가 증명했다”면서 “이는 코로나바이러스가 도시 주민들을 감염시키는 방법을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코로나바이러스에는 다양한 종류가 있으며 박쥐, 설치류, 조류, 돼지 등의 가축을 감염시킬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바이러스가 인간과 처음 접촉하는 위치와 방법을 이해하는 것은 미래의 인수공통 전염병을 예방하는 데도 매우 중요하다.

SNS 상의 야생동물 거래 실태를 폭로한 영국 및 호주의 연구진은 야생동물의 멸종을 예방하고 코로나19 같은 팬데믹의 위험을 줄이기 위해서는 소셜 미디어 사이트에 대한 관리가 강화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베트남의 야생동물 거래망을 추적한 연구진 역시 자신들의 연구 결과가 세계 모든 지역의 야생동물 무역 규제에 큰 변화를 가져오고 코로나바이러스의 감염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성규 객원기자
yess01@hanmail.net
저작권자 2020-12-29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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